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사명 홍보를 위한 TV-CF. ‘노인과 바다’편은 발상의 전환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까다로운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차별화는 이제 선택 아닌 필수다. 차별화는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뒤집어 제품의 이미지와 특징을 새롭게 심어주는 ‘역발상 마케팅(Reverse Marketing)’을 통해 틈새시장을 개척한 사례는 기업 세계에서는 이미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뒤집어야 사는 시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기업들의 역발상 마케팅을 들여다보자.

Part 1 기업 경영“역발상마저 역발상하라”
가장 최근의 역발상 사례로는 아이폰4S를 KT와 함께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SK텔레콤이 선보였다. 기존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 관행을 깨고 아이폰4S가 정식 출시되는 당일 0시 ‘개통 행사’를 갖기로 한 것이다. 10일 저녁 10시부터 11일 새벽 1시까지 초청고객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와 관련해 회사 측은 “아이폰4S를 원하는 고객에게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 관행을 뛰어넘어 발상의 전환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상어 미끼 참다랑어…공중전화 ATM ‘신선한 충격’
국내 기업중 역발상의 대표 사례로는 KT가 꼽힌다. 지난 2009년 이석채 회장이 주도한 ‘올레(olleh) 경영’이 그것이다. ‘올레’라는 용어 자체가 ‘헬로(hello)’를 뒤집은 것으로, 이를 통해 ‘역발상의 혁신적인 사고를 통한 서비스 제공’을 공식화했다. 기업 CI도 ‘olleh KT’로 바꿨다. “KT 100년의 역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올레 경영의 강력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당시 이 회장은 주문했다.

KT가 지난해 5월 광화문 사옥 1층을 리모델링해 오픈한 ‘올레스퀘어’ 역시 회사 측에 따르면, ‘역발상 경영’의 일환이다. 기존 전시형 홍보관 이미지에서 벗어나 테마별 라운지에서 첨단 IT기기와 콘텐츠를 방문객들이 아무런 제약없이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해 호평을 받고 있다. 올레스퀘어는 올해 초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독일의 ‘iF communication design award 2011’ 기업건축 부문 인터랙티브 분야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을 합병해 지난해 1월 1일 출범했으며, 그 해 6월 30일까지 ‘통합LG텔레콤’이란 이름을 사용했다. 통합과 새 출발을 알리기 위해 LG유플러스가 당시 내세웠던 TV CF가 큰 관심을 끌며 사명 인지도 상승에도 큰 역할을 했다.

날지 못하는 펭권이 하늘을 나는 역발상의 화면으로 꾸며진 LG유플러스의 첫 기업 이미지 광고 ‘펭귄의 비상’ 편과 후속 ‘노인과 바다’ 편은 새로운 소재로 화제가 됐다. ‘노인과 바다’ 편의 경우, 참다랑어를 상어 떼에 잃는 소설 속 노인과 달리 상어 떼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로 참다랑어를 사용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길거리 공중전화 부스를 무인점포로 활용하는 기업은행 사례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국 주요 도로 주변의 공중전화 부스를 리모델링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한 무인점포 설치를 위해 기업은행은 지난 7월 KT링커스와 독점 제휴를 맺었다. 기업은행은 서울역, 광명역, 서울남부터미널, 무역전시관, 안양, 압구정동 등에 이어 내년 중 이를 1000곳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의 개념에서 탈피, 직접 고객을 찾아가는 역발상 서비스 역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움직이는 커피전문점·은행’ 등이 그것이다.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커피가 업계 처음으로 선보였다는 ‘움직이는 카페’ 경우, 지난달 25일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간호사 전국대회’를 시작으로 26~27일 ‘강릉 커피축제’에서 이동형 차량 서비스 형태로 실시됐다.

기존 매장의 한계를 벗어나 고객 편의를 위해 마련한 서비스로 각 단체 행사 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달려간다. 이 업체는 이미 업계 최초 커피머신 렌털 서비스, 고속도로 휴게소 매장 입점 등 다양한 마케팅을 실시 중이다.

산업은행이 최근 출시한 ‘다이렉트 뱅킹(KDBdirect. 무인점포 온라인 뱅킹)’은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 고객 실명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러한 형태 운영은 HSBC가 처음 도입했고, 국내에도 도입했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점 개설을 안 하는 대신 타 상품 대비 금리를 높이고, 서비스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은행으로는 산업은행의 첫 도입 이후 큰 반응을 보이면서 은행측은 2014년까지 이를 통한 개인고객 30만명 확보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경쟁은행 대비 부족한 지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리란 것이 은행 측 기대이기도 하다.

서울시가 3년째 운영 중인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역시 유사 개념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09년 명동 지역에서 7명이 활동을 시작한 이래 2011년 현재 명동, 남대문, 인사동, 북촌 등 총 여덟 곳에서 72명이 활동 중이다.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먼저 알고 찾아와 말을 걸 정도로 서울의 관광명물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흔히 ‘불황에 투자한다’는 말로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 또한 역발상 본보기로 많이 거론된다. 기아자동차가 지난 2일, 중국 3공장 건설을 결정한 사실을 두고 언론들은 “정몽구 회장의 뚝심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호황에는 투자를 자제하고, 불황에 투자를 늘리는 정 회장의 역발상 경영이 이번에도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번 중국 3공장 투자협의서 체결식을 통해 기존의 1, 2공장 43만대 생산체제에서 제 3공장 30만대를 추가해 총 73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1, 2공장에 이어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제 3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차의 생산 능력(100만대)과 합치면 총 173만대의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셈이다.

이외 제품을 전량 구매한 뒤 판매함으로써 ‘국내 최저가’를 실현했다는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짝퉁 소굴에 들어가 진품 공장을 차림으로써 짝퉁을 일소한 필라코리아 윤윤수 회장의 기지도 역발상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특히 윤 회장은 ‘라이선시가 본사를 인수한’ 보기 드문 M&A를 성사시켜 화제에 오른 인물이다. 아울러 국내 최초 선포인트 제도인 ‘세이브 포인트’ 프로그램을 도입한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의 정책 역시 대표 역발상 마케팅으로 평가된다.

Part 2 대형마트“소비자패턴을 뒤집어라”
지난 10월 4일 이마트 성수점에 흥미로운 쇼핑카트가 등장했다. 쇼핑카트 위에 태블릿 PC가 설치돼 있었던 것이다. 얼핏 보면 미니 전광판 같기도 하다. 먼저 스마트폰에 스마트카트 앱을 내려 받고 앱 장바구니에 쇼핑할 상품을 넣는다. 그리고 쇼핑카트에 장착된 태블릿PC와 연결하면 제품의 위치가 카트PC 화면에 나타난다.

카트를 움직일 때마다 근처 진열대의 상품 사진이 뜨고 매장 곳곳에서 진행 중인 할인행사 정보와 쿠폰이 뜬다. 쿠폰은 즉석에서 태블릿 PC로 내려 받아 실제 계산할때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태블릿PC 쇼핑카트·편의점 명품백 ‘깜짝’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스마트 쇼핑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아날로그적인 쇼핑카트에 첨단 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카트는 이마트가 SK텔레콤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내놓은 합작품이다. 이마트는 태블릿 PC가 탑재된 ‘스마트카트’를 세계 유통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대형마트들은 쇼핑과 IT를 결합한 스마트카트(왼쪽), 마트 내 명품관 도입(오른쪽) 등 역발상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바꾸고 있다.


이마트는 서비스가 정착돼 고객들의 쇼핑 정보가 쌓이면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쿠폰도 목적에 맞게 제공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신생아를 둔 주부에게는 분유와 기저귀 할인쿠폰을, 아이들 간식거리가 필요한 30~40대 주부에게는 과일이나 과자 쿠폰을 주는 식이다.

온라인 쇼핑이 아닌 오프라인 쇼핑에서, 상품을 담는 쇼핑카트에 첨단기술인 태블릿 PC를 접목한 발상의 전환, 쇼핑과 IT의 결합인 '스마트카트'는 일정기간 시범 운영을 통해 이르면 연말부터 일반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쇼핑 제공은 물론 새로운 마케팅 채널을 확보하는 등 경쟁력을 한층 높여줄 것이다. 대형마트의 단순 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스마트카트를 통해 백화점에서 주로 활용돼 온 고객관계관리(CRM) 기법을 도입해 고객들에게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이마트의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 추석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에서 구찌백이 추석선물로 등장하는 이색 풍경이 연출됐다. 명품가방이 동네 편의점에까지 등장한 것이다. 추석기간 중 한시적인 판매였지만 세븐일레븐측은 준비한 구찌 가방과 지갑 물량(총 62개 제품)을 모두 판매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생활밀착형 제품을 판매하는 편의점과 명품의 어색한 조합, 하지만 이러한 실험정신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당초 여성용 가방 5종과 지갑 1종을 각 5개씩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반응이 뜨겁자 가방 2종, 지갑 1종을 추가로 내놨고 총 62개나 팔았다. 계획보다 2배나 더 판매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판매 방식은 제품 카탈로그를 보고 고객이 주문·계산하면 원하는 날짜와 장소에 무료 배송 해주는 식이었다. 가격은 시중 판매가 보다 저렴하게 책정했다.

명품의 등장은 편의점 이전에 대형마트에서 시작됐다. 지난 해 8월, 홈플러스는 잠실점에 명품점 오르루체를 개설해 프라다, 샤넬, 구찌, 페라가모 등 인기 브랜드 명품 300여종을 시중 백화점보다 20~30% 저렴하게 선보였다. 그리고 개점 일주일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해 마트 전체 매출의 효자로 등극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해 9월 말 송파점을 시작으로 각 점포별 월매출 1억 3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누가 마트에서 명품 백을 살 수 있다 생각했을까? 생활편의상품을 판매하는 마트에서 명품을 판매한다는 지적과 상품이 다양치 못하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지만 기업 이윤 측면에서 본다면 분명 발상의 전환이 이뤄낸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

Part 3 식품업계 “모든 상식은 파괴의 대상”
식품업계는 특히 발상의 전환이 가미된 아이디어 상품이 가득하다. 상상을 초월한 재료에 제조법과 포장 방식은 물론 먹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을 과감히 깨뜨리는 업계의 시도가 주목 받고 있다. 먹는 재미, 보는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식품업계의 기발한 상상이 오늘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한다.

뜨거운 주스·흰 라면국물·참깨간장 ‘시선 집중’
흔히 주스는 차가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나 스무디 브랜드 ‘잠바주스’는 최근 따뜻한 과일음료인 ‘핫 프룻 주스’를 출시하며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핫 프룻 주스는 100% 천연 과일을 즉석에서 과즙을 추출해 데워 만든 음료다. 시원하게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과일음료 핫 프룻 주스는 100% 천연과일을 추출해 만든 따뜻한 주스라는 면에서 우리나라의 유자차나 레몬차와는 또 다르다.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핫 오렌지 주스는 오렌지 5개, 핫 탠저린 주스는 제주산 감귤 7개, 핫 자몽 주스는 자몽 2개를 즉석에서 과즙을 추출해 제공한다. 서구에서는 환절기 감기에 민간요법으로 많이 뜨거운 주스를 많이 마신다고 하니 이는 비타민C, 구연산 등으로 피로회복과 감기 예방에 효과적인 레몬차 개념과 비슷할 것이다.

발매 전 꼬꼬면 디자인 회의에 열중하고 있는 개그맨 이경규씨.


최근 라면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꼬꼬면은 ‘라면= 붉은 국물’ 이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은 대표적 사례다. 레시피부터 상품화까지 발상의 전환이 지속된 대표적 상품인 꼬꼬면은 개그맨 이경규가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라면’ 하면 떠오르는 얼큰한 맛 대신, 칼칼한 맛을 내세워 레시피를 개발했다.

이것을 예능에서 끝내지 않고 빠르게 브랜드 유치에 성공한 한국야쿠르트 측의 개방적인 의사결정도 돋보였다. 당시 방송엔 업계 1, 2위인 농심과 삼양식품 관계자도 참가했다. 그러나 농심은 ‘신라면 블랙’ 출시를 앞두고 있었고, 삼양식품도 이미 닭고기 국물을 쓴 제품을 판매 중이라 ‘꼬꼬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야쿠르트 측은 전문가가 아닌 개그맨이 만든 라면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라면=빨간 국물'이라는 상식을 뒤집은 꼬꼬면에 열광했고 출시 한 달 만에 800만개를 파는 기염을 토했다. 농심, 삼양식품 관계자들은 눈 뜨고 대박상품을 놓친 셈이 됐다. 이후 삼양의 '나가사키 짬뽕'이 칼칼한 흰 국물로 인기를 끌었고 며칠 전 출시된 오뚜기의 ‘기스면’ 역시 해물과 청양고추를 넣어 흰 국물 라면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원료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경우도 있다. 대상 청정원은 세계 최초로 ‘참깨로 만든 간장’을 내놓아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대상 청정원 ‘햇살담은 자연숙성 참깨 간장’은 기존의 간장원료인 콩과 메주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참깨로 만들었다.

대상이 3년 간 다양한 단백질 성분으로 간장제조를 연구하던 중, 한 연구원이 수차례의 실패 끝에 성공한 성과물이다. 특히 이 ‘참깨간장’을 개발한 연구원이 결혼한 지 몇 개월 안 된 신혼부부라는 점에서 사내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제조법을 바꿔 설탕 대신 소금을 넣은 커피도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 정통 에스프레소 전문점 파스쿠찌의 ‘솔티아포가또(Affogato)’는 17세기 유럽에서 즐겨 마신 400년 역사의 ‘소금커피’를 재해석한 제품이다. 국내 토종브랜드 커피전문점 요거프레소에서도 커피에 천일염을 첨가한 ‘아이스 솔티 모카치노’를 지난 여름 선보였다.

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일명 ‘아이스 소금 커피’로 기존 소금 커피가 뜨겁게만 먹을 수 있는 단점을 보완했다. 두 제품 모두 설탕이 귀했던 고대 서양에서 소금커피를 먹었다는 점에 착안해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됐다. 커피에 설탕을 넣는다는 기존 개념을 완전히 뒤집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대상 청정원 관계자는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으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이색상품을 만들고 그 기발함이 매출을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고 풀이했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