[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일본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 한국 게임업체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게임이 일본 시장에서 크게 활약하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 상반기 매출액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올해 상반기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액 TOP 10에는 RPG 장르 게임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투와 사냥 등이 주를 이루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수집형, 액션형, 퍼즐형 RPG 등이 매출액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PG란 롤플레잉게임의 약자로, 사용자가 게임속 캐릭터의 역할을 대행하는 게임을 말한다. 국내 게임으로는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 10위에 올랐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 모바일 인덱스가 23일 발표한 일본 모바일게임의 매출액 TOP 10 순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1위와 2위가 바뀌었다. 1위는 ‘페이트그랜드오더’, 2위는 ‘몬스터 스트라이크’가 차지했다. 매출액은 각각 578억엔, 576억엔으로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1위부터 5위 순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순위만 조금씩 변동이 있었을 뿐 순위에 올라있는 게임이 모두 동일하다는 점이다. 1위인 페이트그랜드오더만해도 출시한 지 3년이 지난 게임이다. 동일한 게임이 장수하는 모습이다.

 
▲ 일본 2018년 상반기 게임 매출 TOP 1~10위. 출처=모바일 인덱스

같은 게임의 매출액이 오래 유지되는 것에 대해 한국게임학회 회장인 중앙대 위정현 교수는 "최근 일본 게임 시장은 RPG 장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유저들이 한 가지 게임을 오래 즐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정현 교수는 "이는 모바일 RPG의 개발비가 오르며 완성도가 올라가고 잦은 업데이트를 함에따라 유저들이 한 가지 게임을 오래 즐기는 하드코어 유저가 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게임의 장기화가 일본의 마니아 문화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덕후 문화'가 발달해 깊게 탐구하고 즐기는 걸 좋아하는 유저들이 많은데, 그런 탓에 게임이 소수의 유저로도 장기 흥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덕후란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부른 말이며, 마니아 이상의 열정을 가지고 특정 분야를 취미 생활로 즐기는 행위다.

6위부터 10위에서는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 눈에 띈다. 상반기 매출액 128억엔을 기록하며 10위를 차지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이러한 성과는 의미가 있다. 일본은 해외 게임을 성공시키기 쉽지 않은 시장으로 알려진 탓이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은 내수 게임시장이 활발하고 크며 수출과 수입을 통한 유통보다는 자국에서 생산한 게임을 자국에서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일본버전 리니지2 레볼루션의 현지화 작업으로, MMORPG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 사용자를 위한 NPC를 배치하고, 게임 캐릭터의 음성 퀄리티를 중시하는 현지 이용자들을 고려해 일본 유명 성우를 기용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7위에 있는 ‘황야행동-Knives Out’은 중국판 ‘배틀그라운드’라고 불리는 게임이다. 일각에선 배틀그라운드를 표절한 게임이라는 비난이 나오지만 일본 모바일 시장 안착에 성공하고 매출을 내는 모습이다.

이는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가 인기 순위는 높은 반면 매출액은 눈에 띌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과 대비되기도 한다. 

위정현 교수는 "FPS 장르인 황야행동이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건 매우 큰 변화"라면서 "일본은 기존에 FPS 게임을 모바일로 즐긴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상반기 매출 1~10위 합산. 출처=모바일인덱스

올해 상반기 매출액 TOP 10 게임의 합산 매출액은 2017년 2358억엔보다 약 10% 늘어난 2602억엔을 기록했다. 일본도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형국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약 9600억엔(한화 약 9조8000만원)이다. 한국 모바일 게임시장에 비해 약 2배 이상 크다.  

각 순위 게임간 매출액 격차는 1위와 2위를 제외하고는 100~200억엔대로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한국 유저와 일본 유저의 성향 차이도 돋보인다. 일본 매출액 TOP 10 순위를 보면 대다수가 캐주얼, 액션, 수집형 RPG 장르다. 매출액 최상위권이 전투와 캐릭터의 강함이 중심이 되는 MMORPG 장르인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다.

또한 ‘페이트’, ‘드래곤볼’ 등 일본 유명 IP 게임이 높은 매출액 순위에 올라와 있는 것도 특징이다. 

매출액을 많이 내는 장르는 RPG지만 가장 많은 유저 수를 보유하는 게임 장르는 퍼즐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시장 분석 서비스 업체 앱에이프는 2017년 조사결과에서 카테고리별 MAU(한 달 동안 서비스를 이용한 이용자 수)가 퍼즐(22%), 캐주얼(14%), RPG(12%) 등 순으로 높게 집계됐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매출을 많이 내는 게임과 많은 유저가 이용하는 게임은 별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게임별 앱 서브 카테고리별 MAU 비율. 일본은 퍼즐에서 가장 많은 MAU를 기록했고 한국은 아케이드에서 가장 많은 MAU를 기록했다. 출처=앱애이프

모바일인덱스는 일본 게임 유저들이 ‘캐릭터’ 콘텐츠에 많은 돈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1월 발표했다. 일본 모바일 게임의 주요 BM(비즈니스 모델)이 캐릭터라는 것이다. 모바일인덱스는 이를 몇 가지 게임의 매출 순위 추이를 보고 분석했다. 

▲ 게임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슈퍼 라이트’와 ‘파이어 엠블렘 히어로즈’의 매출액 변동폭이 크다. 출처=모바일인덱스, 아이지에이웍스

그래프를 보면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 슈퍼 라이트’와 ‘파이어 엠블렘 히어로즈’라는 게임이 장기간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두 게임뿐만 아니라 일본 게임 시장은 전반적으로 매출 등락 폭이 큰 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유저들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는 캐릭터 추가나 뽑기 이벤트가 열리면 매출이 급상승하고 이벤트가 종료되면 다시 시들어버리는 탓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