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17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연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출처 = 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박자연 기자]정부는 17일 올해 안해 국민연금의 배당관련 주주활동을 개선하고 의결권 행사를 사전공시 하며, 주주대표 소송의 근거를 마련하고 손해배상 소송 요건 명문화 작업을 완료하기로 하는 등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주주활동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와 경영참여가 아직도 소극적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를 열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복지부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수렴하고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를 심의·의결해 확정할 계획이다.

복지부가 공개한 일정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안에 ▲ 배당관련 주주활동 개선 ▲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 ▲ 주주대표 소송 근거 마련 ▲ 손해배상 소송 요건 명문화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에는  중점관리사안 추가 선정·확대,  기업과 비공개 대화 확대,  이사회 구성·운영, 이사, 감사선임 등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위탁운용사 활용한 주주활동 확대 등이 이뤄진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지침을 말한다.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와 같은 투자자는 큰 집안의 일을 맡은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이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최선을 다해 관리, 운용해야 한다는 규범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연금의 주인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을 갖고 주주활동을 하도록 규정한 규범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인 635조원을 굴리면서도 소극적인 주주권리 행사로 '주총 거수기'라는 오명을 안았다.

최경일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주주가치 훼손 우려 기업과의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대화가 가능해 기금의 장기수익 제고와 기금자산의 보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이 비교적 일관되게 기업 가치를 향상한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권한 범위를 두고 오간 상반된 주장이 오갔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교수는 “경영권 참여가 문제이고,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만을 보호하는 안이라면 자본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국민연금이든 수임기관이든 관리 감독할 주체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금가입자 아닌 일반 주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독립된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기업의 시선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자체에는 찬성한다”면서도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에 한해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자칫하면 ‘연금사회주의’의 측면도 가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 전무는 “가장 걱정하는 점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표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국민연금이 다른 투자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용건 연금행동 집행위원장은 “글로벌 기준에 비해 대단히 늦은 도입”이라고 전제하고  “재벌이 이렇게 큰 나라에서 연금사회주의는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막대한 피해를 본 사례는 단순히 기업의 재무적 요소 때문만이 아니었다”면서 “더 이상 재무적·비재무적 요소가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 중심의 주주권이라는 기본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여론 호도가 심각하다”면서 “일부 보수 진영에서 전통적인 주주행동주의, 즉 단기간 수익 ‘뻥튀기’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동일시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 독립화에 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나왔지만, 국회 협상력의 문제, 부처간 이기주의가 극심해 나아가지 못 했다”고 비판했다. 

 

 
 
▲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이 17일 발표한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원칙별, 연도별 로드맵. 출처 =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