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남북 화해 흐름에 따라 대북 경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16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연 ‘남북경제관계 정상화 전문가 공개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의 위험성이 있지만 지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국 기업을 지원키로 했다.대북정세 변화 속에 국내 몇몇 대기업들도 사내에 대북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남북경제관계 정상화 전문가 공개토론회가 16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렸다. 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

정치 위험·법과 제도 안정성 부족

북한 투자시 위험성으로는 정치 위험과 전력, 철도, 도로, 항만 등 인프라 수준이 낮다는 점이 꼽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남북한이 정치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 국가와 관계와는 다른 리스크가 존재한다”면서 “투자 보장이나 과실 송금 관련해 신뢰성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남북경협을 추진하는 데 남북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일이 너무 많은데 이는 북한 체제 특성상 남한과 같은 민간 분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라면서 “민간 분야의 모자를 쓰고 있지만 결국에는 당이나 군대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북한 기업이어서 북한과의 경협은 기업간거래(B2B)라기보다는 기업정부거래(B2G)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경협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문제점도 언급됐다. 이 변호사는 “일반적인 시장경제체제에서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하겠다라는 것이 나와 있지만 북한과의 계약서는 관할하는 법원이나 분쟁해결기구를 둘 수 없기에 당사자간 협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대북투자시 중요한 체크포인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위험 있지만 대북투자 지속 필요

이 변호사는 위험성이 있지만 대북 투자는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김정은 체제의 경제가 김정일 경제보다 개선되고 있고 일각에서는 경제성장률을 연간 7%까지 보는 시선도 있다”면서 “우리의 시장개념인 장마당이 이미 정착돼 있는 만큼 북한경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대북 투자 지속의 이유”라고 말했다.

위험 관리도 가능하다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도 제도화를 통한 위험 관리를 강조했고, 기업들마다 경협 TF를 구성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과의 경협 위험 관리서 중요한 포인트”라면서 “기업들도 자기 회사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해 점진적으로 전문가 조언을 받으며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CEPA(경제협력강화약정)으로 남북경협 틀 만들어야

CEPA를 남북간 체결해 점진적으로 경제협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과 홍콩이 2003년 맺었던 CEPA는 CEPA1 체결 후 CEPA13까지 약정을 발전시키면서 상품무역, 서비스무역, 무역과 투자 편리화조치로 점진적으로 개방 폭이 확대됐다”면서 “중국과 대만간의 경제협력 약정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정치 갈등으로 사실상 실패로 끝난 반면 중국 홍콩은 성공했기에 이 모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EPA를 통해 점진적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남북한 FTA로 가야 한다고도 임 위원은 주장했다. 임 위원은 “FTA를 당장 시행하기에는 남북한 경제력차이가 너무 크다”면서도 “결국에는 무관세 거래, 북한 시장접근시 규정 추가, 남북경협의 포괄적 제도화 측면에서 남북 FTA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위원은 남북한 경협 관련 협정에서 국회 동의도 강조했다. 임 위원은 “남북간 경제협약을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치하면 무용지물이 되는 만큼 국회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처음에는 엉성하더라도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합의를 한 후 깊이를 더해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위원 이어 “남북경협의 시작과 속도는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문제에 따라 달라지기에 한국 정부만이 돌파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남북경협이 닥쳤을 때 기존 방식을 답습할 수 없기에 제도 부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북투자 위험관리 10대 체크포인트. 출처=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정부 “엄중한 상황이지만 노력할 것”

정부는 현재 남북경협이 엄중한 상황이지만 단계적으로 경협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혜성 통일부 남북경협과장은 “남북간의 경제가 과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서 “북한의 경제상황에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있는 것은 맞지만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경협 제도화 등 남북간의 논의를 지속해나가겠다는 의지는 피력했다. 신 과장은 “철도, 도로 회담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제도화를 위한 노력을 남북이 하고 있다”면서 “지식공유사업이나 인적교류 등을 통해 북한의 우리 경제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들 대북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관심 많아져

대북정세 변화 속에 국내 몇몇 대기업들도 사내에 대북사업 TF를 구성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북 경협과 관련해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은 최근 열린 경협 관련 세미나를 가 봐도 알 수 있다”면서 “기업관계자들과 일반인들에게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자리가 꽉꽉 차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이어 “국내 몇몇 대기업에서도 대북 관련 사업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과거 대북 경협때 기업의 분위기와는 다르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기업들의 원활한 대북경협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홍 위원은 “정부는 기업들이 북한과 경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잘 조성해줘야 하는데 지방 분권화 시대인 만큼 지방자치단체들도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해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국 기업도 북한과의 경협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호 변호사는 “외국 기업들이 북한의 법과 제도 등 현장에서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자문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과거 유럽의 몇몇 기업이 북한에 직접 투자를 해 기업활동을 했지만 회사의 운영, 회계 등을 제대로 파악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도 있기에 외국 기업들도 북한의 법과 제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