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semble 9490, 100×170㎝, Korean paper Natural dyes, 1994

서양화가 박철(ARTIST PARK CHUL)의 작업은 외형적으로 매우 상징적인 요소 즉 크게 한지를 바탕으로 하여 우리 전통적인 농경문화의 산물인, 짚 문화의 산물인 멍석과 서양음악의 상징적인 악기인 바이올린이 한 화면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색채는 가능한 한 배제된 채 여백이 더욱 많아진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그의 또 다른 회화가 등장하고 있는 저변에는 간단없는 자기연마와 고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한지작가 박철(한지부조회화 박철,KORAN PAPER)은 1978년 이미 프로타쥬와 한지, 광목을 이용한 작품을 첫 번째 개인전을 통해 발표하고 있다.

▲ Ensemble 9497, 53×81㎝, Korean paper Natural dyes, 1994

당시의 “찢음”이라는 명제의 연작은 화선지에 다양한 먹물을 바르고 먹물이 그윽이 고인 화선지위에 손톱으로 긁어낸 연후에 광목을 올려놓고 두드려 전사시킨 이미지가 그대로 화폭에 고정되어 작품으로 화하고 있다.

여기서 박철 화가(한지화가 박철, HANJI ATIST)는 네가와 포지, 강함과 약함 그리고 새로운 것의 탄생과 사라짐 등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정착시키려는 의도로 보이며 이는 그의(朴哲,박철 화백)의 최근작에서까지 회화적 특질을 이룬다.

즉 “한 알의 씨앗이 떨어지는 순간 새로운 생명은 태어난다.”는 진리가 구체화된 그의 회화 언어인 멍석이나 바이올린이 구체적인 형상을 가지고 있으나 전체를 암시하는 부분에 멈출 뿐 소재 전체를 형상화하는 법이 없는 요즘의 회화의 구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Amsterdam)에서 개인전 1993년. 맨 오른쪽이 당시 임인조 네덜란드 대사.

“찢음” 이라는 다소 처절한 명제로부터 ‘박철 작가’는 두 번째 개인전(1982년, 관훈갤러리)을 통해 낙엽이나 창틀 등 구체적인 형상 안에 “찢은 흔적”들을 가두어 둠으로서 지금의 발 철의 작업을 암시하고 있다.

즉 당시의 무채색, 무형상의 회화기조로부터 일탈하여 구체적이지만 상징적이기도 한 형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듬 해 그와(PARK CHUL,박철 작가) 프로타쥬가 결합한 작품을 통해“재료상의 변화를 통해 전통적인 염료 등에 관한 연구를 통해”보다 한국적인 향취를 담을 것이라는 의지의 일단을 내비치기도 한다.

△글=정준모,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