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미디어 트레이닝에서 들어보면 제가 회장이 되었는데도, 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는 거네요? 좀 불편합니다. 기자가 묻는데 답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다고 하거나, 홍보실 통해 답변 받으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하고 싶은 말을 전혀 못 하는 거네요?”

[컨설턴트의 답변]

회장님, ‘하고 싶은 말씀’을 좀 더 함께 들여다보았으면 합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에서 회장님에게 이야기한 핵심은 사내에서 공식적으로 누구나 이해하고 있는 메시지 이외의 것을 이야기하는 데 각별히 주의하라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회장님은 이제 회사를 대표하는 대변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변인이라면 회장이건 홍보실 임원이건, 심지어 홍보실 막내 직원이라 할지라도 공히 지켜야 할 룰이 있습니다. 그중 사적 메시지를 전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기본 중 기본입니다. 회장님도 함께 상상해 보죠. 회사와 관련한 아주 민감한 이슈에 대해 홍보실 직원이 자신이 가진 개인적 생각을 언론과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죠. 아마 등골이 서늘할 것입니다.

회장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더욱 더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일단 그 자리에 올랐으니 스스로 할 말은 하고 싶고, 꼭 해야 하면 해야만 한다는 그 기분은 공감합니다. 그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단, 커뮤니케이션하기 전 홍보실을 중심으로 하는 이해관계자 전문 부서들과 사전에 상의하고, 메시지를 가다듬어 달라는 것입니다.

가끔 기자들과 이야기하다가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표현을 사용하기 즐기는 VIP가 있습니다. 기업 리더이면서 정치인 지인들의 커뮤니케이션 습관을 따라 하는 VIP도 있습니다. 자신의 성격에 따라, 습관에 따라 이해관계자들과 이야기하기 주저하지 않는 VIP도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한두 번 이상은 언론에 의해 창피나 오해를 산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 VIP 대부분은 해당 언론이 맥락을 생략했다고 합니다. 예의 없고 악의가 있다고 합니다. 해당 매체가 다른 생각이 있어 그런 오점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나쁘니 소송을 하자고 결심하기도 합니다. 보다 선진적인 VIP라면 그런 사후약방문이 그리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이미 이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은 열 번 잘해도 단 한 번의 실수나 오해로 그 이전의 명성을 붕괴시킬 수 있는 말 그대로 전투장입니다. 준비나 훈련 없이 나가서는 당연히 패배하는 구도입니다. 더구나 미리 상의되거나 고려되거나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를 무기로 해 나서는 것은 무모하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렇게 나서는 목적이 무엇인지 한번 되돌아봐야 합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홍보실에게 질문하십시오. “내가 이런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문의하십시오. 홍보실은 언론을 넘어 여론 전문가들입니다. 분명히 그 메시지를 듣고 여러 생각과 관점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 피드백이 내심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강력한 메시지가 희석되는 것이 싫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생각해 보십시오. 회장님 스스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인가? 회장님 개인이 공개적 창피나 비난을 당하는 것이 목적인가? 회장님 이미지나 명성이 설화를 만드는 경영자로 인식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홍보실의 조언을 사전에 필히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못 할 말이 아닐 수 있습니다. 틀린 말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장님의 메시지가 그 상황과 그 맥락에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니 문제가 발생합니다. 갑갑하고 억울해도 사전에 메시지를 관리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