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삼성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홍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한 강연에서 사회 양극화 문제를 거론하며 "삼성의 지난해 순이익 가운데 20조원을 풀면 200만명에게 1000만원씩 줄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자 당장 '현실경제를 모르는 어설픈 주장'이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홍 원내대표는 13일 강연에서 삼성이 협력업체를 쥐어짜 글로벌 1위 기업이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삼성이 지난해 거둔 20조원의 영업이익을 200만명에게 나눠주면 1000만원의 거금이 된다는 설명도 했다. 듣기에 따라 반기업적 발상으로 비친다.

논란이 커지자 홍 원내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서 "20조원이라는 큰 돈을 예로 든 것"이라면서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주장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경제권력의 편중과 부의 불평등을 설명하기 위해 극단적인 표현을 썼을 뿐 일각에서 주장하는 반기업 정서는 아니라는 뜻이다. 홍 원내대표는 "(다른 사람들이)꼬투리를 잡아 비난하는 것"이라며 자기의 주장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침소봉대' 됐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홍 원내대표의 해명까지 나왔으나 그의 삼성 발언은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공식 자리에서 특정 기업을 사례로 삼아 적절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의 영업이익을 국민에게 나눠준다는 발상은 자본주의 정신에 위배되는 심각한 상황인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홍 원내대표가 현실경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기업의 영업이익을 일반 국민에 제공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한 해 10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의 산물이며, 영업이익을 기업가치창출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투자 여력의 하락과 고용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영업이익을 나눠준다는 개념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부의 불평등 해소'라는 표현을 썼으나, 기업과 영업이익의 선순환 구조를 무시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이 하청업체를 쥐어짜고 있다'는 비판도 근거가 없다. 일부 협력업체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은 협력사와 함께 산업 인프라 생태계를 공동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달 중 130개에 이르는 반도체 협력사에 총 200억원 규모의 격려금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협력사에 상반기 200억원, 하반기 300억원을 격려금 명목으로 제공한 바 있다. 협력사의 환경과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삼성전자의 통 큰 결단이다.

재계에서는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힘을 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적폐청산을 기치로 걸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사당국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부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격한 표현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대의 의견도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를 국빈방문 당시 삼성전자 현지 휴대폰 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 처분 후 처음으로 가진 공식석상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며 경영복귀 시동을 걸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정의당을 중심으로 두 사람의 만남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중이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 홍 원내대표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대기업 오너를 정조준한 전략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