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공간인 집을 피해 카페에서 조금 가벼운 주제를 다루려고 해보았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저절로 글이 무거워지고 있다.

 

#1 옆자리의 수다와 유난스러움

집에서는 일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노트북을 둘러메고 가까운 커피숍을 찾았다. 약간 시끄럽기는 하지만 4100원만 내면 3~4시간의 여유를 맛볼 수 있어 좋다.

그런데 옆자리에 젊은 청춘남녀 4명 정도가 앉았다. 전반적으로 시끄러운 분위기라 귀에 이어폰을 꽂고 주의를 돌렸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가 대화를 넘어 호들갑 수준을 넘어가는 듯해 잠시 훔쳐 들어봤다. 30대 초반의 제각기 다른 직장인들로 추정된다. 제각각의 회사에 대한 욕과 비난, 저질 단어들로 난무한다. 그리고 먹방 이야기로, 다음은 주변 이야기와 술 마시고 있었던 일을 무슨 무용담 같이 이어간다. 하도 시끄러워 그중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핀잔주는 모습을 보였더니 약간은 눈치를 보는 듯하다가 금방 하던 대로 한다.

더 이상 보지 않아도 알 만한 상황이 되었다. 이들의 미래도, 성공도 어느 정도 장담한다. 이게 그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끝일 가능성이 크다. 안타까움으로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기억 때문이다.

 

#2 기억 속 에피소드

“전무님! 이 사람이 5등입니까? 그래도 절대 붙이면 안 됩니다. 준비하고 대기하는 시간에 눈쌀을 찌푸리게 했던 행동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면접장에서는 잘 봤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평소 행동으로 봐서는 붙이면 절대 안 됩니다.”

그 한마디에 탈락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다. 대리 직급의 한마디가 5명의 임원급 면접 결과를 뒤집었다.

기억을 더듬어 본 것은 중소기업 전무로 경영을 총괄할 때의 일이다. 20명 정도를 뽑을 때 제법 우수한 평가가 기억에 남아있다.

 

#3 엄중한 상황 기억

“면접 대기시간이 2시간이란다. 1시간 이상 기다리다 보니 짜증난다. 야! 오늘 점심 같이 하자. 면접 끝나고 다시 전화할게. 그런데, 이 회사 정말 골 때린다. 2시간이나 기다리게 한다. 면접은 왔지만 안 다닐지도 몰라.”

어느 참가자가 면접 대기장에서 친구와 통화한 내용이다. 둘의 통화 내용은 들을 이유가 없고 들어서도 안 되지만, 100여명이 대기하던 면접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며 몇몇만 남아 있는 상황으로 조용해져 자연스럽게 귀에 들려온 내용이다.

한나절 동안 200여명의 면접이 끝나가는 시점이다. 이름의 성(姓) 씨가 ‘한, 황, 현’ 등인 경우는 통상 마지막에 면접을 보게 된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소집된 시간과 2시간 정도의 시차가 일어난다.

그 기다림의 시간에 ‘무심코’ 나타나는 현상이다. 당연히 불합격 처리를 하게 되었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어 보일 정도다. 대기 시간의 관찰 결과는 강력한 참고자료가 된다.

 

인사부의 의도

필자는 면접 진행을 담당하는 과장이나 대리급에게 특별 미션을 준다. 업무를 챙기는 척하며 면접 대기장 주변이나 복도, 화장실 주변을 두루두루 살피라고…. 그리고 하나하나 메모해 두라고 한다. 심사를 할 때 전부 참고하기 위해서다.

카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누군가와 수다 떠는 경우, 우연히 잘 아는 사람과 같은 시간대가 되어 대기하는 중에 눈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 모바일 게임이나 웹툰에 빠져 있는 경우, 준비해 온 예상 질문과 답안을 중얼거리는 경우 등 천태만상이다.

잘 모르지만 옆에 앉은 사람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고 인사를 나누며 뭔가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 차분히 책이나 신문을 펼쳐보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신입사원 채용의 면접시간이 모든 만남에서 긴장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나는 상대를 잘 모르는데 상대는 나의 모든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기시간은 경쟁자들과 면접 진행자들 모두가 눈에 들어온다.

반면 면접 대상자는 완전히 노출되어 모든 것이 관찰된다. 그 어려운 대기시간을 막무가내로 ‘무심코’ 보내는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된 사람들일까? 그 어렵다는 취업준비지 않은가?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 준비했으나, 정작 옆에 있는 대기장소에서 점수를 착실히 까먹는 모습을 보노라면 기가 찰 노릇이다.

 

무심코가 통(?)하고 연습(?)하고 장려(?)되는 시간과 장소

면접에서 이러한 방식의 관찰은 20여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많은 메시지로 대학가에다 조심하라고 일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런 내용은 관계자들도 잘 모르는 듯하다.

그러니 지금도 취업이라는 엄중한 자리에 ‘무심코’ 이어져 반대로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취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습관이 저절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대표적인 장소가 커피숍이나 강의 시간이다.

커피숍을 한 번 보자. 주변의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화 주제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들… 누워서 침 뱉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한다. 심지어는 좁은 엘리베이터, 지하철에서도 주고받는다. 본인의 상황을 인식 못하며 ‘무심코’를 반복한다.

또 하나의 공간은 강의장이다. 강의 시간이 되고 교수님이 앞에서 시작 메시지를 주어도 아랑곳하질 않는다. 앞서 나열한 행동을 주고받는다. 심지어는 핸드폰 통화도 이어진다. 그래서 필자는 기다리다 못해 옆자리의 수강생에게 알려주며 눈치를 주기도 해보았다. 그런데 그 사람조차 교수가 뭘 원하는지를 모르며 ‘무심코’ 지나간다.

가끔씩은 강의 시작 5분 후쯤에 간단한 설명을 곁들인 동영상(강의와 연관된 교육적 내용)을 띄우고 강의장과 학생들 자리 사이로 누벼본다. 필자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고 하던 일(주로 핸드폰)에 ‘무심코’ 빠져 있다. 동영상이 끝난 후에 강하게 질책하며 가르쳐본다. 수업에 집중하라고…. 그러나 채 10분을 가질 못한다. 눈길의 반은 벌써 또 핸드폰에 가 있다.

이를 일반 정교수들에게 말해보았다. “그냥 둔다. 말해도 고쳐지지 않으니…”라고 한다.

기가 차며, 가히 대학의 몰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취준생들에게 엄중히 말해준다. “취업에 스펙, 금수저 탓하지 말라. 스스로가 몰락하고 있어도 아무도 조심하라 일러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