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약속시간에 늦으면 5분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반면 15분 정도까지 기다려주는 너그러운 사람도 있다. 오랜 기다림 후에 오는 보람과 즐거움은 기다림의 맛을 아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이런 면에서 많은 투자자들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에 속한다. 투자할 때를 알고 기회가 올 때까지 잘 기다릴 줄 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후 글로벌 경제 전망을 흐리게 보고 있다. 상당 기간 어두운 구름이 덮을 것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경환 NH투자증권 WM상품전략본부장은 하반기 글로벌 경기에 대해 “현재 글로벌 자산 시장은 경기 침체와 달러 강세 우려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다”면서 “미중 간 1차 관세 부과가 예정대로 행해진 이후 며칠간 글로벌, 국내 주식 시장이 반등했다는 점에서, 아직 위험자산 선호가 완전히 꺾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무역분쟁이 어느 정도 수위를 낮추면 투자 심리가 회복되면서 그동안 과도하게 하락한 부분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여름을 지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되고, 선 반영된 유로화 약세 요인들이 풀려 강달러가 진정되면 국내를 포함한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국내 경기는 대외 변수와 고용 부진 등 불안정한 내부 문제로 연내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상태로 판단된다”면서 “국내 주식 시장의 가격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됐고, PBR 0.9배까지 내려온 상황이라 현 주가 수준을 지지선으로 여름까지는 기간 조정을 거친 후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많은 고수 투자자들은 기다림을 그리 지루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다림을 다른 기회 포착의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을 소모의 시간으로 버리지 않고 새로운 응전의 기회인 기전략(Parking Strategy)’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안전자산에 자금 밀물, 정기예금 5개월 만에 39조원↑, 최근 5년 중 최고

투자자들은 시간의 귀중함을 잘 안다. 투자시장에서 시간과 투자이익은 비례하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시장이 혼란해지자 많은 투자자들이 자금을 안전자산으로 전환 예치하고 있다. 연초부터 예측한 투자자도 있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기성 계좌인 MMF와 안전자산인 은행의 정기예금으로 옮기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 금융기관의 정기예금 증가 추이에서 최근 증가금액과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13년 말 정기예금 총잔액은 558조8000억원이었다. 2014년 말 잔액은 578조로 19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2015년 말 잔액은 569조5000억원으로 8조4000억원이 줄었다. 2016년 말 잔액은 586조9000억원으로 다시 17조4000억원이 증가했고, 지난해 말 잔액은 617조4000억원으로 무려 30조4000억원이나 늘어났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정기예금의 증가금액과 증가 속도가 더 크고 빠르다. 지난 1월 말 잔액은 627조1000억원으로 9000억원이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5월까지 다섯 달 동안 39조원이 불어나 5월 말 잔액은 656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과거 5년간 연간 증가액보다 많은 금액이 단 5개월 만에 은행 정기예금으로 유입된 것이다.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각종 리스크 때문에 불투명한 시장에 투자하기보다는 안전자산으로 예치한 것이다. 단기간(1년) 예치한 자금이니 만기에 확실하게 원리금을 찾겠다는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대기성 상품 MMF 연초 이후 39조원↑, 가파른 증가세

단기 대기성자금 계좌인 MMF에도 자금 유입이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 말(6월 29일) 기준 MMF 잔액은 96조6103억으로 연초 74조9797억원 대비 22조1039억원(29.48%)이 증가했다. 이 증가세는 7월 들어서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7월 13일 기준 MMF잔액은 113조7297억원으로 연초에 비해 39조1735억원(52.25%)이 증가했다. MMF 잔액의 3분의 1이 상반기에 들어왔고, 하반기 들어 보름 만에 상반기 증가액의 77.2%인 17조696억원이 추가로 늘어난 등 대기성 자금의 추세가 가팔라진 것이다.

자금의 흐름에 나타난 투자자들의 심리는 현재 상황을 기다림이 필요한 때, 야구에서 말하는 ‘Waiting Chance’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의 기본원칙 중 한 항목인 원금손실이 발생하지 않게 관리하는 ‘지키는 투자방법’을 성실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