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정부가 승용차·이륜차·캠핑용 자동차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를 올해 말까지 한시로 깎아준다. 소비심리 위축 대응책의 하나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내수시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개소세 정책을 반기는 모습이지만, 업계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18일 발표한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과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에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꺼냈다. 정부는 승용자동차(경차 제외), 이륜자동차, 캠핑용 자동차 등에 대해 연말까지 개별소비세를 현행 5%에서 3.5%로 1.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정부는 업체의 승용차 가격 인하도 유도한다.

이에 따라 차종에 따라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됐다. 대개 준중형차는 30만원,중형차는 50만원, 형차는 60만원 이상, 1억원이 넘는 고가 차량은 200만원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하려면 시행령을 고쳐야 한다. 정부는 늦어도 내달까지 시행령을 개정해 하반기에 본격 시행한다. 다만 시행령 개정 전이라도 19일 이후 출고분에 대해서는 개별소비세 인하가 적용된다.

개소세 인하로 현대·기아자동차 차량을 살 때 붙는 세금이 차종에 따라 21만~288만원가량 내려간다. 현대·기아차는 개소세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9일부터 차종별로 최대 100만원의 추가 할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여기에 7년 넘은 노후 차량을 교체한 고객이 새 차를 사면 30만원을 별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현재 발표된 정책과 현대·기아차의 할인 조건을 적용해보면, 노후차를 팔고 현대차 아반떼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개별소비세 인하 26만~51만원 ▲기존 할인 조건 50만원 ▲추가 할인 혜택 20만원 ▲노후차 교체 지원 30만원 등 총 126만~151만원 할인이 가능하다. 기아차 스포티지 구매자 역시 ▲개별소비세 인하 39만~54만원 ▲기존 할인 조건 80만원 ▲추가 할인 혜택 20만원 ▲노후차 교체 지원 30만원 등 총 169만~184만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 자료=이코노믹 리뷰 DB. (단위: 만원)

르노삼성자동차의 대표모델 SM6 2.0 GDe RE 가격은 3100만원에서 3043만원으로 57만원이 내려간다. 쌍용자동차 소형 SUV 티볼리 에어 RX 디젤 모델은 2530만원에서 2484만원으로 46만원 저렴해진다. 한국GM 중형 SUV 이쿼녹스 프리미어 익스클루시브는 4040만원에서 3000만원대인 3987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르노삼성과 쌍용차, 한국GM은 개소세 인하분만 가격에 반영하고 별도의 추가 할인은 하지 않는다. 이에 현대·기아차에 비해 가격 인하 폭이 크지 않다.

정부는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사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내놨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시 지원금을 주는 대상을 올해 11만6000대에서 내년 15만 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2005년 말 이전 등록한 경유 차량을 조기 폐차하면 3.5t 미만은 165만원, 그 이상은 770만원까지 지원금을 준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10년 전(2008년 말 이전) 등록한 경유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사면 100만원 한도 내에서 개소세를 70%(5.0%→1.5%) 깎아줄 계획이다. 개소세 인하 한도인 100만원을 감면받으면 개소세와 연계된 교육세(30만원), 부가세(13만원) 등도 따라 내려가기 때문에 최대 143만원까지 새 차를 싸게 살 수 있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5%→3.5%)는 2015년 8월 말~2016년 6월에도 시행됐다. 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를 결정한 것은 자동차 판매가 증가하면 소비 진작 효과가 크기 때문이었다. 자동차 판매는 소매판매의 11.7%, 내구재 판매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와 높은 연관성을 지닌 품목이다. 당시 개별소비세 인하로 업체들은 차종별로 20만~267만원까지 추가 할인을 진행해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합쳐 최대 400만원이상 차 값이 저렴해졌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개소세 인하로 신규 승용차 판매량이 1만8000여대(1.45%) 늘었고 기업이윤은 594억원 증가했다. 소비자가 구매여력인 1인당 평균 잉여도 약 25만원 증가하며, 월별 전체 소비자의 구매능력 증가액은 4조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개소세는 중립이슈?...“개소세 인하로 얻은 경쟁력 활용해야”

그러나 좋은 것의 단점은 그것이 사라진 뒤에 후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7월 현대자동차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이후 진한 여운을 남기는 실적을 내밀었다. 7월 내수시장에서 4만7879대, 해외시장에서 29만1394대 등 총 33만9273대를 판매했다. 4만7879대의 7월 실적은 그해 가장 낮은 내수 판매량이었다. 6월에 비해 20.1%, 전년 7월에 비해 31.6%나 감소했다. 내수시장 판매 감소는 모든 자동차 업체가 마찬가지로 겪은 일이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는 유독 심하게 판매량이 줄었다. 

국내 자동차협회 고위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는 소비자에게는 자동차 구매의 기회지만 기업에게는 도약의 기회”라면서 “중요한 것은 가격경쟁력을 등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개소세가 종료되는 시점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도 “개소세 인하 종료 이후에는 선수요 발생에 따라 판매가 감소하게 마련”이라면서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이런 행사가 있으나 없으나 별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개소세 인하는 내수 시장만 본다면 소비진작에 도움이 될 만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자동차 기업의 이익이 세계 최대 시장인 G2(미국·중국)에서 대부분 일어난다는 점을 자동차 업계는 잊어서는 안 된다. G2는 무역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 개소세 인하가 무역 갈등 이슈를 극복할 만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G2 무역 갈등은 그간 자동차 업종의 실적 및 주가가 부진한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노사 갈등 문제까지 얽혀 투자심리가 특히 부진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소세 인하는 내수 시장엔 긍정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G2 시장 악재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라면서 “미국이 수입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완성차 업계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연구원은 "특히 미국 시장은 지난해 큰 폭의 할인 판매에 대한 기저효과로 신차를 내놓고도 소매판매 회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추가로 발표한 노후 차 세제 지원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자동차 판매업을 하는 A시는 “세제 감면 혜택 대상자가 실제로 많지 않다”면서 “노후 경유차보다 낡은 가솔린 차량을 보유한 사람에게 혜택을 줘야 많은 이들이 저렴하게 차를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디젤 차량에만 적용되고 있어서 역차별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개소세 인하로 인해 세수 감소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개소세 감소보다 자동차 판매 증가를 통해 증가하는 세수가 더 커질 전망이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5%보다 취·등록세 7%와 부가가치세 10%, 그리고 유류세를 포함한 각종 지방세 비중이 훨씬 높다.

▲ 자료=기획재정부 '2018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단위: %)

한편 움츠러든 내수 시장 여파에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당초 3.0%에서 2.9%로 0.1%포인트 낮췄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8일 내년 성장률은 올해 성장률보다 낮은 2.8%로 전망했다. 최악의 고용 한파가 지속하고 있는 현실을 경제전망에 반영한 것인데 3%대 성장률 달성 1년 만에 사실상 저성장 분위기로 선회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투자 부진, 미·중 무역갈등 심화, 유가 상승 등 대내외 리스크 확대에 따른 하반기 수출과 소비 회복세 둔화를 성장률 하향의 이유로 제시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14.6%에서 올해 1.5%로 급락하고 건설투자는 7.6% 증가에서 0.1% 감소로 돌아설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 15.8%에서 올해 5.3%로 크게 둔화하고 내년에는 2.5%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취업자 전망은 올해 18만명, 내년 23만명으로 예상했다. 올해 상반기 취업자 증가수는 14만200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36만명의 40%에도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