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semble 9202, 45×80㎝, Korean paper Natural dyes, 1992

본시 추상적 작품 활동의 양화가였던 화가 박철(ARTIST PARK CHUL)이 토속적 내지 한국적 표상미의 한지 조형작업에 전념하기 시작한 것은 4~5년 전부터였다. 1989년 6월에 ‘닥종이와 창호의 만남’으로 표제 한 한지(Korean paper) 작업의 첫 발표전(현대백화점 미술관)을 가질 때에 한 미술잡지에 박철 자신이 쓴 글에 그 동기와 착상의 배경이 밝혀져 있다.

경북 安東대학 미술과에 출강하던 박철은 1986년부터 시작된 安東근교의 임하댐 공사로 인해 수몰되던 오랜 터전의 농촌마을에서 폐가의 각종 문짝과 창틀을 비롯하여 농기구·멍석·여물통·기와조각 등을 수습하여 간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은 朴哲(PARK CHUL,박철 작가)의 창작적 작품화 해결 및 성과를 통해 묘미 있게 실현되었다. 그 과정은 일정한 크기의 작품구상에 따라 1단계로서 석고나 시멘트 반중의 부피 있는 평면적 바탕을 준비하고, 2단계의 조형 진행으로서 전통미의 각별한 애착이 작용한 수습 및 수집품의 民家 문짝과 들창, 멍석, 맷방석, 무늬진 기왓장, 문고리가 붙은 문틀 등 실물을 구성적 배려와 조형계산으로 눌러대어 확실한 기본 틀을 만든다.

그리고 그 틀 위로 이미 말한 각종 한지(KORAN PAPER)재료를 수십 겹은 되게 물로 덧붙여 씌운 뒤 ‘쓰다듬고 두들겨’ 밑의 형상의 재현적 현실감을 浮刻시키고, 그를 햇볕에 말려 단단하게 成形化 시킴으로써 완성을 보는 것이다.

▲ Ensemble 9214, 45×80㎝, Korean paper Natural dyes, 1992

구체적인 자료 설정의 과정에서는 우리 것에 맞게 표출시키기 위한 시도로서 우리의 옛 한복(댕기)에서 느낄 수 있었던-결코 화려하지 않은 약간의 노랑주황과 연두색쯤의-은은하고 조용한 색깔의 표현을 위한 닥종이(皮紙)와 색한지, 더불어 옛글자들이 씌어져 있는 고서적의 낱장 등을 생각해내게 되었다.

그것을 몇 차례의 습작을 통해서 우리의 옛것들과 닥종이는 서로가 절묘한 상호적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는 긍정적 자신감을 얻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 작업은 지난해부터 그 자체의 단조로운 한계성 자각 때문이었는지, 구체적 실물의 형상 범위를 선택적으로 넓히려는 관심을 새로이 수반하고 있다. 역시 조형적 부각미 자체를 묘미 효과가 두드러지는 서양문화의 바이올린에 집중시킨 새로운 연작이 그것이다.

그로써 朴哲(박철 화백,HANJI ARTIST,한지작가 박철)의 작업은 그간의 한국적 토속성과 상징성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셈이기도 하다. 바이올린소재 시리즈는 한국에도 진작에 정착돼 있는 서양문화 생활의 한 수용실체로서 자연스럽게 선택된 것이다.

그러한 관심과 시각의 확대 의도로 미루어 朴哲의 그러한 작품추구는 앞으로 거듭 새로운 구체적 모티프로 지향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는(박철 화가,한지화가 박철) 우리의 지속적인 조목의 대상이 되어 있다.

△글=이구열(李龜烈)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