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교의 생리학자 마크 포스트교수가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실험실에서 배양한 고기로 만든 버거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 Mosa Mea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독일 제약회사 머크(Merck KGaA)와 유럽의 육가공 대기업이 가축 세포에서 쇠고기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을 후원하면서, 세포 배양 기술이 세계 육류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머크의 벤처 투자단과 스위스 바젤의 육가공업체 벨푸드그룹(Bell Food Group)이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모사 미트(Mosa Meat)에 880만달러(100억원)를 투자함으로써, 전통적으로 가축과 가금류에서 고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 자원의 일부만 가지고도 고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이 회사가 전 세계 육류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한층 힘을 받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사 미트를 비롯한 세포 배양 고기 업체들은 아직 제품을 팔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신기술은 벌써 카길(Cargill)이나 타이슨 푸즈(Tyson Foods) 같은 미국 육류 가공 대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이끌어 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신기술에 대해 목축업자나 돼지 사육자들의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이 기술을 전통적인 햄버거와 돼지고기를 실험실에서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고 있다.

모사 미트는 2013년 세계 최초의 실험실 배양 버거를 선보인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교(Maastricht University)의 생리학자 마크 포스트 교수와 이 대학의 식품 기술자 피터 베르스트라트가 이끄는 회사다. 포스트 교수의 프로토 타입 햄버거는 개발에 33만달러(3억7000만원)가 들었지만, 이 프로젝트로 포스트 교수는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자금 지원을 받아 모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세포 배양을 산업 규모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확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요.”

▲ 스스로 번식할 수 있는 가축 또는 가금류의 세포를 분리해 발효조와 비슷한, 방 크기 만한 바이오리액터(bioreactor) 탱크에 넣고 산소, 설탕, 미네랄 같은 영양분을 공급하면 몇 주 후 수확할 수 있을 정도의 골격근으로 성장한다.     출처= Food Navigator

세포 배양 고기 업체는 스스로 번식할 수 있는 가축 또는 가금류의 세포를 분리해 발효조와 비슷한, 방 크기만 한 바이오리액터(Bioreactor) 탱크에 배치한다. 세포는 산소, 설탕, 미네랄 같은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몇 주 후에는 수확할 수 있을 정도의 골격근으로 성장한다. 이렇게 성장한 고기들이 미트볼이나 뼈 없는 치킨 살코기가 되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농무부(USDA)는 이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주목하는 가운데 동물 세포에서 자란 고기에 대한 규제 감독 문제도 계속 논의되고 있다. 일부 가축 단체들은 전통의 방식으로 양육되고 도축된 가축에게만 ‘고기’라는 단어를 쓸 수 있도록 제한하는 법률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이 기술이 기존 육류 산업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육류 회사들도 세계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기존의 농업 시스템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공금하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 이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모사의 알렉산더 호프만 대표는 머크의 M 벤처 사업부가 주도하는 이번 투자가 식품 산업에서는 최초의 시도라며, 머크가 자본 투자 외에 모사에 세포 배양 기술에 필요한 회사의 전문 지식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사는 현재 파일럿 공장을 세울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이 공장을 갖추면 2021년에는 유럽의 레스토랑에 모사미트가 만든 고기를 버거당 10달러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모스트 교수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