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문을 여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에서 쇼핑을 하기 위해 줄을 선 중국인 관광객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다양한 유통 실험을 하고 있는 신세계가 이번에는 시내 면세점으로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를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유통 점포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해왔다면 그의 동생인 신세계백화점 정유경 총괄사장은 면세점으로 신세계의 유통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18일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서울 강남지역을 방문하는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공략하기 위한 콘셉트로 전체로 꾸린 이 면세점의 등장으로 강남지역에서 면세점 전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신세계는 ‘면세점 명가’ 호텔신라와 경쟁에서 승리해 롯데면세점이 포기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주요 부문의 사업권을 따냈다.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지 6년 밖에 되지 않은 신세계에게 이는 큰 자신감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힘입어 신세계는 명동에 이은 두 번째 시내면세점인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으로 업계에 또 한번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 신세계면세점은 신세계백화점, JW 매리어트호텔, 센트럴시티터미널, 지하철 등 쇼핑 관광 요지와 연결돼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최고의 교통 입지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입지 조건부터 남다르다. 면세점이 위치한 센트럴시티는 서울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과 센트럴시티 고속버스터미널이 인접한 우리나라 최고의 교통입지를 자랑하는 구역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유행과 경제의 중심인 강남지역을 인접하고 있어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들어서기에는 최고의 조건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에 신세계는 서울 강남지역을 방문하는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공략하기 위한 콘셉트로 면세점 전체를 꾸몄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영(Young)·트렌디(Trendy)·럭셔리(Luxury) 3가지 콘셉트를 담은 총 5개층 1만3223㎡ 규모의 매장에 약 350개 인기 브랜드를 유치했다. 

▲ 신세계면세점이 면세업계 최초로 유치한 영국 신발 브랜드 ‘마놀로 블라닉’ 매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신세계면세점은 글로벌 명품 소비 패턴이 의류, 시계,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 전체 카테고리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과 객단가가 높은 개별 관광객의 적극 유치를 위해 관련 카테고리를 강조했다.  

영국의 고급 슈즈 브랜드 ‘마놀로 블라닉’과 그간 국내 면세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탈리아 슈즈 브랜드 ‘세르지오로시’를 단독 유치한 것은 신세계가 얼마나 이 면세점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또 구찌와 생로랑, 끌로에, 마크제이콥스, 겐조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상품 구성도 이전의 면세점들보다 강화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명동점에 이어 강남점을 새로운 K-패션의 성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이 전체 영업면적 중 국내 브랜드에 할애한 매장공간은 전체의 36%로 국내 면세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자랑한다. 이외에도 신세계면세점은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면세점 최초로 키덜트를 위한 캐릭터 편집샵 ‘볼케이노샵’도 마련했다.  

면세점을 '쇼핑 놀이터'로 

신세계면세점은 명동점의 랜드마크인 대형 회전그네 설치 미술품에 이어, 강남점에는 매장 천장에 국내 최초로 3D 비디오 화면을 설치했다.

이 화면은 우리나라의 대표 관광 명소와 전통 문화 등을 3D 입체 비디오로 구현하는 6.5m× 3.5m×1.5m 사이즈의 거대 디지털 화면 구조물로 면세점 1층 중심부 천장에 자리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전하는 다양한 외국어 환영인사부터 한국의 미를 3D로 영상화해 높은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신세계면세점은 업계 최초로 해외 SNS 스타들의 놀이터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인 ‘스튜디오 S(Studio-S)’를 마련했다. 그간 업계에서 왕홍(網紅·중국 파워블로거 혹은 인기 방송 진행자)을 초청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는 있었지만, 별도 공간을 마련해 상시 운영하는 공간은 스튜디오S가 국내 최초다. 스튜디오 S는 총 32㎡의 공간에 조명과 음향 시설 등이 함께 비치돼있는 스튜디오다. 셀카존부터 라이브 방송존까지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있으며 국내 중소, 중견 브랜드 제품을 전 세계의 SNS 스타들이 직접 체험하고 현지에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 

▲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소개하는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는 중국 파워블로거.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인기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공간.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박준홍 점장은 “스튜디오S는 우리나라 중소, 중견 제품을 체험하고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놀이처럼 즐길 수 있도록 꾸민 상설 개방형 놀이터”라면서 “앞으로 스튜디오S는 새로운 여행지 ‘강남’에 대한 매력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내 중소 중견 브랜드의 가치를 소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점 첫 날 강남점을 방문한 중국인 고객들은 대체로 매장의 구성과 콘셉트에 만족스러워했다. 중국인 관광객 조영(31) 씨는 "다른 면세점들보다 세련된 감각이 느껴지는 곳"이라면서 "강남의 여러 명소들을 방문하기에도 편리해 앞으로 중국인들의 한국 여행 필수 코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중국인 관광객 채린(24)씨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많아 좋다"면서 "중국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꼭 가보라고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면세점 확장, 현대百 가세, 긴장의 롯데? 

명동점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은 신세계가 면세점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정유경 총괄사장의 지대한 관심에 힘입어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1조를 돌파해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올해는 매출 3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신세계가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하면서 면세사업에 진출한지 약 6년 만에 올린 성과다.  

▲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의 한 매장을 가득채운 중국인 쇼핑 관광객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강남점 개점에 이어 8월 초 문을 여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점(DF1, DF5구역) 운영이 시작되면 경쟁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신세계의 면세사업 영역 확장은 강남 지역의 터줏대감인 롯데의 입지에 영향을 여러모로 미칠 전망이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강남 지역에 2곳의 시내면세점(삼성동 코엑스, 롯데월드타워)을 운영하고 있다. 그간 잠실을 기반으로 독보적 입지를 다져온 롯데에게 신세계는 하나의 도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올해 11월 서울 삼성동에 문을 열 현대백화점 면세점(무역센터점)이 가세하면 강남 지역은 그야말로 면세점의 격전지가 된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경쟁사들의 강남 지역 확장은 여러가지로 우리의 면세점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하나의 거대 상권을 집중시키는 랜드마크역할을 하는 면세점들이 추가되면 오히려 강남 지역으로 몰리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우려되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면세점 격전지가 될 강남 지역에 신세계가 승부수를 던졌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명가들 면세점 경쟁의 서막은 신세계의 선공(先攻)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