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총자산 기준으로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본격적인 하반기 경영에 들어가며 주가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최근 디지털사업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며 전통적으로 강한 소비자보호, 고객·재테크 캠페인 등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은 부담스런 상황으로 주가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 

16일 보험업계와 삼성생명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총자산은 283조3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생명보험 업황이 좋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유의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보다 31.1% 감소한 3900억원을 기록했다. 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포인트 하락한  304%로 비교적 안정적이며, 신계약가치도 전년 동기 대비 4.8% 상승했다.

삼성생명의 신계약가치와 마진. 출처=삼성생명

올해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은 삼성생명 기업구조조정본부, 삼성카드 경영지원실, 삼성화재 전략영업본부장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삼성생명은 국내 보험사 최초 6년 연속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월드 등급에 편입됐으며, 국가고객만족도 평가도 13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보호 중시하는 보험사

삼성생명은 최근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며 기존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바꿈하고 있다.

삼성생명 인공지능 챗봇 '따봇'. 출처=삼성생명

지난 5월 삼성생명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물어보고 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챗봇 '따봇'을 론칭했다. 1년여의 개발기간을 거친 따봇은 챗봇 2세대로 분류할 수 있다. 1세대 챗봇 시스템이 키워드에 기반한 정답을 매칭하는 반면 2세대는 딥러닝 기반이다. 단순 계약 조회만 가능한 1세대에 비해 고객정보 변경, 보험료 납입, 보험계약대출 등을 응대할 수 있다. 3세대일 경우 자가학습을 통한 히스토리 기반 응대가 가능해진다.

금융계 챗봇들이 외주 개발사의 AI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 자체 전문인력을 활용해 개발을 완료했다. 같은달 전화로 하던 가입확인 절차의 불편함을 개선한 '모바일 보험가입확인 서비스'도 론칭했다.

삼성생명은 금융소비자보호를 핵심 가치로 인식하고, 소비자보호헌장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보호헌장은 △고객의 이익을 위해 최적의 상품 권유·판매 △고객의 관점에서 판단·행동 △고객을 위한 내부 제도·프로세스 개선 △고객 정보의 적법·정당한 활용 △고객 불만 경청 및 신속 처리 등으로 구성된다. CEO 산하 소비자보호위원회, 최고소비자책임자(CCO) 산하 소비자보호팀과 소비자보호실무협의회를 가지고 있다.

완전판매를 위해 보험계약 체결 직후 계약체결 모니터링도 실시한다. 대상상품은 변액보험·저축성보험·장기보장성보험 등 상대적으로 어려운 구조의 상품으로 각종 편의제도와 함께 운영한다.

또한 상품판매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주요 판매상품에 대한 자격제도를 도입한 컨설턴트 '판매자격제도'를 운영한다. 컨설턴트의 준법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회사 컨설턴트 대상으로 ‘정도영업 실천 서약서’를 매년 받고 있다. 정도경영에 반하는 모집질서 위반행위, 불공정 거래행위와 기타윤리경영관련 건의 제안사한 등을 전달할 수 있는 사외 제보채널인 사이버 옴부즈맨도 운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 다른 기관이 접수해 이첩한 민원 또는 사실조회 요청한 민원인 ‘대외민원’과 ‘자체민원’ 등을 구별해 분기별 민원현황을 공시하고 있다. 유형별 민원건수와 상품별 민원건수, 이를 통한 환산건수를 종합한 민원데이터를 산출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월별 이벤트도 벌인다. 이달 눈에 띄는 것은 저축보험 이벤트로 IFRS17 관련해 생보사들이 저축보험 판매를 줄이는 것과는 달리 고객 입장을 생각해 재테크 포트폴리오를 무리하게 변경하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도 저축보험 판매율이 하락했지만 관련 이벤트는 계속 선보이고 있다. 이달 인터넷저축보험을 가입하면 상품권 3만원을 전원 증정한다. 보험의 정석 이벤트는 고객이 생각하는 보험의 정석 상품을 고르면 삼성그룹 계열사인 캐리비안베이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저축보험과 인터넷연금보험, 인터넷연금저축보험 등에 가입하면 신세계 상품권을 준다. 또한 위험대비 보장보험인 인터넷암보험, 인터넷정기보험, 인터넷치아보험 등도 이벤트 대상이다.

출처=이베스트투자증권

보험업법 개정안 등 주가하락 요인 부담

현재 삼성생명의 고민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주가다. 지난해 11월 13만8500원의 최고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주가는 7월 16일 오전 기준 9만63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압박하고 있는 즉시연금 가입자 미지급금 관련 일괄구제 제도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삼성생명의 미지급금 익스포져는 약 4000억원으로 생보사 중 가장 많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충당금 적립에 따른 일시적인 실적 영향은 불가피하나 이미 지난해부터 조정이 결정된 만큼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면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출처=삼성생명

이 밖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겨냥한 보험업법 개정안과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역시 주가 부담 요인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적용 대상 회사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대우, 현대캐피탈, DB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총 7개사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 결과, 각 금융그룹의 자본비율은 최소 요구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비금융계열사 출자 한도 초과분에 대해 집중위험 규제를 반영할 경우, 자기자본비율은 110%로 하락한다. 올해말까지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고, 규제 세부 기준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달 8일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험회사의 계열사 주식보유한도 계산 시 취득원가 기준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하고, 한도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매각차익도 보험사의 손실보전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8.23%의 지분가치는 시가로 약 26조원이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약 19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

통합감독 대비 TF 설치·증권가 긍정적 전망

이에 지난 2월 삼성그룹은 통합감독에 대비하기 위해 삼성생명 내에 생명과 화재, 카드, 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총괄할 수 있는 총괄 TF를 설치해 준비하고 있다. 대체로 증권사들은 삼성생명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목표주가는 하향했지만 매수의견은 유지했다.

삼성생명은 올해 신계약과 보장성 연납화보험료(APE)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분기 순이익도 전 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1조1900억원 수준으로 점쳐지고 있다. 2분기 순이익 상승은 8000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 블록딜 매각이익의 영향이 크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종신보험 비중을 줄이고, 건강보험 판매에 집중한 결과 전체 보장성APE 볼륨이 감소했다. 다시 종신보험 판매에 주력하며 해당 2분기 보장성 APE는 지난해 대비 10%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계약 증가에 따른 비용집행으로 사업비 역시 지난해에 비해 증가하고, 신계약 성장에 따른 위험보험료 증가와 사고보험금이 감소하면서 위험손해율은 전 분기 84.1% 대비 감소할 것"이라면서 "사고보험금 정도에 따라 2분기 손해율은 78~80%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사차이익은 전 분기 대비 30%이상 증가했다"며 매수의견을 제시했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도 "그룹에 대한 감독 기준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현재 삼성생명의 시가총액 19조2600억원은 삼성전자의 지분매각가치 추정액 13조6300억원 대비 1.41배에 불과하다"면서 "잠재적인 이익가치와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하락"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전자지분 매각 시 삼성전자 주가 변동으로부터 발생하는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익 효과가 제거돼 자본의 안정성이 높아지는 긍정 요인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RBC비율 하락과 배당 성향 축소 등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