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남북경협에 앞서 경제관계의 틀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 모델로 중국-홍콩 사이에 맺은 경제협력강화약정(CEPA)이 제시됐다. 경협의 걸림돌로는 3원화된 법제도, 분쟁해결의 루트 등이 지목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펀런스센터에서 개최한 ‘남북 경제관계 정상화 전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 같은 견해를 제시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일부 제재 해제해도 기업 어려움은 여전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기업들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국제제재를 해제하는 즉시 펼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남북 경제교류가 재개되더라도 실제 프로젝트 시행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미국, UN의 경제제재가 촘촘히 얽혀 있어 일부 제재만 해소한다고 개별 기업들이 본격적인 대북 교역과 투자에 뛰어들기는 불가능하다”면서 “현장에서 기업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단편적 접근이 아닌 제도의 해결방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눈에 보이는 경제성과를 이루기까지 수많은 법과 제도, 시스템을 정비했다”면서 지속 가능한 제도적 방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콩-중국 경제협력강화약정 모델로 삼아야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경제협력의 정상화와 업그레이드를 위한 방안으로 경제협력강화약정(CEP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rrangement) 체결을 제안했다.

임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향후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할 때의 한계를 지적했다. 현재 북한에만 적용되는 특혜조치에 대해 국제사회가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임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FTA의 일종인 경제협력강화약정(CEPA)을 통해 북한의 시장과 직접 교역한다면 자연스러운 개혁개방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남북한 경제협력에 참고할 수 있는 모델로는 ‘중국-홍콩 CEPA’가 제시됐다. 중국과 홍콩 사이에 2003년 6월 맺어진 CEPA는 홍콩 경제이익과 중국의 정치경제의 이익을 합치하기 위해 맺어진 약정이다. 홍콩의 불경기와 실업을 극복하고, 중화경제권을 통합하는 목표로 상품무역, 서비스무역 등 무역과 투자를 편리하게 만드는 조치가 그 내용이다.

이 약정은 2003년 포괄적 타결을 이룬 후, 2004년 발효를 시작으로 매년 점진적으로 보충협정을 맺었다. 그 결과로 2017년 WTO 설정 160개 서비스 중 95.6%인 153개의 섹터가 완전 개방됐다.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하나

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는 현재 우리 기업들이 남북 경제협력 현장에서 직면하고 있는 리스크와 관리방안을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국내법·북한법·남북합의서 등 3원화된 법제도 적용, 분쟁 해결기관 미가동 및 분쟁합의서 미이행, 과도한 입북료 선납 요구, 북한의 이중환율, 투자보장제도 미비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변호사는 “남북간 제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제도를 이어주는 합의가 미이행되는 점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남북한에 단일 적용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