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금융감독원이 이달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두달을 맞아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며 금융감독 강화 고삐를 죄고 있다. 소비자보호가 허술한 금융회사는 그 명단을 공개하고 평가 결과 하위권 회사는 종함검사도 하겠다는 방침이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제도 등에도 집중한다. 최근 채용비리와 대출금리 조작, 삼성증권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등으로 홍역을 치른 금융회사들은 부담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감독혁신 방안은  △금융시스템 안정성 확보 △자영업자‧서민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 △투명‧공정한 금융시장 질서 확립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 △금융감독 역량 강화 등 5대 부문, 17대 핵심과제로 구성돼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출처=금융감독원

금감원 종합검사란 특정 금융사를 지정해 통상 15~20영업일간 검사 인력을 투입해 문제가 있는지 집중 들여다보는 검사로 올해 3년 만에 부활된다. 

금융당국은 이번부터 고령층이나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추가로 평가하고 9월부터는 은행들이 파는 각종 투자상품의 불완전 판매 여부도 점검한다. 내년에는 상대평가를 도입해 종합등급을 매기고 평가 등급이 낮은 회사는 종합검사 등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하반기 대출금리 부당부과 조사를 모든 은행으로 확대하고, 부당 영업행위 발견 시 환급과 제재를 가한다. 대출금리 운영체계를 심도있게 점검하고, 특히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게 과도한 금리를 부과했는지를 보고 있다. 

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의 대출 영업실태를 공개하고, 단기수익 추구를 위해 특정상품의 판매실적 경쟁 등을 없애기 위한 은행 핵심성과지표(KPI) 평가체계를 개선한다.  9월에는 특정금전신탁‧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투자상품의 투자자보호 쟁점사항을 분석하고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민원이 적지 않은 보험상품 영업행위도 감독을 강화한다. 

금융위원회 역시 금융소비자 보호에 속도를 낼 계획으로 소비자보호를 중심으로 금융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한다. 지난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위원회와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소비자보호 전문인력을 추가배치해 민원‧분쟁을 신속히 처리하는 등 민원인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달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목표를 설정해 금융권 가계부채 총량(總量)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권역별 관리목표는 은행 7~8%, 보험‧저축은행‧상호‧여전사 등이 5~7% 비율이다. 관리목표를 초과한 금융사는 경영진 면담, 현장점검, 업무협약 체결 등을 통해 집중 점검한다.

또한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규제 회피를 위한 신용대출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전세자금대출 등도 관리를 강화하고, 차주의 상환능력을 정교하게 반영하는 DSR 제도를 가계대출 관리의 중심축으로 정착시킨다. DSR 포트폴리오 관리지표는 은행은 올해 10월부터,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내년 상반기 도입한다.

개인사업자대출·부동산 리스크관리 강화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개인사업자대출 확대가 초래할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부동산임대업대출 증가 규모를 주기로 점검하기로 했다. 개인사업자대출 리스크를 종합‧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도 2금융권까지 확대한다. 지난 3월 은행에 먼저 도입한 후 이달 23일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오는 10월에는 저축은행‧여전사로 확대된다.

가계 대출 증감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이밖에 시장금리 상승, 집값 하락 등에 대비해 올해 하반기 가계부채 위기관리 매뉴얼(manual)을 마련한다. 위기단계별로 금리 상승에 취약한 차주 그룹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금융회사 건전성 유지 등 대응계획을 수립하겠단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 차주의 이자부담을 덜 수 있는 금리상한 주택담보대출이 확대되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에 금리상한 옵션이 부가된 상품으로 대출의 기준금리가 상승해도 일정한도 내에서 금리 상승을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역전세난에 따른 전세자금대출 차주(세입자)의 피해방지를 위해 전세자금 반환보증을 활성화한다. 상환보증은 전세보증금 중 전세자금대출 금액만 돌려받을 수 있는 반면, 반환보증은 임차인이 보증기관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전액을 수급할 수 있다.

또한 부동산 관련 펀드‧신탁‧유동화증권 등 그림자금융을 포함한 전 금융권 부동산 익스포져(노출액)를 종합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난해말 기준 부동산펀드는 59조8000억원, 차입형토지신탁 7조4000억원, 프로젝트(PF)유동화증권 5조6000억원 규모다.

스트레스테스트를 벌여 부동산 경기 하락 등이 부동산 익스포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하고, 금융권 익스포져 유형별로 손실흡수능력을 높이기 위한 맞춤형 리스크관리 강화 방안도 마련한다. 특히 과도한 부동산 투‧융자에 따른 거품경제 형성을 억제하기 위해 충당금적립률 상향 등 건전성규제를 지속 정비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흥국 경제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등 대외리스크의 발생별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밀착 모니터링할 것"이라면서 "리스크에 영향을 받는 국내 금융시장, 가계‧기업, 부동산시장 등의 위험노출 현황을 분석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올해 하반기 금융사의 외화차입금, 외화유가증권‧파생상품‧부동산 투자 등 외화자산 운용과 해외점포의 대출‧차입 동향을 종합 점검한다.

금융시장 충격을 유발하는 이상 징후 포착시 사전에 수립된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스트레스 상황 하에서 금융회사의 복원력을 평가하기 위한 금감원의 거시건전성 스트레스테스트 모형(STARS-Ⅱ)을 고도화한다.

회계기준 대비 보험감독 제도 정비

금감원은 지난 6월 실효된 '기촉법'에 대응해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근거한 상시평가 운영협약 등을 통해 대기업‧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하고, 모든 금융기관이 참여 가능한 협약 제정, 기존 채권은행 협약 개정 등 대안을 마련해 워크아웃 제도의 공백을 보완할 방침이다.

오는 2022년 시행되는 바젤Ⅲ 규제개혁안의 원활한 국내도입을 위해 도입영향 분석(QIS)과 관련 감독제도 정비 등을 추진한다. 시스템상 중요한 은행‧은행지주(D-SIB) 지정을 위한 중요도 평가지표 개편방안을 검토하고, 부문별 경기대응 완충자본(SCCyB)을 도입한다.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는 오는 2021년 시행되는 IFRS17에 대비해 보험사 재무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감독제도를 전면 정비하고, 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보험사의 부채증가 규모를 파악하고 급격한 자본감소가 예상되는 회사에 대해서는 자본확충을 유도한다. 보험사 리스크의 정밀한 측정을 위해 2020년 신(新)지급여력 제도(K-ICS)를 도입하고 경영실태평가(RAAS)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출처=현대차증권

금감원은 또 지난 2일 최종안이 발표된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바탕으로 자본규제‧그룹위험 실태평가 기준 등을 마련해 '통합그룹감독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내달부터 금융그룹의 모범규준 이행상황과 위험관리실태를 현장점검하고 통합감독 시스템의 개선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금융사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종합검사는 확실히 부담되는 사항"이라면서 "우리도 당국의 정책에 맞춰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