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10만 4000명을 기록한 이후 5개월 연속 10만명대에 머물렀다. 그래서 '고용쇼크'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5월에도 고용쇼크는 일시 현상이라며 ‘6월 회복론’을 주장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10만명대에 머물렀다. 실업자는 6개월간 연속 100만명대를 기록하면서 ‘고용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경제가 고용없는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없는 성장을 미리 차단하지 않으면 고용쇼크를 동반한 고용한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정부는 제조업 규제 개혁, 신성장 산업 발굴 등을 통해 기업의 고용 확대를 유도해야 하고, 퇴출하는 사업체의 인력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취업훈련과 전업지원 등 정밀하고 다각도의 정책을 세워 고용한파의 충격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2009~2034년 취업자수 증감과 인구효과 전망. 출처=통계청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6월 취업자는 2712만 6000명으로 전년 대비 10만 6000명(0.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정부가 밝힌 올해 취업자 수 증가 목표인 32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6월 전년 동월에 비해 30만2000명이 늘었지만 올해 2월에는 10만4000명으로 뚝 떨어졌고, 3월 11만2000명, 4월 12만3000명에 그치더니 5월에는 7만2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6월에는 그나마 회복했지만 간신히 10만명대에 턱걸이 했다.

취업자 증가폭이 낮으니 실업자가 줄어들지 않는다. 실업자는 103만4000명으로 100만명대를 넘겼다. 지난해 6월 106만1000명에 비해 2만6000명이 줄었지만 적지 않은 수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15~64세 고용률이 지난해 6월 67.1%에서 올해 6월 67%로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일자리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주요 업종에서 모두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고용쇼크가 고착화되어 벗어나기 어렵다. 청와대는 일자리 시장이 쉽게 개선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고용쇼크의 정확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혁신을 통해 기업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세워야한다.
 

▲ 전년대비 산업별 취업자 현황. 출처=통계청

제조업 취업자 수의 큰 폭 감소

제조업의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게 고용쇼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조업은 5월(-1.7%)에 이어 6월 –2.7%인 12만 6000명이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12만명 이상 줄어든 건 지난해 1월(17만명 감소)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5월 한국 GM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의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수가 급감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자동차, 조선 구조조정의 여파로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취업자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3만 1000명 줄었다.

식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고용은 현장을 비롯해 평년과 같은 수준이고, 공장 증설 등으로 고용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굳이 고용을 늘리려는 움직임은 없다"고 전했다.

정부의 안일한 고용 정책?

정부와 청와대는 그동안  일자리 쇼크의 주원인을 생산가능 인구 감소 등 인구요인으로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5월 기자 간담회에서 “6월부터 고용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5월 고용지표가 나쁘게 나오자 청와대는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감소했고 공무원 시험과 강우일 증가가 고용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가 고용부진의 핵심 원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취업할 수 있는 인구가 줄었다는 데 방점을 둘게 아니라 일자리가 줄어든 것에 초점을 맞춰야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발간한 '산업별 고용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산업별 고용이 왜 줄어들었는지 파악해 볼 수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질의 일자리로 알려진 제조업은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의 글로벌 수요가 크게 늘며 외형적으로 생산증가율은 유지되고 있지만 취업자는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공공행정 분야는 산업생산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인력 유입이 일어나고 있어 장기적으로 생산성 및 효율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달 “취업자 수는 감소해도 상용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의 질은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1,2월 상용직 일자리 증가폭이 43~48만명인 것에 비해  6월 상용직 증가폭은 36만 5000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경제계도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혁신 성장을 막는 규제를 정부가 나서서 개선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15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규제개혁 프로세스' 정책 건의서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제가 상의 회장을 하는 4년 동안 과제를 23번 제출하고, 각종 발표회나 포럼회 등을 통해 직접 발표한 건의도 15번인데도 상당수가 해결이 안됐다"면서 "혁신을 가로막는핵심 규제가 이번 정부에서는 꼭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급격 인상의 영향

최저임금 여파가 고용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업에서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9만 8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20일 “최근 목격된 한국의 도소매업 고용률 둔화는 최저임금 인상과 보다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고 밝혔다. 랜달 존스 OECD 사무국 한국경제담당관은 “5개월간 고용률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테지만 제조업보다는 호텔, 식당과 도소매업 분야가 최저임금과 긴밀히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 주원 실장은 이코노믹리뷰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용쇼크’ 그 해결책은?

고용쇼크는 고용 수요 부족으로 발생한 현상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부실한 진단으로 고용지표가 개선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6일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공기업 채용, 근로시간 단축 등이 본격화하면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추경편성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지원 등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고용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여줘야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추경편성이나 재정 확대가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개선과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산업정책 등 근본 대책을 세울 것을 주문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 대비 취약한 내수경기의 활력을 높이고, 고용흡수력이 양호한 서비스업을 육성해 고용 없는 성장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고, 정부는 민간 고용창출력 제고에 맞춰 고용시장 방향을 정해야 한다"면서 "제조업은 규제 개혁, 신성장 산업 발굴 등을 통해 기업의 고용 확대를 유도해야 하고, 퇴출하는 사업체의 인력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취업훈련과 전업지원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