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자산별 ELS 반기별 발행현황 [출처:예탁결제원]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ELS 상품에 자금이 쏠리면서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관련 ELS에서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달러 대비 홍콩달러가 밴드 상단에 근접하는 등 외환시장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홍콩달러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현재의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홍콩달러는 달러화 대비 7.8495를 기록했다. 1983년 외환시장 개장 이후 지난 4월 기록한 최저치에 근접했다.

홍콩달러는 미 달러화에 고정된 페그제로 운영된다. 지난 2005년부터 1달러에 대해 7.75~7.85홍콩달러로 상하한 밴드가 설정돼 있다.

지난해 6월 7.80홍콩달러를 돌파한 이후 가치가 지속하락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홍콩 금리(단기)와의 격차가 확대됐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 3월에는 양국간 단기금리차가 좁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홍콩달러는 지속 약세를 보였다. 당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격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투기세력이 위안화 대신 홍콩달러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그제 특성상 투기세력에 약하다는 점도 홍콩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KB증권에 따르면 홍콩의 외환보유고는 4300억달러다. 중국도 3조1000억달러 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투기세력의 공격에 대한 우려는 낮은 편이다. 홍콩 금융당국의 금리인상, 중국 정부의 환시개입 등도 홍콩달러의 추가약세를 저지하는 요인이다.

문제는 홍콩의 민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 대비 300%에 달한다는 점이다. 추가 금리인상 시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부동산 시장에도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

홍콩은 페그제 덕분에 홍콩달러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왔으며 아시아 금융시장의 중심을 차지했다. 홍콩 반환 이후 중국이 추진한 부동산 부양책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미국이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중국은 홍콩의 페그제를 포기하거나 환율방어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만큼 같은 폭으로 올릴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홍콩의 페그제 폐지가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분쟁이 맞물리면서 심리요인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초 홍콩금융시장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던 이유도 페그제 폐지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홍콩H지수는 약 40% 가량 폭락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은 48조944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전년대비 35% 늘어난 수치로 이중 91.3%가 원금비보장형 상품이다. 문제는 홍콩H지수가 기초자산으로 포함된 ELS가 71.1%에 달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ELS의 녹인 조건이 50% 이상이라는 점에서 우려는 제한적이다. H지수대별 발행물량을 보면 1만1500~1만3000포인트에 집중돼 있다. 현재 홍콩H지수는 1만500포인트다. 공경적성향의 ELS가 40%라는 점을 감안해도 ELS의 대량 손실 발생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심리적 지지선인 8000포인트를 하회해 7500포인트 이하에서 거래돼야 우려가 현실화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화폐전쟁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불확실성도 증폭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도 상품구조를 짤 때, 기초자산을 싸게 매입해야 한다”며 “문제는 물량을 확보하려면 해당 자산을 매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매도가 많다는 얘기는 전망이 좋지 안다는 것이며 과거 화학·조선을 기초로 한 ELS의 대규모 손실도 같은 맥락”이라며 “투자자들은 특정 지수나 종목에 대해 발행 물량이 많은 경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