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의회가 2015년 12월에 40년만에 원유 수출 금지령을 해제한 이후,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4 배 이상 증가했다.     출처= Shuttlestoc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美·中 간 무역 전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그 동안 유가 상승과 더불어 사상 최대의 원유를 수출하며 번창하던 미국 석유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고 CNN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의회가 2015년 12월에 40년만에 원유 수출 금지령을 해제한 이후,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4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놀라운 성장은 미국의 석유 생산량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 올리면서 대형 시추 개발이 속속 추진되었다.

그런데 미국의 원유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원유 수출에서 두 번째로 큰 고객인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의 관세는 미국의 석유 수출을 억누르고 내수 가격에도 타격을 주며 에너지 생태계 전반에 걸친 활동을 둔화시킬 것이다.

미국 정유회사 카나리(Canary LLC.)의 단 에버하트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잘못된 무역 관행을 지적하고 있지만, 관세는 자칫하면 감당할 수 없는 위험한 게임이다"라고 우려했다.

4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카나리의 에버하트 CEO는 ”중국의 보복은 카나리 뿐 아니라, 그 동안 생산 시설을 대폭 늘려 온 다른 석유 회사들에게도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美·中 간 서로 치고 받는 대응은 에너지 부문에 큰 타격을 줄 것입니다.”

미중간 무역 갈등은 최근 들어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공언대로 지난 6일 34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같은 날 같은 조치로 반격했다. 그러자 미국 정부는 10일 중국산 제품 2천억 달러에 대한 추가 관세를 발표했다.

이에 중국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조만간 미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해 미국으로부터 1300억 달러의 상품을 수입했다.

유가 데이터 추적기관인 클리퍼데이터(ClipperData)의 아부디 제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미국의 2000억 달러 관세에 대응하려면 미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中, 미국의 실질적 최고 원유 고객

지난 11일 발표된 정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주 하루 평균 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해외에 수출했다. 이것은 2015년 말 하루 평균 50만 배럴이었던 것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캐나다가 미국 원유를 하루에 약 35만 9000 배럴을 수입하면서 1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제인 CEO는 정부 통계에는 ‘재수출’(캐나다 원유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단지 미국을 경유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다소 왜곡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를 제외하면, 중국은 올해 세계에서 다른 어떤 국가보다 2배 이상 많은 미국 원유를 수입했다.

분석가들은 중국이 다른 나라의 석유를 구매함으로써 미국에 대해 보복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거기에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필사적으로 구매자를 찾는 이란이 고려될 수 있다.

"관세를 부과하든 않하든, 중국은 단지 원유를 사지 않는 것만으로도 미국에 대한 압박의 무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 중국이 미국산 석유에 관세를 부과하든 않하든, 중국은 단지 원유를 사지 않는 것만으로도 미국에 대한 압박의 무기로 삼을 수 있다.

수출에 의존하는 미국의 셰일 생산자들

수출에 의존해 온 미국의 셰일 생산자들에게 이것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셰일 가스 대기업인 파이오니어 내츄럴 리소시스(Pioneer Natural Resources)같은 회사는 지난 1분기에 원유 수출량을 하루 9만 배럴까지 늘렸다. 목표는 연말까지 하루 최대 15만 배럴까지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파이오니어의 티모시 도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컨퍼런스에서 “결국, 미국에서 생산하는 원유의 거의 전량이 수출되거나 멕시코만을 통해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수출의 이점은 국제 가격으로 팔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 가격은 미국내 가격보다 배럴당 약 4달러 더 높다.

더 높은 가격의 유혹때문에, 노스다코타 바켄(Bakken) 유전의 컨티넨털 리소시스(Continental Resources)는 판로를 중국으로 돌렸다. 트럼프 지지자인 해럴드 햄이 운영하는 컨티넨탈은 지난 해 바켄산 원유를 최초로 해외에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어려움을 겪어 온 해운 회사들은 원유 운반을 위한 대형 탱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해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항만 경쟁도 치열

미국 항만의 항구들도 대형 유조선을 유치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들여 항구를 업그레이드했다.

루이지애나 연안 원유항(Louisiana Offshore Oil Port)도 그런 항구 중 하나로, 이 항구는 지난 2월 초대형 슈퍼 탱크의 정박 시설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곳은 초대형 슈퍼 탱크를 처리할 수 있는 미국 유일의 심해 항구가 됐다.

다른 항구도 이를 따라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지난 달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 항(Port of Corpus Christi)은 급증하는 에너지 수출을 처리하기 위한 터미널을 새로 건설하고 철로 및 항로를 정비하기 위해, 2억 1700만 달러의 채권 패키지를 승인했다.

또 바켄산 원유와 서부 텍사스의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에서 시추한 원유를 해외로 선적할 수 있는 걸프 연안으로 운반하기 위한 파이프라인도 속속 건조되고 있다.

업계는 중국이 미국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다른 곳으로 수출이 전환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투자회사 에드워드 존스(Edward Jones)의 브라이언 영베르그 에너지 분석가는 한국이나 아시아 다른 국가들이 (아마도 중국 수출 가격보다 더 낮게) 미국의 석유를 소비해 준다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걸프 연안에 쌓인 원유를 팔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다면, 미국의 석유 업계는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