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 북한산 석탄을 싣고 한국에 입항한 파나마와 시에라리온 선박 2척이 사실상 중국 선박이며 이들 선박들은 약 4개월 뒤 한국에서 안전검사를 받았지만, 억류 조치 없이 풀려났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OA)가 18일 보도했다.

VOA는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연례 보고서 수정본을 인용해 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2일과 11일 각각 인천과 포항에서 환적됐다면서 북한산 석탄은 러시아 극동 사할린 남부의 홀름스크 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한 것으로 전했다.

VOA는 북한 선박인 릉라2호와 을지봉6호, 은봉2호, 토고 선적의 유위안호는 지난해 7~9월 총 6차례 북한 원산과 청진 항에서 석탄을 싣고 러시아 홀름스크 항으로 향했고 홀름스크 항에 하역된 석탄은 파나마 선적인 스카이 엔젤 호와 시에라리온 선적의 리치 글로리 호 등에 옮겨 실려 제3국으로 출발했다고 보고서가 밝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2일 스카이 엔젤 호에 실린 북한산 석탄이 인천에 도착했으며 10월11일에는 리치 글로리 호가 북한산 석탄 총 5000t을 싣고 포항에 정박했는데 포항에 도착한 석탄은 t당 65달러씩 32만5000달러에 이른다고 VOA는 보도했다.

VOA는 이날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가 문제의 선박 2척의 선주를 중국 회사로 지목하고 있다면서 이들 선박들의 등록서류에는 중국 랴오닝성 다이롄에 주소지를 둔 회사가 선주로 명시돼 있다고  전했다.

 ‘스카이 엔젤’ 호의 소유주는 ‘다이롄 스카이 오션 인터네셔널 쉬핑 에이전시’로 주소는 다이롄 중산구의 한 멘션이며 ‘리치 글로리’ 호의 소유주인 ‘싼허 마린’ 역시 다이롄의 사허커우 구의 한 사무실을 주소지로 등록했다는 것이다.

VOA는 문제의 선박들은 제 3국에 등록돼 운항하는 편의치적 방식이 이용됐지만, 실제 운영은 중국 회사가 하고 있었으며 파나마 선적이었던 ‘스카이 엔젤’ 호는 지난 4월 이후 바나투로 선적을 바꿔 운항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VOA는 또 문제의 선박 2척은 지난해 10월 한국에 석탄을 하역한 이후에도 한국 항구에 다시 입항했는데도 억류되지 않았다고 지적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리치 글로리’ 호와 ‘스카이 엔젤’ 호는 각각 지난 2월20일과 21일 인천과 군산 항에서 안전검사를 받았다.

안보리는 지난해 12월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에 연루됐거나 불법 품목을 운반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선박에 대해 유엔 회원국이 억류와 검사, 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아무런 제재 없이 풀려난 것이다. 이들 선박들이 한국에 재입항한 시점은 억류 조치가 가능해진 결의 2397호 채택 이후여서  한국 정부는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VOA는 ‘스카이 엔젤’ 호는 16일까지 중국 바위취안 항에 머무른 뒤 현재 공해상으로 사라졌고 ‘리치 글로리’ 호도 17일 현재 일본 하리마 항에 정박 중이지만 억류당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