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수입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3000만원대 수입차가 늘어나면서 수입차 진입 장벽이 낮아진 데다 다양한 신차 출시로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졌다.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투자를 감행하며 서비스센터를 확장하는 등 국내 완성차 업체와 에프터서비스 격차도 줄이고 있다. 여기에 수입차 업체들의 대대적인 할인공세가 이어지면서 수입차 시장 점유율을 견인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 선전과 달리 국내 완성차 업계는 울상이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올해 상반기 성적이 지난해보다 부진하다. 이들이 하반기 출시할 신차가 제한적인 가운데 대내외 악재가 산재해 온전히 성장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2018년 수입차 상반기 점유율. 자료=카이즈유 데이터센터

독일차의 국내시장서 맹위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소속 24개 브랜드 내수 판매량은 14만1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1만8152대) 대비 18.6% 증가했다. 반기 실적으로는 지난 2015년 하반기(12만4068대)를 뛰어넘은 역대 최고치다. 전체 자동차 시장 중 지난해 같은 기간 13.2%였던 수입차 점유율은 올해 15.6%까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수입차 판매가 사상 최대를 예상한다. 디젤 게이트로 개점휴업 상태를 맞은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판매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2015년까지 연간 판매량이 3만대를 넘어섰다. 업계에서 3~4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그러나 판매 중지로 지난해 폭스바겐은 국내에서 단 한 대도 팔지 못했다. 아우디는 962대만 판매했다.

판매를 재개한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빠른 속도로 판매량 회복에 나섰다. 아우디는 주력 세단 A6를 3월 선보이고, 6월 부산모터쇼를 통해 본격적인 국내 재판매를 선언했다. 폭스바겐은 2월 파사트 GT를 내놓고, 4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2세대 티구안의 출시를 알렸다. 여기에 양사는 다양한 신차와 함께 신차를 1000만원 가량 할인해주는 이례적인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 2018 폭스바겐-아우디 판매 추이. 자료=각 사 취합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2018 상반기 누적 판매는 각각 5268대, 5011대로, 총 1만279대로 나타났다. 판매 재개를 알린 지 단 3개월 이내에 이룬 성적이다. 현재 수입차 시장에서 폭스바겐과 아우디보다 판매량이 나은 브랜드는 24개 수입차 업체 중 메르세데스-벤츠, BMW, 랜드로버, 도요타, 포드, 렉서스 등 6개에 불과하다.

벤츠와 BMW의 판매 선전도 두드러진다. 수입차 브랜드 판매 1위인 벤츠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8.9% 늘어난 4만1069대를 팔았다. 이는 르노삼성(4만920대) 판매량보다 많고, 한국GM(4만2497대) 판매량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3만4648대를 판매한 BMW는 성장률이 돋보인다. BMW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상승하면서 벤츠보다 성장률에서 강세를 보였다.

▲ 2017~2018년 상반기 벤츠, 르노삼성, BMW의 국내 자동차 판매량. 자료=각사 취합

수입차 전성기 도래하나?

올해 수입차의 성장세는 프로모션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공식 출고가 책정에 대한 비판이 나올 정도로 공격적인 판촉 행사가 성행 중이다. 이는 수입차 가격과 함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나타냈다. 수입차는 정가제만을 고수하는 국내 자동차업체와는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입차 판매는 딜러 체제로 움직이기 때문에 각 판매회사들이 제공하는 할인 혜택에 따라 최종 판매 가격이 결정된다.

▲ 2018년 수입차 상반기 모델별 등록대수. 자료=카이즈유 데이터센터

판매 재개한 폭스바겐은 지난 2월 출시한 중형세단 파사트GT를 약 1000만원 할인해 판매했다. 전 트림을 기본 10% 할인하고 중고차를 매입하면 400만원 추가 할인했다. 각종 할인 혜택을 더하면 최대 1000만원까지 싸게 살 수 있다. 보증 수리 기간도 2년 연장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대개 출시된 지 오래된 모델이나 재고가 쌓여있는 차 위주로 할인공세를 펼치지만 신차가 이같이 큰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도 할인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벤츠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E200 모델을 850만원, C클래스를 최대 1400만원 할인 판매했다. 같은 기간 BMW도 3시리즈와 3시리즈 GT 모델을 대상으로 기본 할인 1200만원에 중고차를 반납하면 500만원을 추가 할인해줬다. 이에 최고 1700만원이 저렴해졌다. 아우디도 자사의 금융 프로그램인 아우디파이낸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최대 1300만원을 할인했다.

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도 할인 공세에 적극 동참했다. 벤츠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E200을 850만원, C클래스를 최대 1400만원 할인 판매했다. BMW도 같은 기간 3시리즈와 GT모델을 기본 할인 1200만원에 중고차를 반납하면 500만원 추가 할인해줬다. 최고 1700만원 저렴해진 것이다. 아우디도 금융 자회사인 아우디파이낸스의 금융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최대 1300만원을 할인해줬다.

수입차 업체들이 소형차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가격대도 낮아졌다. 이들은 2000~3000만원대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면서 수입차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그동안 고가의 중·대형차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소형차 시장까지 손을 뻗으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같은 고급 브랜드를 3000만원대에 손에 넣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서비스센터와 전시장을 확장하는 등 국내 투자를 늘리면서 국산차의 최대 강점인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격차도 많이 줄였다. 벤츠는 상반기에만 4곳의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를 열었다. 1월 구리를 시작으로 부천, 창원, 6월 말 대구 서구통합 전시장까지 연이어 오픈했다. 볼보도 상반기에만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4곳 늘렸다. 캐딜락은 올 상반기 분당·판교 전시장과 서울 강서 마곡 전시장을 새로 오픈했다. 이처럼 수입차 업체들은 판매 영토를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고급 수입차 브랜드들은 국내차 못지않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면서 “수입차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수입차만 전용으로 취급하는 유지·보수 시장도 넓어지고 있다. 앞으로 수입차 수리 정비 비용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2017~2018년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변화. 자료=각사 취합

국산차 입지 줄어드나?

국내 자동차시장 날씨는 수입차 업계가 저변을 넓히고 다양한 마케팅을 내놓으면서 맑은 편이지만, 국내 완성차 시장은 내수 판매부진, 관세 폭탄, 파업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대체로 흐린 상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올해 수입차 시장 규모를 2017년보다 약 9% 늘어난 25만6000대 정도로 전망했다. 그러나 상반기 집계된 판매고를 보면 성장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반면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올 상반기 국내 총판매량이 75만700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2.91% 줄어드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는 수입차와 대조된다.

국산 자동차 업계관계자는 “수입차의 국내 시장입지는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면서 “업계에선 올해 국산차 판매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지만 수입차 시장은 올해 30만 시대가 도래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 2018년 상반기 국내 5개사 시장 점유율. 자료=카이즈유 데이터센터
▲ 2018년 상반기 국산차 모델별 등록대수. 자료=카이즈유 데이터센터

수입차 시장을 이끄는 독일 3사는 연말까지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6만9000대를 팔며 수입차 업계 사상 최초로 4조원 매출을 달성했던 벤츠는 올해 판매목표를 7만대로 잡았다. 벤츠는 이미 절반 이상의 실적을 달성했고 하반기 3세대 CLS, C클래스 부분변경, 신형 G클래스 등 신차 발매도 남아있는 상태다.

BMW는 하반기 SUV 라인업인 X시리즈의 주요 모델을 대거 투입할 계획이다. 신규 라인업이자 소형 SUV 모델인 뉴 X2를 비롯해 SAC 뉴 X4와 중형 SUV 시장의 강자 뉴 X5도 국내 출시된다.

성장가도에 오른 아우디는 7월 준중형 세단 A4를, 폭스바겐은 티구안의 롱휠베이스 버전인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선보였다. 아우디는 A6와 A4를 선보이며 올해 1만5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티구안 올스페이스 외에도 북미형 파사트와 플래그십 스포츠 세단 아테온을 출시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의 2018년 판매목표는 아우디와 비슷하다.

국산차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만 하반기 신차를 준비해둔 상태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상반기에 내놓은 새 모델로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신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대내외 악재 조건이 분명한 상황이라 온전히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은 하반기에도 상반기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가 신차를 출시하며 어느 정도 신차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이는 브랜드가 제한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차는 호황을 누리지만 국내 완성차 업계는 온갖 악재가 산재했다”면서 “특히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하면 대미 수출하는 모든 사업체에 타격이 있을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수직 하청구조가 뚜렷한 국내 자동차 산업 구조는 완성차 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협력사와 납품업체에 그대로 직결돼 경영난이 심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상반기에 일부 브랜드가 물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예약 주문이 밀려있다”면서 “하반기 대거 등장할 신차들과 다양한 프로모션에 힘입어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