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16일 상암 DMC 첨단산업센터 7층 세미나 포럼실에서 열린 국가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기본구상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들 삶의 질을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도시가 어떻게 생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 정재승 세종5-1생활권 MP(총괄기획가)

“누가 이 도시에 사느냐에 따라서 도시가 가는 방향이 달라지는 만큼 스마트시티에 누가 있도록 할 것인지에 주안점을 두고 접근을 할 것입니다” - 천재원 부산 에코델타시티 MP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의 본격 추진을 위한 밑바탕이 공개됐다.  세종과 부산 스마트시티는 2019년 하반기 공사에 착수해 2021년 중으로 입주를 개시한다는 목표다. 향후 5년 안에 4차 산업혁명을 누릴 수 있는 국내 첫 스마트시티가 베일을 벗는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16일 오후 2시 상암 DMC첨단산업센터에서 시범도시 마스터플래너(MP), 유관부처, 세종시·부산시 지자체 관계자, 사업시행자(LH·K-Water)와 함께 국가 시범도시 기본구상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된 기본구상을 시작으로 논의를 시작해 올 연말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기본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에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4차산업혁명 기술을 담아내는 플랫폼”이라며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맘큼 오늘 기본구상을 바탕으로 ‘사람 중심의 스마트시티’가 성공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는 백지상태의 부지에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신기술을 자유롭게 실증하고 접목해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구현되는 혁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미래 스마트시티 선도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월부터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정부는 지난 2월 5일 기재부 차관 회의를 시작으로 3월 23일 국토부 기조실장 회의, 4월 5일 국토부 장관 주재 기업 간담회, 5월 스마트도시협회 회원 간담회, 7월 5일 벤처기럽협회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시범도시로 선정된 곳은 세종시와 부산시로 이 중 세종 5-1생활권은 세종시 연동면 일원에 위치하는 곳으로 274만1000㎡규모로 계획된 가구수는 11만4000호(29만3000여명) 규모다.

세종 스마트시티 총괄계획을 맞은 정재승 카이스트(KAIST) 교수는 “모호하게 느껴진 4차산업 혁명이 ‘이런 것이구나’ 라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시민체감형 도시’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승 MP는 기존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닌 뇌 공학자로 지난 4월 23일 세종 스마트시티 MP(총괄 계획가)로 선임됐다.

정재승 MP는 세종 스마트시티가 지향하는 가치로 ▲탈물질주의 ▲탈중앙화 ▲스마트 테크놀로지 총 3개로 꼽았다.

정재승 MP는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지만 오프라인에서 길을 걷고 라이프 스타일을 중시하면서 실제로 몸을 부대끼는 온라인의 삶을 추구한다”며 “맨하탄이 아닌 브룩클린을, 강남 마천루가 아닌 서촌이나 북촌 등 스마트시티가 굉장히 친환경적인 외형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왜 사람들이 대도시로 몰리는가 란 의문이 스마트시티의 첫 출발”이라며 “소규모 도시에도 창조적 기회가 많도록 해 사람들이 모이게 하고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세종 스마트시티에 살게 되면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정재승 MP는 세종 스마트시티 추진 방향에 대해 ▲공유 자동차 기반 도시 ▲용도 지역 없는 도시 ▲데이터 기반 도시 운영 ▲혁신경제 생태계 구축 ▲시민과 공동체 참여 등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공유 자동차 기반의 도시를 설계하겠다는 부분이었다. 공유 자동차 기반 도시로 만들 경우 모든 소유 자동차는 세종 501 생활권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주차하고 내부에서는 자율주행차량과 공유차량, 자전거 등을 이용해 이동하게 된다.

정재승 MP는 “공유차량 1대 당 승용차 8.5대의 차량 대체와 보유 억제 효과가 있는 만큼 자율주행까지 가능하다면 도어 투 도어 (Door to door:교통공학서 일반적으로 교통수단으로의 접근을 위한 추가 통행 없이 추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뤄지는 통행을 의미)서비스를 도시 시민이 받게 할 것”이라며 “이 경우 주차장을 집에 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비용이 적게 들고 고스란히 혜택으로 돌아오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유자동차로 이동을 하게 될 경우 기존자동차를 소유한 사람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란 질문에 대해 정재승 MP는 “시범적으로 참여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스마트시티에 오는 것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공유자동차 기반 도시와 함께 이목을 끈 부분은 용도지역이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부분이다.

용도 지역 없는 도시로 계획을 할 경우 기존 지역 지구제에서 탈피해 리빙과 소셜, 퍼블릭으로 구분한 복합용도 개발을 위해 형태 기반 코드(Form Based Code)의 통합적인 도시관리가 적용된다. 리빙 용도는 주택과 사무실, 소규모 근린생활시설, 어린이집, 소규모 공원을, 소셜용도는 중규모 근린생활시설, 유치원, 공원, 소규모 공연장, 체육시설, 퍼블릭 용도에는 학교(초중고 각 2개), 도서관, 전시 및 공연장, 중규모 병원, 마트, 컨벤션 센터 등을 의미한다.

정재승 MP는 “지금까지는 용도지역을 정해놓고 도시를 만들었지만 2차원 평면으로 도시를 보지 않고 3차원으로 어떤 용도들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고려할 것”이라며 “용도가 혼합돼 있고 걸어 다니는 즐거움과 언제든지 가변적으로 특정 기준에 맞게 바꿀 수 있는 유연한 도시를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세종 스마트시티를 데이터 기반의 도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 기반 도시로 운영할 경우 5-1생활권과 기존 생활권에서 장기적이고 집중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해 세종시민에게 데이터분석을 통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스마트시티 기술과 서비스 성공 사례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이를 위해 오픈형 데이터 허브와 도시데이터 분석센터를 구축하고 시범도시와 기존 시가지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할 계획이다. 디지털 트윈 활용으로 최적의 도시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트윈이란 실제 물리적인 자산 대신 소프트에어로 가상화한 자산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해 실제 자산의 특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다. 이와 연계해 스마트시티에서 얻은 정보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블록체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승 MP는 “블록체인은 익명성과 투명성이 장점이기 때문에 스마트시티에서 얻은 정보를 식별하지 못하게 하고 변조나 위조 등 역시 블록체인을 통해 트래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스마트 도시 내에서 시범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다만 현행법 안에서 사람들의 동의를 먼저 받고 진행할 계획이며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혹은 유예시켜주는 제도)를 통해 넓은 범위로 사용이 가능해지면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빅데이터나 드론, 3D프린팅, 암호화폐, 블록체인 등 스마트시티 테크놀로지는 대부분 규제에 묶여 있어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 MP는 “사회적 혁신을 위한 과감한 적용을 위해 한시적으로 세종 스마트시티와 행정 복합도시를 규제 샌드박스로 규정해 다양한 시도와 적용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시에 이어 스마트시티로 선정된 부산에코델타시티는 부산시 강서구 일원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117만7000㎡로 계획된 가구수는 3만여가구, 인구수 7만5100여명에 달한다. 이 중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는 면적 2200㎡, 인구수 8500여명 규모이다. 부산 EDC에코덴타시티는 신성장 산업 기반의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부산EDC 스마트시티 총괄계획을 맡은 천재원 영국 엑센트리 대표는 “에코델타시티는 도시자체로서 접근한 것이 아닌, 철저하게 산업적인 부분에서 접근해 일자리와 연계했다”며 “3차 산업이 제조, 선반, 에너지 등의 산업의 근간이 됐지만 점점 4차 산업 한가운데에 있게 된 만큼 미래 신사업에 연관되는 메인 플랫폼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육성기업가인 천재원 MP는 에코델타시티를 통해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 수 있도록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천재원 MP는 “유니콘 기업 하나가 나오면 중소·중견기업 열 개 이상의 효과를 나타낼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EDC 스마트 시티의 3대 특화 전략은 ▲스마트시티 테크샌드박스 운영을 통해 스마트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해 신성장 산업 기반 일자리 창출 ▲낙동강, 평강천 등 수변공간을 활용해 세계적 도시브랜드 창출·글로벌 매력도 향상 ▲시민참여형 스마트시티 핵심수단으로 등을 내세웠다.

천재원 MP 역시 스마트시티 거주자들이 생활하며 생산된 데이터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강조했다. 또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지역 코인 발행도 언급했다.

천재원 MP는 “스마트시티 내에서에서 구현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지역토큰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시간을 가지고 정부와 계속 논의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