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만원의 행복, 수입 맥주 4캔 없어지나? 출처= 픽사베이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요즘같이 더운 여름철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만나는 시원한 맥주 한 캔은 하루의 피로를 풀어준다. 특히,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4~6캔에 1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수입맥주는 입맛에 맞는 맛있는 맥주를 골라먹는 재미도 있어 많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국산과 수입맥주에 매기는 세금을 바꾸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만원에 4캔을 살 수 있는 수입맥주가 아예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과연, 진짜 그럴까? 

종가세? 종량세?

이전까지 정부가 국산과 수입 맥주에 부과했던 세금 제도는 종‘가(價)’세였다. 종가세는 상품의 생산 단가에 일정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매기는 방법이다. 종가세는 해외에서 생산된 맥주들은 정확한 생산 단가를 밝힐 의무가 없기 때문에 수입업체들이 임의대로 수입 가격을 변경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수입산 맥주에 유리한 부분이 있었다. 이러한 종가세의 체계에 대해 국내 맥주업체들은 국산맥주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업계의 불만사항을 반영해 현재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맥주 세금 부과 체계는 종‘량(量)’세다. 종량세는 비용이 아닌 맥주의 수량에 세율을 적용하는 방법이다. 정부는 국산·수입 맥주 구분 없이 1리터(L)에 840~860원의 주세를 부과하는 종량세를 검토하고 있다. 종량세로 맥주 세금 부과법이 바뀌면, 그간 생산 단가를 임의대로 신고해 세금을 덜 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던 수입 맥주들의 판매 가격은 올라갈 수도 있다. 반면, 국산 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은 약간의 감면효과가 있기 때문에 국산 맥주는 판매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다.    
 
4캔 만원 맥주. 없어지지 않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제로 과세 제도가 바뀌면 국산 맥주 500mL 한 캔의 출고가격은 1692원에서 1481원으로 낮아진다. 같은 용량으로 500원대에 수입되는 미국산 맥주는 1192원에서 1223원으로 오른다. 물론 여기까지만 보면 수입맥주의 가격이 올라 더 이상은 1만원으로 수입맥주 4캔을 사지 못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종량세 적용으로 오히려 세율이 낮아지는 수입 맥주들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류업계 추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반입되는 수입맥주의 브랜드는 약 700종으로 알려져 있다. 놀랍게도 이 700종 맥주들은 브랜드와 생산된 국가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부과하는 세율도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관세청의 통계에 따르면 종가세의 작용으로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에 수입된 일본 맥주는 리터당 평균 960원대, 중국 맥주는 750원대의 세금을 냈다. 리터당 800원대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가 적용되면 일본 맥주는 세금이 낮아져 지금보다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 다만 이전까지 현저하게 낮은 수입 가격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종의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린 저가 수입맥주들은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인지도가 높은 수입맥주들은 오히려 종량세 적용으로 이전보다 세금을 더 덜 내게 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국산 맥주의 세금 부담이 줄어 시중 판매가격이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세금 부담이 줄어든 수입 맥주들도 마케팅 경쟁을 위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