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 파크센터에서 만나 5G 시대을 맞아 통신3사의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자는데 합의했다.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 들은 5G 상용화에 맞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LG유플러스는 당초 권영수 부회장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이사회 결정으로 LG유플러스의 대표이사가 된 하현회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논란이 되고있는 화웨이 통신장비 활용을 두고 표면적인 논의는 없었으나, 유 장관과 통신3사 CEO들은 이와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후문이다.

유 장관은 1월과 2월 연속으로 간담회를 열어 내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맞이하는 통신3사의 로드맵을 점검한 바 있다. 유 장관은 "이번 간담회는 5G 시대를 맞아 정부가 할 일과 민간이 할 일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정책방향을 미리 공유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업계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5G 시대를 맞아 통신3사가 불필요한 경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말이 나왔다. 유 장관은 "코리아 5G 데이를 통해 통신3사가 공동으로 5G 서비스를 개시하기로 했다"면서 "최초 경쟁을 지양하고 통신3사가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4G LTE 시절 통신3사는 '국내 최초, 세계 최초 LTE 서비스'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무리한 인프라 건설에 나서는 한편, 과다 마케팅은 물론 감정적인 소송전까지 벌인 바 있다. 5G 시대에는 4G LTE 시절의 소모적인 분쟁을 걷어내고 '최초'라는 말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5G 인프라 구축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유 장관은 5G 상용화를 통해 업계의 동반성장을 주문했다. 유 장관은 "내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통해 관련 산업의 시장 선점효과를 업계도 충분히 누려야 할 것"이라면서 "동반성장과 중소기업과의 상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계통신비 논란을 두고는 "일반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 경감에도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5G 시대를 맞아 가계통신비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통신3사가 가계통신비 조절에도 나서달라는 의미다. 유 장관은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만들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5G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 단말기 등도 중요한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3사 CEO들은 5G 시대를 맞아 정부의 지원을 부탁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네트워크를 넘어 5G 생태계 전반에서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황창규 KT 회장은 "정부가 세금혜택이나 망 중립성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통신사 CEO 공식 데뷔전을 치즌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상적인 5G 서비스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화웨이 통신장비 활용을 두고는 묘한 장면도 여럿 나왔다.

유 장관은 보안 논란이 끊이지 않는 화웨이 장비를 통신사들이 활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열린 MWC 2018 상하이에서도 국내 통신사의 화웨이 장비 활용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7일 간담회에서는 직접적으로 화웨이와 관련된 말이 나오지 않았으나, 유 장관의 불편한 심기는 잘 드러났다는 후문이다. 유 장관은 5G 시장을 두고 "대한민국이 1등, 세계 최초"라는 단어를 쓰며 순수 토종기술의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현재 통신3사 중 LG유플러스는 노키아 등과 함께 화웨이 장비 사용을 공언한 상태다. 최근 삼성전자가 3.5GHz 대역 주파수 장비를 전격 공개하는 등 국산 통신장비 선택지가 생겼기 때문에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LG유플러스의 전격적인 선택을 우회 압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사들은 일반적으로 장비업체를 선정할 때 2, 3개의 기업을 선정하기 때문에 5G 장비를 100% 토종기업으로 채울 수 없다. 그러나 비율을 조절하는 것은 가능하다. 통신3사 모두 LTE와의 호환을 검토해 5G 장비를 결정하며, 이 과정에서 일찌감치 화웨이 장비 사용을 결정한 LG유플러스의 선택에 시선이 집중된다.

유 장관이 주파수 경매가 종료된 후 통신장비 발주에 돌입한 통신사를 향해 "정부가 예측 가능한 일정을 제시했기 때문에 기업도 잘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장비업체 선정에 충분한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각 통신사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SK텔레콤과 KT는 통신장비업체 선정과 관련해 명확한 코멘트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LG유플러스는 화웨이 통신장비를 일부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LG유플러스 시각에서 보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여지도 있다. 화웨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에 크게 뒤지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최강자인데다 낮은 가격에 우수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두 회사는 4G LTE 시대를 맞아 협력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5G 인프라 호환성도 충족된다. 무엇보다 LG유플러스는 3위 이동통신 사업자로서 5G 시대를 맞아 판을 적극적으로 흔들어야 '뒤집기'에 나설 수 있다. 1위, 2위 사업자와 동일한 방식으로는 절대 언더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만연해진 반 중국 정서와 중국 기업의 강력한 국내 진출 러시에 따른 위기감 등이 고조되는 장면이다. 여기에 화웨이 보안 이슈와 맞물리며 LG유플러스의 선택에 과도한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마저 화웨이 장비 도입에 회의적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상철 전 부회장이 중국 화웨이 고문으로 이동한 사실까지 거론하며 'LG유플러스=화웨이 길잡이'라는 극단적인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연합하며 국내 콘텐츠 업계의 위기감이 증폭되자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새로운 수장이 된 하현회 부회장의 결단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오랫동안 디스플레이 전문가로 활동했던 하 부회장은 통신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당분간 권영수 체제가 구축한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통신3사가 5G 시대를 맞아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자는 협약까지 맺은 가운데, 화웨이와 관련된 비판이 고조될 경우 극적인 반전을 보여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