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최근 잇따른 자동차 화재 사고로 정부가 리콜 조치를 검토하는 BMW 520d 승용차에서 또 불이 났다. 올해 들어 6번째 화재 사고다.

23일 오전 0시께 인천 남동구 서울외곽순환도로 장수 IC로부터 일산 방면으로 1km 떨어진 지점을 주해하던 BMW 520d 승용차에서 불이 났다. 화재는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운전자는 차에서 불이 나자 갓길에 차를 세우고 대피했다. 운전자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 A씨는 경찰에 “주행 중 엔진룸에서 연기가 나 갓길에 세웠다”면서 “차에서 불이 나 곧바로 소방서에 신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A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BMW 차량의 잇따른 주행 중 사고와 관련해 빠르면 이번 주 중 자발적 리콜 발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벌써 6번째 화재

최근 동일한 'BMW 520d' 모델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날 사고까지 합치면 총 6건의 화재가 같은 모델의 승용차에서 발생했다.

지난 5월 4일 충남 당진시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 방향으로 달리던 2015년식 520d에서 불이 났다. 같은 달 15일 경기도 광주시 제2영동고속도로 곤지암 3터널 내부를 달리던 중 520d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7월 5일에는 인천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공항신도시 분기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같은 달 15일에도 경북 영주시 장수면 중앙고속도로 춘천 방향 영주 휴게소 근처를 달리던 2014년식 BMW 승용차 엔진룸에서 역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19일 오후 6시 34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한 상가 앞 도로에서는 주차된 BMW 520d 승용차에서 불이 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에도 13건의 화재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조사를 벌여 엔진 결함 가능성을 확인하고 리콜 조치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BMW 측도 대체 부품 확보 등 준비작업이 필요해 리콜 일자를 잡지 못하고 있다.

▲ BMW에 장착된 배기가스순재순환장치인(EGR). 사진=BMW드라이버닷넷

냉각수 화재?

최근 BMW 측은 520d 차량에 대한 기술 분석 자료를 만들어 국토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520d 모델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에서 냉각수가 새고 그 냉각수에 있는 침전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인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에는 배기가스순재순환장치인 EGR이 있다. 이는 배기가스를 자동차 흡기로 다시 끓어들여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장치다.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토부는 이 장치에 냉각수가 제대로 흐르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냉각수가 흐르지 못한다는 것은 엔진에 과열을 불러 일으킨다. 과열로 주변에 있는 가연성 물질에 불이 붙으면 곧바로 화재로 이어진다. 

또 국토부는 폭염과 상관관계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엔진과 주변 부품이 더위로 뜨겁게 달궈진 상태에서 고장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도 앞서 발생한 BMW 화재와 같이 유사한 사례로 볼 수 있는지 정밀조사를 할 방침이다. 

화재 사고 피해자들은 불이 엔진룸에서부터 시작됐고 가속페달에 문제가 발생한 뒤 불이 났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이러한 문제는 자동차 가속페달 문제보다는 EGR에 무제가 일어났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정비업체 한 관계자는 "520d에 장착된 엔진은 물론 최근 출시된 자동차들은 구동계(가속페달) 등이 하나로 뭉쳐있는 형태가 아니다"면서 "엔진 자체에서 연료분사나 과열, 부품틀어짐 등이 발생하면 가속페달 운전자가 밟지 못하게 만드는 센서가 있다. 이러다 보니 EGR에 문제가 생겼다면 가속페달을 밟아도 평소와 같이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