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리코더에서 카트 손잡이보다 약 312배 많은 일반세균이, 공용기저귀교환대 보다 32만배 많은 대장균군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시중에 유통 중인 악기케이스 2개에서도 중추신경 장애를 유발하는 납과 간·신장 등의 손상을 유발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검출돼, 리콜명령을 받았다.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한국소비자원, 서울시교육청과 공동으로 초등학생용 악기류의 안전성과 위생실태를 조사해 일반세균·대장균군·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며 18일 이같이 발표했다. 

▲ 리코드에서 검출된 '일반세균’은 대형할인마트 카트손잡이(2만460CFU)의 약 312배, ‘대장균군’은 공용기저귀교환대(20CFU)의 약 32만배 많아 오염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출처=한국소비자원

초등학생이 사용 중인 리코더 10개 중 9개 위생상태 불량

한국소비자원은 서울소재 초등학교 두 곳의 학생들이 실제 사용 중인 리코더 93개를 대상으로 위해미생물 오염도를 조사했다. 직접 입이 닿는 리코더 윗관 내·외부의 오염여부를 확인한 결과, 86개의 리코더에서 일반세균과 대장균군이 검출 됐다. 조사대상 리코더 93개 중 7개를 제외한 92.5%의 리코더가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리코더 86개(92.5%)에서 일반세균이 최소 100CFU에서 최대 2억CFU,  평균 640만CFU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대형 할인마트 카트 손잡이의 일반세균수 (2만460CFU/186cm²)보다 약 312배 많은 수준이다. 대장균군은 리코더 6개(6.5%)에서 최소 100CFU, 최대 3600만CFU, 평균 640만CFU로 나타났다.

CFU(Colony of Forming Unit)는 눈으로 보기 힘든 미생물을 1개체 마다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키운 집락의 단위를 말한다.

대장균군수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공용 기저귀 교환대(20CFU/186cm²)보다 약 32만 배 많은 수준이다.

사용 당일 수거한 리코더 41개 중 6개(14.6%), 사용 후 3일이 경과한 리코더 41개 중 5개(12.2%)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돼, 위생관리가 부실할 경우 식중독 사고나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는 황색포도상구균에 노출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 납과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검출된 제품. '엘림악기'에서 제조한 단소(SPD-5000) 케이스(왼쪽) 와 ‘아이비스’에서 제조하고, ‘조이어스’에서 수입하는 멜로디언 케이스 (오른쪽)

악기류 7개 중 2개(11.8%) 제품의 케이스 유해물질 기준치 초과

악기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 따라 학용품으로 분류되며, 유해물질 안전요건을 준수해야 한다. 국표원은 시중에 유통 중인 악기 17개(리코더 6개, 멜로디언 6개, 단소 5개) 제품에 대해 유해물질 안전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2개 제품(멜로디언 1개, 단소 1개)의 케이스에서 중추신경 장애를 유발하는 ‘납’이 기준치 대비 3.5배, 간·신장 등의 손상을 유발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기준치 대비 최대 138.7배 초과 검출됐다.

리콜명령을 받은 제품 중 멜로디언 케이스(멜로디언(CR)-핑크)는 중국의 ‘아이비스’가  제조하고, ‘조이어스’가 수입한다. 다른 제품인 단소(SPD-5000) 케이스는 ‘엘림악기’가 제조했다. 두 제품 모두 수거·교환 등 명령을 받았다.

▲ 사진=한국소비자원

초등학생 위생관리에 대한 교육 강화 시급

초등학생 225명을 대상으로 리코더 관리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이 넘는 131명(58.2%)이 사용 전후에 세척 등 위생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58명(25.7%)은 불규칙하게 관리하고 있어 오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입으로 불어 소리를 내는 악기는 내부에 침이 고이는 등 다습한 환경이 조성돼 청결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위해세균이 번식할 우려가 높다.

리코더와 같은 플라스틱 재질의 악기류는 흐르는 물에 세척하는 것만으로도 일반세균이 98.6% 감소하고, 세제로 세척할 경우 100% 제거할 수 있는 등 초등학생도 어렵지 않게 위생관리를 할 수 있다.

간단한 방법으로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만큼, 가정과 학교의 체계 잡힌 위생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원은 어린이, 학부모 등에게 리코더 등 입으로 부는 악기는 반드시 세척한 후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