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고시했다. 월 환산액으로 174만5150원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와 경영자총협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이의 제기 계획을 밝혔다. 양대 노총도 이의 제기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은 올해 16.4% 오른데 이어 내년에 10.9%가 오른다.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인 최저임금은 많은 것일까 적은 것일까?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미국은 주별로 최저임금이 천차만별이어서 한국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미국은  땅이 넓은 만큼 지역별 경제상황이 천차만별이다.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미국에서도 한국만큼이나 ‘최저임금’은 난제다. 그런데 매년 최저임금이 상승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10년째 제자리다.

▲ 미국 주별 최저임금 차이를 기록한 지도 사진=FACTMAPS.COM

주별 천차만별인 미국의 최저임금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은 7.25달러로 2009년 이후 변동이 없다. 2009년 7월24일  이후 적용되고 있다. 전년 6.55달러에 비해 오른 것이다.

그러나 주별 최저임금은 천차만별이다. 연방제도에 따라 미국의 50개 주가 알아서 연방 최저임금과 각 주별 시점에 맞춰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별 올해 최저임금을 살펴보면 워싱턴 주가 11.5달러로 가장 높고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 주가 11달러, 오레곤 주 10.75달러, 애리조나와 버몬트 주 10.5달러, 뉴욕 주 10.4 달러 순으로 높다. 외에도 최저임금이 10달러 이상인 주는 하와이, 메릴랜드, 뉴저지, 코네티컷, 메인 주가 있다. 도시별로는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이 15달러 플랜에 들어갔다.

연방이 정한 최저임금인 7.25달러보다 적게 주는 주도 있다. 테네시,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없다. 미국 서부에 위치한 와이오밍은 5.15달러다. 이외에 주들은 연방이 정한 최저임금과 같거나,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주별 GDP성장률을 나타낸 지도 사진=BEA

GDP와 물가지수에 따른 차이인 것으로 보여

주별 최저임금 수준이 미국의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최저임금이 10달러가 넘는 주들은 대부분 미국의 서부와 동부에 몰려있다. 또 최저임금이 아예 없는 지역은 남동부에 몰려있다. 이는 주별 GDP와 물가지수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블룸버그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GDP가 가장 높은 주는 2조4590억달러인 캘리포니아주로 나타났다. 이는 인도(2조910억달러)와 프랑스(2조4220억달러)의 GDP보다 큰 규모다. 다음으로 텍사스 주 1조6000억달러, 뉴욕 주 1조5000억달러, 플로리다 주 9000억달러, 일리노이 주 8000억달러 순으로 5개 주가 가장 높다. GDP가 높은 주의 최저임금도 높다고 볼 수 있다.

미국경제분석국(BEA)이 발표한 2016년부터 2017년까지의 주별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을 살펴보면 최저임금이 높은 주가 GDP상승률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 GDP가 높진 않지만 최저임금이 10달러가 넘는 하와이는 지난해 생활물가가 가장 비싼 주에 올랐다. CNBC가 미국 50개 주의 주거비, 의료비, 유틸리티 비용, 0.5 갤런 당 우유와 T본 스테이크 가격 등 생활물가를 조사한 결과 하와이가 가장 살기 힘든 주에 올랐다고 지난해 7월 밝혔다. 하와이는 물가에 맞춰 최저임금을 높게 설정한 것이다.

▲ 한국 최저임금과 인상률 추이.출처=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한국도 점검해야

주별 최저임금 차이가 천차만별인 것도, 지역별 상황에 맞춰 설정하는 것도 미국의 연방제도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10년 째 제자리걸음이며, 최저임금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오바마 전 미대통령도 2014년 최저임금 인상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고용불안 문제가 제기되며 무산됐다.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만큼 최저임금이 초강대국이라 불리는 미국에게도 ‘난제’라는 뜻이다.

한국은 최저임금을 계속 인상하고 있다.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미국 경제학자들은 인상률을 13%로 고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처럼 인상률이 아무렇게나 오르고 내려가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은 2017년까지 최저임금을 5년간 6~8% 올렸고, 올해 최저임금은 16.4% 인상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16.4%인상된 금액의 10.9%가 오른다. 8350원은 달러(1달러=1135.50원)로 환산하면 7.35달러다.

1인당  GDP가 6만252달러(2018년 IMF기준)인 미국에 비해 크게 낮지 않다.

경제성장을 책임져야할 경제부총리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하반기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우리는 괜찮은 속도로 오르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