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수사당국의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 빈도가 잦아지며 현장에서는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수사를 위해 정당한 법 절차를 밟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소한의 업무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압수수색의 주 타깃은 삼성이다. 올해만 20차례 압수수색을 받았다. 수사당국은 2월 8일과 9일, 12일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수원 본사, 우면동 연구개발센터를 압수수색했고 4월6일 동일한 곳에 재차 압수수색했다.

4월12일 삼성전자서비스 경인지사와 남부지사, 4월18일 삼성전자서비스 수원 본사, 4월26일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며 5월15일과 5월24일 삼성전자서비스 수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10일에는 삼성전자 수원 본사와 이상훈 전 사장실도 압수수색이 벌어졌다. 노조 와해 의혹 수사의 연장선에서 벌어진 압수수색만 10차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의 불법 취업 의혹을 조사받는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당했고 핵심 게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허위 세금 계산서 발급으로 인천지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LG그룹은 총수일가의 탈세혐의로 지난 5월 압수수색을 당했고 갑질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도 벌어졌다. 포스코, 쿠팡, 현대건설, 신세계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이 채용비리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최근에는 유한킴벌리도 불법 취업 논란에 휘말려 압수수색을 당했다.

IT기업도 압수수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드루킹 파문이 벌어지자 네이버와 카카오, 네이트의 SK컴즈 모두 압수수색을 당했다.

수사당국이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압수수색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 5위권 기업의 관계자는 "의혹이 있다면 정정당당하게 수사를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으면서 기계적으로 압수수색만 시도하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제는 압수수색을 당해도 직원들 사이에서 '그러려니'한다"면서 "문제는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이 정부는 기업을 경제발전의 파트너가 아니라 청산해야할 적폐로만 보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최근 압수수색을 당한 IT기업 관계자는 "수사인력이 박스에 문건을 잔뜩 들고 나오는 장면이 사진에 찍히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면서 "기업이 범죄집단으로 비춰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당국 내부에서도 압수수색 경쟁이 벌어지는 것 같다"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무차별 압수수색에 대한 기업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9일 수사기관의 과잉 수사를 방지해 피의자의 사생활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범죄수사에 필요할 때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을 단행하자는 취지다. 함진규 의원은 "과도한 압수수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면서 "압수 대상물을 최소한으로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