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제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정부가 카드 수수료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역마진이 우려된다며 한계상황에 입박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수수료 제로에 도전하는 소상공인 페이를 비롯해 카드사들에게 악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80%다. 지난 10년간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여러 차례 인하됐다. 2007년 연매출 4800만원 미만 가맹점의 상한 수수료인 2.30%가 지난해 0.80%까지 떨어진 것이다.

최근 대형가맹점과 편의점 간 수수료 차이로 카드 수수료 논란은 더 불거졌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2%안팎인 수준인데 반해 일반 편의점은 2.3~2.4%다. 

연매출액에 따라 카드수수료를 달리 적용받기 때문에 5억원을 초과하면 최대 2.5%를 적용받는다. 2014년 이후 편의점의 평균 연매출액은 5억원을 넘어왔는데 매출액 대비 순이익은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결제금액이 정률제로 바뀌면 편의점의 부담은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카드업계는 최저임금 등과 관련한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카드사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카드사 순이익 지속적 감소세

그동안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지속해서 감소추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롯데카드·비씨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들의 순이익은 1조2268억원으로 전년 1조8132억원 대비 5864억원(32.3%) 감소했다.

이들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2013년 약 1조7000억원, 2014년 약 2조2000억원, 2015년 약 2조원등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인 영세·중소가맹점 확대와 부가서비스 등 마케팅비용 증가, 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 등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도 하락세다. 지난해 현재 카드사의 총채권 연체율은 1.37%로 전년 말 1.44% 대비 0.07%포인트 하락했다. 카드대출 연체율은 2.27%로 전년 말 2.26%에 비해 상승했다. 지난해 기준 카드사의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나타내는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4.1%로 전년 25.5% 대비 1.4%포인트 하락했다. 당국이 제시한 경영지도비율은 8% 이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카드사들을 압박해 영세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 정책과 맞물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가 자영업자와 소상인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은 내년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정부는 이와 관련한 고통 분담을 카드사들에게 전가하고 있어 업황 전망도 좋지 않은 시기에 카드사들의 불만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가맹점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낮춰왔다"며 "이제는 카드사들도 한계상황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페이 등 지자체발 간편결제 공습…카드사들 '긴장'

정부는 하반기 간편결제 시스템인 소상공인 페이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 공약이기도 하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방선거 공약으로 자영업자 등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서울페이(Seoul Pay)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지자체 페이는 매출액 3억원 이하일 경우 수수료 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페이는 QR코드나 모바일 앱을 통해 직접 상품을 결제할 수 있는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영세상인에 카드2폰·폰2폰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서울시 보조금·수당·바우처 등을 온누리상품권 서울페이로 지급 한다. 이밖에 경남페이, 인천페이 등도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도입 준비 중이다.

우선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각종 할인과 경품혜택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지 미지수다. 또한 지자체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나 상품권 역시 제원 마련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 같은 소상공인 페이가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 할 것이라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 하는 모양새다.

이렇듯 정부의 입김이 세지자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정부를 비판하는 상황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이날 정부의 카드 정책에 대해 "금융당국은 심도있는 정책적 연구나 정책 제시 없이 업계만 그때 그때 쥐어짜는 극히 수준 이하의 방법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무능한 금융위원회 TF로는 수수료 인하, 의무 수납제 폐지 등 수준 이하의 정책만 나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신평사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 수익에 부정적"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7개 전업카드사 합산 총자산이익률(ROA)는 1.7%로 전년 동기 3.0% 대비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1분기 발생한 신한카드의 대규모 일회성 이익이 반영될 결과다.

가맹점수수료율은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카드결제에 수반되는 적정원가에 기반해 3년마다 조정한다. 2016년 처음으로 원가산정을 통해 영세, 중소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영세, 중소가맹점 범위가 확대되면서 카드사들의 가맹점수수료율이 하락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금융감독원 등은 올해 하반기 중 두 번째 적정원가 산정 작업을 통해 가맹점수수료율 조정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수수료율 조정 외에도 카드수수료 체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카드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강해, 이번에도 중소·영세 가맹점을 중심으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예상된다.

홍준표 나이스신평 연구원은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관련 인력구조조정, 가맹점수수료 외 할부, 대출서비스 등 수익기반 강화, 카드혜택 축소, 밴(VAN)수수료 조정 등을 통해 수익성 저하에 대응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조달비용 상승, 금융상품국제회계기준(IFRS9) 적용에 따른 대손부담 확대, 추가 구조조정 여력 제한 등 카드사들의 사업환경이 저하되고 있어, 추가적인 수수료율 인하는 카드사 수익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면서 국내 시중금리가 상승추세다. 이에 따라 국내 카드사들의 조달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카드채 발행 스프레드는 큰 변동이 없지만, 상반기 카드채 평균 발행금리는 2.7%내외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60bp(1bp=0,01%) 정도 상승했다.

금융당국, 의무수납제 폐지 검토

카드사 의무수납제 역시 뜨거운 감자다. 의무수납제란 카드 가맹점이 소액결제라도 카드결제를 거부하지 못 하도록 하는 제도다. 일각에서 영세 가맹점에 대하 수수료 부담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오는 27일 금융연구원과 이와 관련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향후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손상호 금융연구원장은 "의무수납제는 가맹점의 협상력을 저하시켜 과도한 신용카드 수수료를 부담한다는 문제가 제기됐고,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배경이 됐다"면서 "신용카드 시장은 소비자, 가맹점, 신용카드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의무수납제, 가맹점수수료에 대한 제도변환는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토론회를 거쳐 의무수납제 폐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는 카드수수료 만으로는 소상공인의 결제 부담을 완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드수수료 규모가 늘어도 규모 대비 수익성 증가는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것이 여심금융협회 등 카드업계 입장이다. 이에 카드사들의 신사업 규제 완화나 해외 진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 페이도 최저임금 정책에 따른 영세자영업자들에 대한 인센티브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대수수료율 관련 여전법 개정 필요 의견도

출처=KB증권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카드사들이 가맹점을 상대로 협상 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들이 사라진다"며 "아직 카드사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비중이 50% 이상으로 수수료 하락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카드사 비용 구조에서 마케팅 비용이 늘고 있는 상황으로 지급결제 시장에서 경쟁이 더 가열되고 있으며 카드론 등도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이어 정부가 일관적인 스탠스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좋지만 일선에 나서 우대수수료율을 깎아준다거나 하는 것은 시장경제 관점에서 과한 면이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그는 금감원의 카드사에 대한 신사업 승인과 관련한 규제 완화와 함께 부수업무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민과 정부가 카드 비즈니스에 대해 좋지 않았던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이번 카드사 수수료율 논쟁과 영향이 있다.

서 교수는 "동남아 시장 등 해외진출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며 현재 금융위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도 여전법을 개정해 시장이 우대수수료율을 결정하는 구조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우대수수료율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최근 화제가 된 편의점도 사업 특수성을 감안해 차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