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주문 상품 택배 상자 안에 광고지가 놓여 있다.    출처= UNDIGITAL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소매업체들이 우리가 온라인으로 주문한 새 신발 한 켤레와 책이 담긴 박스의 빈 공간을 이용해 돈을 버는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 같다.

뉴욕의 백화점 삭스피프스에비뉴(Saks Fifth Avenue), 시애틀의 전자 상거래 업체 쥬릴리(Zulily), 교육도서 판매업체 반즈앤노블칼리지(Barnes & Noble College) 같은 소매업체들은 최근 광고주들이 고객에게 보내는 상품 박스의 공간을 사게 하고 거기에 광고지를 넣는 새로운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들 외에 최근 몇 주 사이에 25개가 넘는 소매업체들이 이 사업에 참여했는데, 이 사업은 언디지털(UnDigital)이라는 광고 회사가 최근 시작한 것이다.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면서, 운송 비용과 전자 상거래에 대한 투자로 이익이 깎인 소매업체들은 상승하는 비용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컨설팅 회사 앨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자상거래 매출은 10.5%에서 17.6%로 증가했지만, 소매 마진은 평균 10.2%에서 8%로 떨어졌다.

소매업체들이 대책 마련에 골몰한 가운데, 마침내 상자 안의 공간을 이용해 돈을 버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것이다.

지난 수 년 동안,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추가 주문을 장려하기 위해 고객에게 보내는 배송 상자에 다른 제품의 샘플이나 쿠폰을 담아 함께 보내곤 했다. 그러다가 기존의 소매 업체들과 광고주 간을 연결하는 중개업체가 생겨났다. ‘언디지털’(UnDigital)이라는 회사도 그런 회사 중 하나다. 소매업체들은 언디지털을 통해 광범위한 광고주들에게 자신들의 배송 상자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소매업체들은 언디지털 플랫폼에 자신들의 택배 박스가 몇 개인지, 박스 당 넣을 수 있는 광고지의 수가 몇 개인지를 목록에 게시한다. 그러면 광고주는 소매업체가 제시한 가격에 몇 개의 박스를 사용할 것인지를 지정할 수 있다. 광고지 한 장당 평균 가격은 10~12 센트이며, 상자 당 평균 광고지 삽입 수량은 2~3장이다. 

광고주가 박스 공간을 사서 광고지를 넣기로 결정하면, 언디지털은 광고지와 이에 대한 지불 흐름 일체를 관리한다. 또 광고지를 광고주로부터 받아 소매업체의 운송 시설에 보낸다. 광고주는 광고지에 고유 링크를 추가해 전환율(conversion rate, 웹 사이트 방문자가 제품 구매, 회원 가입 등 광고주가 의도하는 행동을 취하는 비율)을 추적할 수 있다.

언디지털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라이언 밀먼은, 소매업체가 상자의 수량을 세그먼트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브랜드나 틈새 시장 광고주가 이런 광고 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배송 상자 500만 개를 다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10만개만 우선 시험해보고 싶다면, 비록 단가는 좀 더 비싸겠지만, 광고주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대기업과의 협력 효과를 테스트해 볼 수 있지요."

온라인 소매업체 쥬릴리는 과거에도 배송 상자에 광고지를 넣은 적이 있지만, 대부분 물건을 공급하는 회사의 광고지였다. 쥬릴리의 통합 마케팅 및 파트너십 매니저 크리스 존스는 “새 광고주를 찾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재투자에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디지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비록 큰 금액은 아니겠지만 절감된 비용은 고객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반즈앤노블칼리지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인 리사 말라트는, 기술이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대학생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광고주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용 제품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터치오브모던’(Touch of Modern)은, 사냥 용품과 옥외용 장비를 판매하는 카벨라(Cabela's Inc.)의 배송 상자에 광고지를 넣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터치오브모던의 사업개발담당 상무 이안 영은 배송 상자에 광고지를 넣는 광고 비용이 디지털 광고보다 훨씬 높지만, 이 방식이 타깃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보다 효율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한 사람이 상자를 열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까요."

물론 상자를 열어도 광고지를 보지 않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