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개발 서비스 업체 카카오게임즈의 ‘워라밸’을 고려한 근로시간 규정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일 시작한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300인이상 사업장에서 주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었다. 그런데  카카오게임즈는 주 35.5시간 근무를 추구한다. 이런 근무시간이 어떻게 가능할까.

▲ 카카오게임즈 전경. 출처=카카오게임즈

종업원 300명 이상이 근무하는 대형 게임 업체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전부터 이미 탄력근로제, 유연근무제 등을 이용해 주 40시간 근무를 추구해왔다. 카카오게임즈 또한 근로시간 단축을 앞장섰다. 이 회사는 주 40시간 근무에서 더 나아가 주 35.5시간 근무환경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임직원은 400여명이다. 

보통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주말에 일하지 않으면 주 40시간 일을 한다. 여기에 평일 야근, 주말 출근 등이 더하면 근무시간은 더 늘어난다. 추가 근로를 해도 주 52시간을 넘기지 말라는 게 이번 근로시간 단축의 골자다.

출근 시간 늦추고, 퇴근 시간 당기고… 점심시간 늘리고, 마지막 금요일 휴무

카카오게임즈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평일의 시작과 마지막날의 근무시간이 특이하다. 평일의 시작인 월요일은 출근 시간을 30분 늦췄다. 직원들은 10시30분까지 출근한다. 퇴근 시간은 그대로다. 금요일은 직원들의 ‘불금’을 위해 퇴근 시간을 1시간30분 앞당겨 5시30분이 기본이다. 이 근로시간 방침은 카카오게임즈가 설립한 2016년 4월부터 이미 있었다. 이렇게 근무하면 주당 근로시간은 38시간이다. 

여기에 카카오게임즈는 이달 1일부터 점심시간을 30분 늘려, 1시간30분을 갖고, 마지막 주 금요일은 ‘놀금(노는 금요일)’으로 휴무하는 제도를 시작했다. 늘어난 점심시간으로 주 기본 근무시간은 35.5시간으로 줄었다. 놀금이 있는 마지막 주는 기본 근로시간이 무려 29.5시간으로 대폭 줄어든다. 다음 주 금요일인 27일 직원들은 처음으로 금요일 휴무를 할 예정이다. 

직원들 반응은 아주 좋다. 처음 맞는 ‘놀금’을 위해 벌써 목요일 밤에 출발하는 여행계획을 세운 직원들도 있다고 한다. 카카오게임즈의 한 관계자는 금요일 오후 5시30분에 퇴근하는 제도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 좀 더 여유롭게 퇴근을 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근로시간 제도의 결정에는 카카오게임즈의 남궁훈 대표의 영향이 컸다. 남궁 대표는 평소 게임 업계의 야근 문화를 고쳐나가고 싶어했다고 전해진다. 이제는 게임 업계도 직원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려야한다는 방향성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놀금’ 등을 도입했다는 게 카카오게임즈 관계자의 설명이다.

직원 복지로 업무 효율성 ↑

지난달 카카오게임즈는 사옥을 이전했다. 판교역 부근 신축 빌딩인 ‘알파돔타워’의 14층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신사옥의 내부 모습도 공개했는데 직원들의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업무환경을 개선해 직원들의 자율성, 창의성 등을 끌어올려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삶의 만족도까지 잡겠다는 복안이다.  

신사옥에는 1인 집중 업무 공간, 릴렉스룸, 사이다룸 등이 있다. 사이다룸은 전문 안마사에게 30분간 안마를 받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직원복지 공간들은 업무 시간 중간에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 카카오게임즈 입구 모습. 출처=카카오게임즈
▲ 1인 집중 업무 공간. 출처=카카오게임즈
▲ 릴렉스룸에 있는 안마의자. 출처=카카오게임즈
▲ 사이다룸에서 직원들은 상주하는 마사지사에게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출처=카카오게임즈
▲ 카카오게임즈 카페테리아. 출처=카카오게임즈
▲ 카카오게임즈 카페테리아 모습. 출처=카카오게임즈
▲ 카카오게임즈 카페테리아 모습. 출처=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의 기본 근무시간이 "가능하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게임 개발 분야 인력은 업무 특성상 집중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고 과거부터 근로시간이 많은 직종으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게임즈 측은 " 운영, 개발 등 세부 직군별 업무 시간에 조정이 필요한 부서의 경우 부서장의 판단에 따라 근무시간대를 조정하거나 보상 휴가를 주는 등 보완하며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처럼 근로시간을 줄여 업무 밀도를 높이고, 저녁과 충분한 휴식이 있는 삶을 사는 문화가 정착되고도 좋은 성과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게임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