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첫 출사표를 던진 ‘비솔’은 말 그대로 ‘벤처기업’이다. 다른 사람이 이미 걸어갔던 일이라면 다시 가지 않는다. ‘블루오션’ 일감만 찾는다는 얘기다. 특히 “무슨 아이템이든 기술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 확고하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는 영상계측 연구소장을 비롯해 간부급 인력 대부분이 물리학과 출신이라는 점을 참고하면 답이 나온다.

육상현 비솔 상무는 “물리학의 특성상 불가능, 가능에 대한 판단이 뛰어나다. 사실 조건만 만들어주면 불가능이란 것은 없는 것”이라면서 “새롭고 남들이 어려워하는 일을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경쟁상대가 없고 해외업체하고만 경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찾는 고객들도 현존하는 제품을 찾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현존하지 않거나 현재 나와 있지만 지금 기술로는 100%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달라고 요구한다.

일단 비솔의 얼굴이 되는 아이템은 바로 스포츠 타이밍 제조기술. 국내 경마장(3곳), 경륜장(3곳), 경정장(1곳)에서 쓰이는 순위 사진판독 시스템이 바로 비솔의 제품이다.

시간계측뿐 아니라 경기운용 장비, 신호기기, 전광판 등 경기장에서 사용하는 통합운영 시스템도 비솔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워낙 이 분야 기술력이 뛰어나 총알이 날아가는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보니 스포츠 분야 고객요구는 거의 대부분 만족시켜 주는 데에 문제가 없다.

재활의료 분야로 제품 범위 넓혀
특히 이러한 장비를 제공하는 국내업체로는 ‘비솔’이 유일하다. 하지만 스포츠 타이밍 아이템은 비솔 전체 아이템 중 일부에 불과하다. 크게 놓고 봐도 5개 아이템을 다루고 있기 때문.

우선 3차원 동작분석 계측 시스템도 비솔의 자랑거리. 쉽게 말해 영화 애니메이션을 생각하면 된다.

다만 비솔은 산업이나 의료 측면에서 장비를 만들고 제조하고 있는 것. 예컨대 몸이 불편한 환자의 수술전후 모습을 측정하고 비교해서 달라진 동작을 보여주는 것이다.

원래 초기에는 생체역학 분야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재활·의료 쪽으로 제품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이대 목동병원에 재활의학 분야 시스템을 1억8000만원에 계약했던 것.

이와 함께 스포츠 과학쪽으로도 응용되고 있으며 국내 대학 스포츠 계열 학과의 60%가량이 운동역학 측정장비로 비솔 시스템을 쓰고 있을 정도로 범용되고 있다.

고속촬영 조명과 환경 시험용 인조태양광 장비도 다루고 있다. 자동차 충돌실험에 사용되는 시스템으로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1초당 3000장의 사진을 찍어 분석하는 고난이도의 기술이다. 인조태양광은 차종별로 맞춤형으로 납품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비솔의 고객이며 쌍용차, GM대우, 르노삼성 등 2002년 이후 장비를 들인 완성차회사는 거의 대부분 비솔의 것을 쓰고 있다.

세계 최초 CNT 사용 엑스레이 장비 납품
차세대 성장동력 기술력 확보에도 게으름이 없다. 그 가운데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이 바로 CNT(카본나노튜브)를 사용한 고휘도 X-선 튜브 개발.

이미 2006년 초 실험실 수준의 X-선 광원 개발에 성공해 국내외 논문을 발표하고 4건 특허도 등록해 뒀다.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맞은 쾌거.

하지만 비솔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개발시한이 몇 달 늦어 2위를 했지만 상용화는 1위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던 것. 그래서 지난해 8월 기술 개발을 끝냈고 정부의 성공 판정까지 받아놨다.

마침내 지난 2월 카이스트 물리학과에 세계 최초로 CNT 사용 X-선 장비를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 로 상용화 장비를 개발한 것. 최초 개발에는 한발 늦었지만 상용화로는 미국을 따라잡은 셈이다.

궁극적으로 비솔은 이 제품을 병원에서 사용하는 엑스레이를 대체하는 상품으로 키워보겠단다. 기존 엑스레이보다 에너지 효율, 장비 수명, 크기 면에서 훨씬 뛰어나기 때문.

오는 2015년에는 의원급 병원 30% 정도를 이 제품으로 채워보겠다는 심산이다. 올해는 원광대에 장비 납품을 준비하고 있고 카이스트에도 추가장비 1대를 더 납품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고려대와 백병원이 고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솔의 눈은 의료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엑스선을 개발하면서 U-헬스케어시장에 주목하게 된 것.

실제 볼펜만 한 엑스선 장비를 개발해 치료에 쓰일 수 있게 해보자는 계획이다. 이를테면 유방암 환자에게 이 장비를 투입하면 메스를 데거나 가슴 전체에 엑스선을 쪼이는 위험을 덜고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는 논리다.

비솔 관계자는 “엑스선을 개발하면서 의료 파생 시장을 주목하게 됐다”면서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6월까지를 연구개발 목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