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예리한 창과 두터운 방패.전투에서 적을 격멸하기 위해선 이 두 가지를 고루 갖춰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예리한 창이나 튼튼한 방패를 갖춰야 생명을 보전할 수 있다. 냉전 시대 군사 대결을 벌인 미국과 러시아는 그때나 지금이나 늘 창을 예리하게 벼르고 방패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은 경제가 좋건 안 좋건 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현재는 육해공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국을 압도한다. 경제침체로 군비확충을 할 수 없었던 러시아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전함과 전차,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항공기에서 발사되면 음속의 다섯 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현재 미사일 방어망으로는 막을 수 없는 무기라고 한다.미국도 개발중이고 중국도 개발에 뛰어든 무기다. 누가 먼저 개발해서 실전배치하느야만 남겨두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이르면 3년 뒤인 2020년 실전배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거북이 러시아가 토끼가 되는 모습이다. 중국의 개발 참여로 미국은 개발 속도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 극초음속 미사일 그래픽.출처=미공군

CNBC "러 극초음속 미사일 2020년 실전배치"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중요한 것은 러시아가 개발을 거의 다 마쳐 실전배치가 임박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CNBC방송은 미국 정보당국 보고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을 이르면 2020년 실전배치할 것이라고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가 개발중인 극초음속 미사일은 '단검'이란 뜻의 킨잘.

▲ 킨잘 한 발을 장착하고 비행중인 미그 31기 편대.출처=파퓰러미케닉 캡쳐

그동안 요격기인 미그 31에 탑재해 12번 발사시험을 했고 최근 3번의 공대지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이달 초에는 미그 31기가 발사한 킨잘이 약 500마일 전방의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CNBC는 설명했다.

러시아는 미그 31기 탑재시험에 이어 현재 장거리 전략 폭격기 투폴례프(Tu)-22M3에도 탑재하는 시험을 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앞서 러시아 군산업체 관계자는 지난 2일 타스 통신에 "킨잘 미사일을 장거리 폭격기 Tu-22M3에 탑재하는 시험을 하고 있다"면서 "폭격기 1대에 몇 기의 미사일을 탑재해 시험할 수 있다"고 전하면서, 상세한 시험 시기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 러시아 Tu-22M3 백파이어 전략폭격기

러시아 국방부는 아직 킨잘의 Tu-22M3 탑재 시험 사실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Tu-22M3은 비행 거리가 6000km 이상으로 MiG-31의 약 2배에 이르러 장거리 임무 수행에 유리하다.

CNBC는 러시아가 지난 2016년 5월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활공체 비행실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킨잘 마하 10, 현존 방공망 막지 못해

극초음속 무기는 마하 5(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비행하는 미사일로 지구상 어느 곳에 있는 목표물도 3시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는 차세대 무기로 꼽힌다. 보잉 747 점보 제트기가 음속을 조금 밑도는 속도로 비행하고 최첨단 전투기라고 해야 마하 2~3의 속도를 낸다. 킨잘 발사시험을 한 미그 31이 고도 6만7500피트에서 마하 2.35의 최고속력을 낸다.

▲ 극초음속 미사일 그래픽.출처=랜드연구소

공대공 미사일의 속도도 마하 3~4 정도고 아주 빨라도 마하 6정도다. 미국 레이시언의 공대공 미사일인 AIM-120의 속도가 마하 4이고, 러시아의  R-37 빔펠 공대공 미사일이 마하 6정도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얼마나 빠른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정도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보통의 제트 엔진이 아니라 초음속 연소 램젯엔진(스크램젯)을 탑재한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극초음속 무기는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과 극초음속 활공체(glide vehicle) 등 두 가지다.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은 스크램젯 엔진으로 추진력을 얻어 날아간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롯켓에 탑재돼 발사된 뒤에 대기권을 활공해 표적을 타격한다.

두 무기의 차이점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고도 10만피트 이하에서 발사되고, 극초음속 활공체는 10만피트 이상에서 발사된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비행중 경로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은밀하게 표적에 접근할 수 있다.

러시아가 개발중인 극초음속 미사일이 킨잘이고 극초음속 활공체의 이름은 '아방가르드'이다.  파퓰러미케닉에 따르면, 킨잘은 본래 러시아의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M 미사일을 공중 발사 탄도미사일로 개량한 것이다. CNBC보도 등을 종합하면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다시 극초음속 미사일로 개량한것으로 보이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치열한 극초음속 무기 개발 경쟁을 벌이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 있다. 프랑스와 인도, 호주는 극초음속 기술을 군사용으로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과 유럽 국가들은 이 기술을 우주선 발사, 민간 여객기 등 민간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방산업체 노드롭그루먼이 2004년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약 10초 정도 비행했다. 이 업체는 미국 국방부의 비밀 프로젝트의 하나로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중이며 록히드마틴도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킨잘은 MiG-31에 실려 공중에서 발사된 뒤 자체 추진체의 도움으로 극초음속으로 목표지점까지 비행하도록 설계돼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개량형 MiG-31에 탑재되는 킨잘은 지상표적과 해상 목표물 타격용으로, 탑재기가 적의 방공망 지역으로 들어가지 않고 2200km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는 킨잘의 비행 속도는 무려 마하 10(시속 1만2240km)에 이른다. 러시아는 레이더 탐지 회피 기능이 탁월하고 기동성이 뛰어난 킨잘에 대적할 극초음속 미사일은 다른 국가엔 아직 없다고 주장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연례 국정연설에서 러시아가 새로 개발한 각종 전략 무기들을 소개하면서 킨잘에 대해 "현존하는 모든 방공미사일과 요격 미사일 시스템은 물론 가까운 미래의 시스템도 모두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美 미사일방어청장 "극초음속 무기 위협은 시간문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 가속으로 신경이 잔뜩 곤두 서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 무기를 실전배치할 경우 이들 국가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능력이 향상되고 태평양을 지배호온 미군의 운신의 폭은 그만큼 좁아지기 때문이다.

CNBC에 따르면, 미국 미사일 방어청(MDA) 새뮤얼 그리브스 청장은 지난 6월26일 워싱턴DC 에서 열린 한 공화당계 행사에 참석해 "극초음속(hypersonic) 무기가 적(敵)들의 무기고에 추가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리브스 청장은 "극초음속 무기 방어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면서 "극초음속 무기 위협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상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현 기술로는 극초음속 무기 체계를 방어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랜드 연구소의 리처드 스피어(Richard Speier)는 지난 3월 CNBC 인터뷰에서 "이 무기는 기동성이 있는데다 현재 미국의 방어망이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지 않는 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현재이를 유효하게 막을 방어망은 없다"고 말했다. 스피어는 "미국의 모든 방어망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야구에서 외야수가 야구공이 어디로 날아갈지 예측해 잡듯이 탄도미사일은 예측 가능한 비행경로를 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전혀 막을 도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주공간에 센서를 설치해 극초음속 미사일이든 활공체든 비행을 추적, 요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은 비용이 상상을 초월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든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