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골드만삭스를 12년이나 이끌어온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Lloyd Blankfein)이 회사를 떠난다. 후임자로는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낙점됐으며 올해 골드만삭스 실적이 양호했던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외신들이 후임 솔로몬에 대해 블록체인에 우호적인 인물이라고 보도하면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 출처=위키피디아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블랭크페인 회장이 17일(현지시간) 고별 메시지를 통해 회사 직원들에게 아쉬움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블랭크페인은 오는 10월 CEO를 그만두고 연말까지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할 예정이다.

그는 과거에 승계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떠나는 것을 상상하기가 어려웠다"며 "회사가 어려울 때는 떠날 수 없었으며 상황이 좋아지면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내 자신의 복잡한 논리에 의하면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골드만삭스에서 36년, 회장과 CEO로 12년 이상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차기 CEO인 솔로몬에게는 축하한다고도 심경을 전달했다. 블랭크페인은 "그는 나에게 훌륭한 파트너였으며 앞으로 골드만삭스를 잘 이끌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후임 CEO인 솔로몬에 대해 "모든 비즈니스에 대해 전략적 통찰력을 보여 줬고, 주요 추세에 초점을 맞춰 향후 고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집중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내와 자녀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올해 그의 퇴장으로 금융위기 시절을 겪은 대형 투자은행 CEO는 이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뿐이다. 

블랭크페인은 1954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지능이 뛰어나 장학금을 받고 하버드대 사학과에 입학한 후 로스쿨에서 수학했다. 원자재 거래에서 재능을 인정받던 그는 2006년 골드만삭스 CEO에 올라선다. 골드만삭스는 1869년 뉴욕에 설립된 미국계 다국적 투자은행이다. 한국에는 1992년 진출했다.

전자댄스 음악 즐기는 이색 취미 소유자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OO. 출처=골드만삭스

후임 솔로몬은 그동안 2인자로 지목된 게리 콘이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새로운 후계구도가 형성되는 운도 따랐다. 그는 1999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했으며 2006년부터 2016년까지 IB 책임자를 담당하며 해당 사업을 성장시켰다.

그는 DJ D-솔(Sol)이라는 이름으로 여가 시간에 전자 댄스 음악을 취미로 한다. 솔로몬은 주로 투자은행(IB)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전에는 기업 고객을 위한 자본시장과 파생 상품을 포함하는 파이낸싱 그룹의 책임자였다. 올해 1월 기준 5700만달러에 달하는 골드만삭스 그룹의 지분 0.059%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올해 10%가량 하락해 솔로몬에게는 하락한 주가 회복이 개선해야할 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2008년 소매금융 확대를 외치며 소비자금융에 진출했지만 아직 큰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주식과 채권 등 트레이딩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어 솔로몬은 변화의 시기에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이와 관련 지난 4월 개인금융 앱 스타트업을 인수하기도 했으며, 지난 5월에는 소매금융 강화를 위해 애플과 신용카드도 출시하기로 협의했다.

골드만삭스 주가 및 시장대비 상대수익률 추이. 출처=KB증권

IB실적 호조로 2분기 컨센서스 상회

KB증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올해 2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23억5000만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14.2% 하락하고, 전년 동기 대비 44.0% 증가했다. 이는 블룸버그 컨센서스인 18억6000만달러를 26.5% 상회한 실적이다

KB증권은 미국 정부의 세제 개편과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로 기업 간 인수·합병(M&A)와 주식자본시장(ECM) 시장에 우호적인 여건이 형성돼 IB 관련 수익 증가가 골드만삭스의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회복되지 못할 경우 주가 모멘텀 확보가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무역갈등 심화와 장단기 금리차 축소 등으로 인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회복되지 못 할 경우 유가증권 거래량 감소에 따른 수수료수익 감소와 자기자본투자 관련 손익 부진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실적 요약. 출처=KB증권

솔로몬 시대 개막…블록체인 투자 속도 낼까

솔로몬 시대 개막과 함께 암호화폐 시세도 오름세다. 국내 거래사이트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5시 40분 기준 전날 대비 69만9000원(9.34%) 오른 814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월가 대형 투자은행 중에서 가장 빠른 지난 5월 비트코인 거래 데스크를 신설했다. 또한 최근 포브스는 솔로몬 신임 CEO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등 암호화폐 사업에 대해 우호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주요 외신들은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자산운용 역시 암호화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1분기 기준 블랙록의 자산 운용 규모는 약 6조320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블랙록 등 해외 금융사들의 영향으로 암호화폐 시세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