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세상의 모든 지식과 연결하는 것처럼 사물과 사물, 혹은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시대를 말합니다. 카카오톡만 있으면 한국에 있는 사람과 미국에 있는 사람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앱 하나로 집 밖에서 에어컨을 조절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연결의 개념을 초월하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입니다.

 

초연결 시대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무엇이든 소통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의미심장하게 생각해야할 지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연결되어 있는가?

비대면 전성시대
불과 몇 년전, 우리는 야식을 먹으려면 전단지를 보고 야식집에 전화를 해 직원과 대화를 해야 했습니다. 여행을 가려고 숙소를 예약하려면 역시 전화를 걸어 숙박업소 직원과 소통을 해야 했습니다. 더 몇 년전에는 계좌를 개설하려면 은행에 가야했고, 생필품을 사려면 마트에 갔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으로 음식 주문을 하고 야놀자와 여기어때로 숙박업소 예약을 합니다. 토스로 계좌를 통합해 해외주식에도 투자하고 쿠팡, 위메프, 티몬을 비롯한 소셜커머스와 다양한 오픈마켓이 즐비합니다. 원룸을 알아보려면 발품을 팔며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야 했으나 지금은 직방이나 다방을 통해 정보를 얻고 움직이지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던 일이 모두 손가락 끝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초연결 사회를 살고있다. 출처=픽사베이

일반적인 소통은 어떤가요. 학교 동창들끼리 술집에서 만나 수다를 떨려면 작정하고 계획을 세워야하지만, 우리는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눕니다. 먼 지역에 사는 친구와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연결됐고, 우리는 24시간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 오프라인에서 사람 구경하기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아마존고라는 무인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는 점점 생활밀착형 콘텐츠를 흡수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의 대중화가 확산되면 많은 일자리가 사라져 사람이 필요없는 시대가 된다고 합니다.

트렌드도 변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무인계산대 이용 경험이 있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무인계산대가 편하다'는 답변을 한 사람이 47.2%나 됐다고 합니다. '빠른 이용이 가능했다'는 답변이 41.4%인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셈입니다. 우리는 초연결 시대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비대면 전성시대입니다.

▲ 우리는 초연결 사회를 살고있다. 출처=픽사베이

시대의 흐름....그러나
비대면과 무인 시스템의 정착으로 많은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이 등장하면,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연결을 지향하면서 단순하고 일차적인 연결은 단절되는 현상입니다. 심지어 대체하는 현상도 발견됩니다. 시간이 맞지 않아 만나기도 어려운데, 애초에 만날 계획도 세우지 않고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만나면 되니까요.

시대의 트렌드입니다. 그러나 초연결의 시대에서 일차적인 연결의 단절을 무작정 외면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의문부호가 달립니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라면 큰 문제가 없을겁니다. 일자리 부족 등 몇몇 문제가 있겠지만 산업의 변화적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서비스, 즉 산업의 영역이 아닌 교감의 영역에서 발견되는 기본적인 연결의 단절, 혹은 대체입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ㅋㅋㅋㅋ'만 난무하는 현상을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영화 레드 플레이어원 장면. 출처=갈무리

2018년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 오아시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루저' 주인공의 활극을 다뤘습니다. 풍부한 볼거리로 호평받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결말의 아쉬움을 말하기도 하지요. '가상현실도 중요하지만 현실도 중요하다'라는 다소 고리타분한 결론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초연결 시대가 도래하며, 인간과 인간의 오프라인 교류라는 관점에서는 중요한 시사점을 남깁니다.

서비스, 즉 산업의 영역에서는 초연결 플랫폼 서비스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서적인 교류는 분명 다른 길이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