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2019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인상된 시간 급여 8530원으로 결정된 것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과거 사회 반목이 갑(대기업·경영자)과 을(중소기업·근로자)의 대결구도였다면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논쟁은 사상 초유의 을(중소기업)과 을(근로자)의 반목이 염려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일련의 논란을 예상했으면서도 사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책임을 돌리고 있는 정부의 남 탓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확정된 직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정부 부처 중에서 가장 먼저 대응책을 이야기했다. 이 자리에서 공정위 김상조 위원장은 “중소기업이나 가맹점주들의 부담감을 덜기 위해 가맹본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면서 “음식·편의점 등 주요 분야 가맹본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이 같은 대응은 현재 상황에 대한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방안으로 회자되며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 주요 편의점 가맹본부들은 이미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주들의 비용 부담 가중을 대비하기 위한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 상생방안에는 가맹 계약 단계에서 점주가 점포 운영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일정 시간 이상 점포 운영 시 전기요금 지원, 폐기상품 처리비용 지원 등 다양한 부담 경감 방안이 포함돼있다. 그런가하면 가맹본사가 가맹점주 자녀들의 학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한 브랜드도 있었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업계 1위 편의점 브랜드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약 800억원을,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약 750억원을 상생방안을 위한 예산으로 편성하고 올 한 해 동안 지출하고 있다. 지난해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의 전체 영업이익은 각각 2000억원과 165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각 편의점들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성인제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모든 편의점 가맹 본사가 점포 수익의 35%를 가져가는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각 편의점 가맹 본사의 계약 조건은 편의점마다 다르고 지금은 점주가 원하는 운영 방법에 최대한 맞춰 협상한다”고 말했다. 

임금 변화와 관계없이 편의점주들의 점포 운영에 가장 부담이 되고 있는 문제는 카드 수수료와 임대료 문제다. 이 문제는 꽤 오랫동안 지적돼왔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편의점의 카드결제 수수료는 2.5%(연매출 5억원 이상)다. 대형마트 0.7%, 주유소 1.5%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편의점 업계는 세금이 70% 이상인 담배 매출이 포함돼 과대 계상된 점포 수익에 적용된 카드 수수료 기준에 대해 문제점을 꾸준하게 지적해왔다. 같은 맥락으로 비싼 임대료 문제 역시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지난 1년 소규모 상가 평균 임대료는 3.3㎡당 7만587원에서 6만8937원으로 약 2.3% 하락했다. 그러나 이전까지 오를 대로 올라버린 임대료가 단 몇% 내려간다고 해서 현재 점포를 운영 중인 점주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임대료는 오히려 0.36%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정부는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경영이 타격받고 고용이 감소하지 않도록 일자리 안정자금뿐 아니라 상가임대차보호, 합리적인 카드 수수료와 가맹점 보호 등 조속한 후속보완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인천에서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 김성민 씨(57, 가명)는 “올해 최저임금을 한 차례 인상하면서 이미 수없이 제기된 문제들임에도 그에 대한 해결책 없이 또 최저임금을 일단 올리고 보는 것은 대체 무슨 속셈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나 가맹사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은 확실히 늘어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현재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음에도 오히려 기업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