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최근 식품업계에 청년 대표들이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청년 대표들은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해 전인미답의 시장을 개척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근대골목단팥빵’과 ‘근대골목도나스’를 운영하는 정성휘(34, 남) 홍두당 대표도 ‘투어푸드(Tour-Food)’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청년 기업 대표다.

정 대표의 첫인상은 마치 1900년대 초반 일본 도쿄에서 유학하고 경성으로 돌아온 유학생 같았다. 넥타이와 재킷까지 정장을 제대로 갖춰 입고 서울 1호선 용산역사에 있는 ‘근대골목도나스’ 매장에 나타난 그는 마치 “이것이 ‘근대골목’ 브랜드의 정체성”이라고 보여주는 듯 했다.

▲ 최근 식품업계에 청년 대표들이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해 전인미답의 시장을 개척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근대골목단팥빵'과 '근대골목도나스'를 운영하는 정성휘(34) 홍두당 대표도 '투어푸드(Tour-Food)'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청년 기업 대표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최근 <이코노믹리뷰>와 인터뷰하는 동안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바로 “그땐 뭘 몰라서 쉽게 생각했죠”였다. 대학 재학 때인 20대에 사업을 시작한 그는 경험이 없어 잘 몰랐고 그래서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준비과정이 쉽지 않았고 시장 골목에서 눈동냥으로 배우느라 고생도 숱하게 했으며 브랜드가 허공에 사라지는 쓰디쓴 실패도 맛본 그다. 이런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은 그는 오로지 패기로 계속 도전했다. 근대골목이라는 브랜드는 한 번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삼 세 번’이라는 말처럼 세 번째 도전 만에 실패를 딛고 태어난 단팥빵 브랜드라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홍두당은 18곳의 직영점에서 1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이룬 성과치고는 대단하다는 평가가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근대골목 브랜드를 단 단팥빵과 도넛은 하루 1만2000개다. 6초에 1개꼴로 팔리는 셈이어서 업계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쇄도한다.

 

커피 원두 수입 사업에서 프랜차이즈까지

정 대표는 1985년생이니 올해 34살의 청년 사업가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 능인중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버지니아 크라이스트처치스쿨을 졸업했다. 이어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외식산업경영학을 전공했다. 그의 꿈은 교수였다. 부모님의 바람이었다. 정작 정 대표는 전공도 공부도 그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는 대학 시절 틈틈이 일본, 유럽, 미국, 캐나다 등을 여행하며 선진 외식문화를 경험했다. 하와이 여행 중 맛본 커피 맛에 반해 그는 동생과 함께 하와이 커피 원두를 수입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마지막 학기에 들은 수업은 대학생 사업가인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 수업은 미시간 지역의 브랜드를 선택해 한 학기 동안 마케팅 기획을 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지역을 대표하는 각각의 외식브랜드가 있다. 정 대표가 머물던 미시간주 안에서는 ‘빅비’라는 지역 커피브랜드 때문에 스타벅스가 기를 펴지 못한다. ‘인앤아웃’ 햄버거는 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햄버거 브랜드다.

국내에는 춘천닭갈비, 대구 막창, 장충동 족발은 있지만 지역 음식일 뿐 외식브랜드는 없었다. 정 대표는 ‘왜 한국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외식브랜드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여기서 ‘투어푸드 사업’을 착안했다. 그의 몸 속에 꿈틀거리는 사업가 DNA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졸업 후 귀국한 그는 대기업 계열 외식기업에 입사했다. 회사가 기대한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자마자 회사를 나왔다. 바로 원두 수입 사업을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하던 원두수입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해 대구 롯데백화점에 커피숍을 열었다. 커피숍이 자리를 잡아갈 즈음 그는 커피와 함께 투어푸드가 될만한 새로운 메뉴 탐색에 나섰다.

▲ 대학 재학 때인 20대에 사업을 시작한 그는 시장 골목에서 눈동냥으로 배우느라 고생도 숱하게 했다. 브랜드가 허공에 사라지는 쓰디쓴 실패도 맛본 그다. '삼 세 번'이라는 말처럼 세 번째 도전 만에 실패를 딛고 태어난 브랜드가 바로 '근대골목'이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는 당시 인기 TV프로그램 <무한도전>과 <1박2일>에 나온 씨앗호떡을 선택했다. 부산 남포동거리를 찾아가 포장마차 주인에게 비법을 가르쳐줄 것을 청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하는 수 없이 기웃거리며 눈동냥으로 배웠다. 그때 시작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됐다. 당시 남포동거리 밖에 있는 단 한 곳의 씨앗호떡 포장마차를 제외한 모든 포장마차가 철수해야 했다. 모두 문을 닫자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포장마차는 몰려드는 손님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정 대표는 할머니를 돕겠다고 제안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영화제 기간 내내 그 할머니에게서 씨앗호떡 만드는 비법을 배웠다.

정 대표는 처음엔 호떡과 오뎅, 커피를 함께 파는 매장을 낼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 뿐 프랜차이즈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 정 대표는 “더운 날 불 앞에서 일하고 추운 날 밖에서 일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이런 분들을 위해 2000만~3000만원 수준에서 서너 평 규모로 시작할 수 있는 매장을 만들고 싶어졌다”고 ‘호호탕탕’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대학 수업시간에 떠올린 생각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현실에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2012년 부산KTX역에 1호점을 냈다. 예상외로 매출이 좋았다. 이어 서울 구로, 노량진, 경기 부평, 수원, 대전 등 1호선과 이어진 역들에 점포 임대 입찰 공고가 나면 어김없이 응찰했다. 정 대표는 “운이 좋은 건지 계산을 잘한 건지 많은 입찰을 따냈고 입점한 매장들은 모두 매출 1억 이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델리만주였다. 델리만주가 손을 들고 나온 매장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가맹을 원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정 대표는 “가맹 희망자들과 상담할 때 2년 계약에 2000만~3000만원으로 역사 안에 매장을 낼 수 있지만 사무실은 없다고 하니 사기꾼으로 오해하더라”며 당시를 회상하면서 웃었다. 사무실을 마련해야겠다고 다짐한 그는 국가 계약 입찰 통합시스템 ‘나라장터’에서 전쟁기념관 안에 있는 100평짜리 레스토랑 임차건에 입찰에 성공했지만 그것이 호호탕탕에 제동을 걸 줄 몰랐다.

그는 “잘 몰라서 너무 쉽게 생각했다”면서 “취사병 출신이라 요리도 할 줄 아니 공간의 반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반은 사무실로 꾸미면 사무실을 공짜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레스토랑은 이익이 나지 않았고 호호탕탕에서 번 돈으로 매꿔야 했다. 레스토랑을 신경 쓰다 보니 호호탕탕엔 소홀해졌고, 오픈 후 두세 달 만에 투자금을 회수한 가맹점주들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거기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세월호 사건이 겹치면서 고객이 줄어 호호탕탕 신규 출점도 어려워졌다. 그의 야심찬 첫 번째 투어푸드 브랜드는 그렇게 문을 닫았다.

 

세대를 잇는 외식브랜드가 ‘꿈’

대구 롯데백화점에 있는 커피숍 매출도 떨어졌다. 이 매장부터 살리자는 생각에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사이드 메뉴(곁가지 메뉴)를 고민했다. 사계절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메뉴를 찾다보니 ‘팥’이 생각났다. 팥빙수, 팥죽, 단팥빵 메뉴를 만들면 사계절 내내 판매가 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정 대표가 사이드 메뉴를 구상할 당시인 2014년은 대구시가 ‘근대골목’과 ‘김광석거리’를 만들며 여행코스를 기획하고 있었다. 그는 대구를 대표하는 외식브랜드를 구상했고 그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그는 대구의 최고 번화가인 동성로 끝자락과 김광석거리가 시작하는 곳이 만나는 곳에 100년이 넘은 건물을 계약했다.

▲ 정 대표의 목표는 두가지다. 근대골목단팥빵이 기내식에 들어가는 것과 세대를 잇는 외식브랜드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다. 출처= 홍두당

그는 “<암살>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배우 전지현이 결혼하는 장면에 나오는 호텔의 고풍스러우면서 촌스러운 느낌이 좋아 근대라는 콘셉트를 잡았다”면서 “건물 계약서를 봤는데 A4용지도 아닌 한지에 한자로 쓰여 있는 게 아직도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근대골목단팥빵은 대구본점, 대구 롯데백화점, 동대구KTX역 3곳으로 시작했다. 정 대표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바이럴 마케팅에 집중했다”면서 “입소문을 타자 매출이 올랐고 TV방송에도 소개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본점과 동대구역점은 월 매출 3억원을 찍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대구 중구청에서는 근대골목단팥빵을 이용해 ‘빵지순례’라는 관광코스를 만들었다. 대구를 대표하는 외식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기회였다. 연일 매장 앞은 단팥빵을 사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대구보다는 타지 방문객의 비중이 높았기에 정 대표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다.

근대골목단팥빵은 그의 바람대로 대구를 대표하는 외식브랜드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지난 2월 인천공항에 입점하면서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투어푸드’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정 대표는 더 큰 목표가 남았다고 했다. 단팥빵을 기내식에 넣는 것이다. 마지막 목표는 자식 그리고 손자들까지 세대를 이어나가는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정 대표는 “역사가 오래된 성심당, 이성당보다 내가 더 유리하다”고 자신감을 보이면서 “내 나이가 그분들보다 어리고, 자식들이 이어받도록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유쾌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