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언제부터 생긴 인식인지 모르지만, 직장인에게 예비군 훈련은 또 하나의 휴가라는 인식이 있다. 회사 일보다 예비군훈련이 편해서 이런 말이 나왔을 것 같다. 그런데 지난 9일부터 나흘간 경기도의 한 예비군훈련장에서 동미참훈련을 받아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

예비역 3년 차인 기자는 지난해까진 학생 예비군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가 직장인으로 맞이하는 첫 예비군 훈련이어서 단단히 결심을 하고 훈련장으로 갔다. 훈련은 정해진 시간에 계획대로 했고, 훈련간 핸드폰을 한다거나  담배를 피운다든가, 조교에게 장난을 친다든가 하는 말로만들은 ‘널널한’ 예비군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말 그대로 휴가가 아니라 훈련이었다.

▲ 예비군 훈련대상/유형별 훈련시간. 출처=국방부 홈페이지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예비군 훈련 대상자는 275만명으로 동원·일반·작계·동미참 등 네 가지 훈련으로 나뉜다. 동원훈련과 동미참훈련은 1~4년 차 예비군 대상이다. 동원훈련은 현역 부대에 입영해 2박 3일간 전시 부대 임무수행을 숙달하고, 동미참훈련은 4일간 출퇴근하며 총 32시간 개인 전기전술과 주특기 위주로 훈련을 받는다.

예비군 5년 차부터 6년 차까지는 기본훈련과 작계훈련을 각 8시간, 12시간 받는다. 기존엔 1~4년 차도 작계 훈련을 받았었는데, 올해는 동미참훈련 시간을 4일로 늘리고 작계 훈련을 없앴다고 훈련소 교관들은 설명했다.

예비군들을 위한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훈련받는 동안 점심으로 도시락이 나왔는데, 밥을 남긴 적이 없다. 일반적으로 도시락은 양이 적어서 배가 잘 안 찬다. 훈련소에서 준비해준 도시락은 양을 채우기에 충분했고 단백질이 풍부한 메인반찬에 샐러드 등 채소류를 포함한 3가지 정도의 반찬이 나왔다. 국도 나왔다. 군대 식단 부실하다는 건 이제 옛말인 거 같다.

예비군들의 복장도 준수했다. 훈련소에서 복장과 시간 엄수 등 규정이 강화되서인지 예비군들은 모두 정상으로 군복을 갖추고 입소했다. 몇몇 예비군들이 전역후 신체변화가 커 군복이 맞지 않아 군복을 빌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단정히 군복을 입고, 고무링을 착용하고 군화를 신고 훈련을 받았다.

훈련소 입소 시간도 철저했다. 오전  9시 정각에 들어오지 않은 예비군은 가차없이 집으로 돌아가야했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일찍 입소하는 예비군들이 많았다. 입소하는 순서대로 조를 편성받았다. 기자는 입소 시간보다 30~40분 일찍 도착했는데도 중간 정도의 순번이었다.

으스대며 현역 조교에게 치근대는 예비군도 찾기 힘들었다. 예비군들은 조교의 통제에 잘 따랐고 대체로 성실히 훈련을 받았다. 훈련을 받으며 조교에게 장난을 치거나 폭언을 하는 등 사례가 예전엔 많았다고 들었지만, 이젠 그런 문화는 대부분 사라진 듯 보인다.

다소 아쉬운 점도 있는데 우선 PX(군대 매점) 이용이 그랬다. 예비군훈련장 동원 과장에 따르면 이번 동미참훈련을 받은 예비군들은 약 300여명이 넘었다. 그런데 PX는 4평 남짓했기 때문에 이용할 때 줄을 길게 서야 했다. 조금 늦게 PX를 이용한 인원들은 제품이 다 떨어져서 원하는 제품을 이용할 수 없었다.

몇몇 예비군들은 훈련 도중 먹을 음식을 사는 게 아니라 집에 가서 먹을 간식거리를 한가득 사 들고 나오는 모습도 보였다. PX는 대부분 상품에 세금이 붙지 않아 일반 마트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가격이 훨씬 싸다. PX는 훈련받는 군인들을 위한 곳이다. 군대 밖에서 이용할 목적으로 제품을 대량으로 사는 행위는 예비군 스스로 각성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훈련비 지급은 여전히 열악했다. 동원훈련의 경우 최저임금인 7540원에 훨씬 못 미치는 시간당 2000원정도를 받는다. 하루에 1만6000원이다. 동미참훈련은 교통비만 지급한다. 하루 7000원을 받았다. 4일간 나라를 위해 32시간 훈련을 받아도 교통비로 3만2000원을 받는 것 외에는 다른 보상은 없었다. 

이는 예비군에 배정되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예비군 관련 올해 예산은 1320억원으로 국방예산의 0.3% 정도다. 국방비의 9%인 520억달러를 예비군 예산으로 사용하는 미국에 비하면 초라한 규모라 씁쓸하다.

훈련 기간 각 훈련 교관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말이 있었다. 그것은 “예비군은 꼭 받아야하며, 전쟁이 발생하면 예비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우선 예비군은 피해갈 방법이 없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올해 안 받은 훈련은 내년으로 고스란히 넘어간다. 무단으로 불참하면 벌금을 내는데, 벌금을 내도 받아야 하는 훈련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예비군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가 40.1%로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는 국방연구원의 지난해 8월 조사 결과가 있지만, 훈련 교관들은 예비군들의 능력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의 교관은 “전역을 한 사람을 왜 훈련을 시키냐고 불평할 수도 있지만, 현재 한국 군인 수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에 예비군들의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예비군들은 군대 생활을 모두 마친 고급 인원이기 때문에 전투상황 발생 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