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오픈 이노베이션은 사업의 무경계 현상과 관련이 깊다. 하나의 업종에 몸 담은 기업이 다양한 업종의 서비스를 충족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으며, 서비스의 넓이와 깊이도 예전과 비교해 크고 깊어졌다. 연합과 합종연횡을 추진하며 파트너를 확보하고 오픈 생태계에 참여해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있게 됐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개념은 2010년대 처음 등장한 후 몇 번의 변곡점을 돌아 현재 업계에 안착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빛과 그림자도 더욱 선명해졌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집단지성의 개념과 깊은 관계가 있다. 브레인스토밍을 중심에 두고 많은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프로세스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단지성이 불특정 다수가 모인 스팟성 플랫폼 전략이라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과 기업, 혹은 조직과 조직이 각자의 생태계를 열고 강력한 화학적 시너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더욱 목표 지향적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가 대세로 떠올랐지만, ‘지금까지 많은 기업과 조직들이 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지 않았나’라는 질문도 던져볼 필요가 있다. 협력과 합종연횡이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점은 동서고금의 진리지만, 많은 조직이 선뜻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지 않은 이유를 알아야 새로운 시대의 그림자를 빠르게 걷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실 문제가 있다. 대기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추구할 수 있는 실력과 인프라, 의지가 충분하지만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려고 해도 마땅한 네트워크를 찾기가 어렵다.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한 후 40대에 퇴직해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설립한 A씨는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스타트업을 창업해 그나마 다른 사람들보다 사정이 괜찮았지만, 막상 스타트업을 창업해 개방형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외부 파트너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아직 외부에서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과 같은 중소기업에게 오픈 이노베이션은 먼 나라 이야기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와 관련 업계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전제로 한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마련해 각 플레이어들의 유기 결합을 끌어내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플랫폼 종속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치로 두 회사가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자칫 핵심 플랫폼이 파트너의 하위 플랫폼으로 작동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사례가 의미심장하다. LG전자는 인공지능 전략에서 구글과 아마존의 인공지능을 적극 체화하고 있다. 전형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플랫폼 가치 극대화를 노리겠다는 의지지만 자칫 플랫폼 경쟁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투트랙 전략으로 플랫폼 종속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복안이다. LG전자 측은 “씽큐로 대표되는 자체 인공지능 전략과 아마존, 구글의 인공지능 경쟁력을 더해 일종의 시너지를 내는 개념이기 때문에 플랫폼 종속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단언했다.

기술유출과 보안 등의 문제도 풀어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점으로 두 회사가 만나 각자의 생태계를 개방하는 순간, 민감한 보안 유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플랫폼과 플랫폼을 연결하며 각 회사가 가진 100%의 경쟁력을 모두 동원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보안기술 탈취 논란이 불거질 경우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엄청난 재앙이 된다.

사전에 논란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클라우드 업체의 사례가 좋은 사례다. 클라우드 업체들은 초기 고객사를 유치하며 고객사의 기밀 유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고안했다. 프라이빗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을 통해 데이터의 유출을 막아내는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나서는 기업들도 각자의 플랫폼을 연결하기 전 반드시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구사하며 행복한 동행에 나서도, 플랫폼 종속이나 보안 등의 이유로 분쟁이 벌어지면 법적인 문제가 불거지는 사례도 종종 생긴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다. 핀테크 스타트업 한국NFC는 지난 6월 코리아크레딧뷰로(KCB)를 자사 기술 유용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한때 두 기업은 신용카드 본인인증 기술 활용을 두고 협력했으나 한국NFC는 KCB가 자사 기술만 탈취하고 파트너십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는 주장이다.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까지 나서 KCB를 규탄하며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KCB는 한국NFC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두 기업의 사례를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큰 틀에 담기에 어렵지만, 협력과 시너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보여주는 장밋빛 미래 발 밑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오픈 이노베이션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협력과 연합이 주는 달콤한 과실을 이해하면서도 지금까지 선뜻 오픈 이노베이션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은 물론 정부, 모든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새로운 트렌드임은 틀림없다. 하나의 조직으로는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고 대응해야 할 전략도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아웃소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명백한 한계를 절감했고, 지금은 장기 관점에서 일종의 파트너십을 추구하고 있다. 콘텐츠만 가지고 있는 기업이 플랫폼 기업과 연합해 ‘콘텐츠+플랫폼’을 원하는 시대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시대다. 시장은 넓고 깊어졌으며 예상할 수 없는 바다의 풍랑과 닮았다. 많은 위험요소가 산적했지만 그럼에도, 오픈 이노베이션이 화두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