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관세율이 10%가 되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0.6%감소하고, 고용이 15만 8000명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자칫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최악의 경우까지 갈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과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은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서 연 ‘미·중 통상전쟁과 대응전략 긴급세미나’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의 미중 무역전쟁 전망과 한국의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미중 무역전쟁 시나리오별 한국 영향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날 미중 무역전쟁의 시나리오별 한국 무역 영향을 분석했다. 주 실장은 ▲미·중간 통상분쟁에만 국한되는 경우 ▲세계 관세전쟁으로 확대되는 경우 ▲중국 경제 위기 발생 경우 등 3가지 시나리오로 한국 무역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주 실장은 양국간 분쟁에만 국한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 중국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은 78.9%인데 한국의 중국 중간재 수출이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경우는 대중 중간재 수출의 5%정도로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면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수출에 피해를 줄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관세전쟁으로 확대됐을 경우의 피해는 1930년대 미국의 스무트-홀리 법안으로 세계 관세율이 60%로 급등했을 시기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주 실장은 설명했다. 그는 “스무트-홀리 법안 이후 세계교역이 3분의1 수준으로 줄었고,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세계 산업생산과 고용이 급감했다”면서 “만약 세계 평균관세율이 현재 4.8%에서 10%로 상승했을 경우 한국의 GDP는 0.6%, 고용은 15만 8000명이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면 한국의 무역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주 실장은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올해 상반기에 26.7%로 지난해보다 높아진 상황이고, 전체 경상흑자의 절반 정도를 중국과 대외거래를 통해 획득하는 만큼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최악의 무역환경...세계무역 60%이상 감소 가능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재 무역상황이 ‘세계 2차대전 이후 최악’이라면서 자칫 1930년대 발생했던 대공황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전의 보호무역주의 약속을 당선 후에도 거의 다 실현하면서 TPP탈퇴, NAFTA 재협상, 한미FTA 재협상을 포함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이제 자동차에까지 추가 관세를 물리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은 최악의 경우 반도체 추가 관세까지 확대될 수 있기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현재 트럼프는 한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동맹국을 막론하고 무역을 해서 흑자를 남기는 나라는 무조건 미국에 무임승차해서 무역흑자를 본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큰 문제는 이를 개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체제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장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와의 대담을 예로 들면서 무역전쟁의 부정 영향을 언급했다. 그는 “크루그먼 교수는 세계 무역전쟁시 세계무역의 60%이상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고, 관세율과 무역량을 비교했는데 전 세계의 평균 관세율이 40%대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만약 40%대로 관세율이 높아지면 한국의 무역규모는 67%가량 감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 대공황 당시 세계 경제 지표. 출처=현대경제연구원

미중 무역전쟁의 근본원인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미중 무역전쟁의 근본 원인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원장은 “미국이 중국을 소프트웨어 무단복제, 가짜 상품 생산, 해킹 등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6000억달러 정도 했다고 평가한 후 중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 무역전쟁의 근본 원인”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미국은 중국이 3000억달러에서 4000억달러 정도의 대미 흑자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중국은 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를 시작할 때 지분을 50%이상 갖지 못하게 하고 언제나 합작투자라는 투자정책을 쓰고 원천기술 강제 이전 강요까지 하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기업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기업에게도 동일한 골칫거리”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지나친 정부보조금 지급으로 특정 산업에서 과잉 설비와 생산이 조장된다는 점도 중국의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 17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미중 통상전쟁과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미국 대응 방식도 문제

박 원장은 중국의 미국 지적재산권 침해가 문제긴 하지만 미국이 이에 대응하는 방식도 매끄러운 방식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미국이 안보를 근거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들어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는 WTO규범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조항을 보면 안보를 근거로 삼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비상식적이고 급박한 상황이어야 하는데 현재 미국이 그런 상황은 아닌거 같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무역질서가 재편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WTO에서 거대 무역국가가 아닌 한국, 캐나다, 호주와 같은 중견국가들이 중심이 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WTO개혁안을 통해 무역질서를 만들어 가야 한다”면서 “미래 세계무역질서는 WTO 중심의 다자체제 혹은 WTO내 복수 국가간 협정을 통해 여러 방식들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의 대응전략은?

미중 무역전쟁의 대응책으로는 WTO를 활용한 방안이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박사는 “미국은 WTO에 대해 무력화 정책을 쓰면서도 자신들의 불만을 계속 예기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중국도 미국에 대해 WTO에 적극 어필하고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미중무역전쟁을 완충시킬 수 있는 것이 WTO고 중국에 명분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WTO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원 실장은 “중국 실물경제의 방향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대외 리스크 조기경보 시스템 실행 능력을 점검하고, 대외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 한국경제 자체의 펀더멘틀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신시장 발굴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대외 경제위기가 국내로 전염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