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조세는 강제력을 지니기 때문에 과도하게 높은 세금을 부과할 경우 반발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또 조세정책은 한 나라의 경제흐름을 좌지우지 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관련 정책을 추진할 때 신중해야 한다.

특히 금융시장은 세금에 민감하다. ‘월가의 영웅’으로 불린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국세청 약세장’을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주식 매매 시 배당소득은 물론 매매차익에도 과세한다. 장기투자로 큰 수익을 올리더라도 쉽사리 팔 수 없는 셈이다. 세금이 자금의 이동은 물론 투자재원의 총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금융투자시장을 둘러싼 큰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는 권고안을 발표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여론의 반대가 커지면서 논란은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황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란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등 금융소득이 기준금액을 넘어가면 근로소득, 사업소득, 연금소득, 부동산임대소득 등과 합산해 최고 41.8%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013년 4000만에서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된 이후 불과 5년 만에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한편, 각종 비과세·분리과세 상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대부분 장기투자를 유도한다. 그러나 이 상품들은 ‘한도’를 두고 있다. 금융투자시장 활성화의 하나지만 한도를 넘어서는 큰 수익이 발생할 경우 ‘국세청 약세장’이 현실화되진 않을지 우려된다. 열심히 투자한 결과가 자신의 손에 쥐어지지 않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다.

경제 성장률이 낮더라도 경제규모 자체는 확대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월급도 오르고, 자산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금융소득도 점차 증가하지만 과세 기준이 강화되면서 투자자들은 압박을 받는다.

연간 벌어들이는 금융소득을 조절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투자시장은 마음대로 되는 곳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상품은 몇 년이 지나 한꺼번에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조기 상환 시에도 금융소득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은퇴 후 연금과 금융소득만으로 생활하는 60세 이상 노년층의 부담은 더 크다. 누가 연 금융소득으로 1000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을까. 1000만원을 가지고 노후생활이 가능한 것인가. 금융소득을 제외한 여타 소득이 없어 최대 세율을 적용받지 않더라도 늘어나는 세금은 은퇴자에게 그 자체로 위협이 된다.

우리나라는 금융자산 대비 부동산에 많은 자금이 집중돼 있다. 금융소득을 늘릴 수 있는 유인책을 쓰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형국이다. 특히 저소득자들은 ‘내 집 마련’은 물론 노후자산도 쌓기 어려워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를 통해 부의 재분배를 목표로 한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괄적인 정책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여실히 보여줄 뿐이다. 조세정책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높은 만큼 섬세해야 하지만 섣부르다는 판단이다.

경제는 복합적인 연쇄작용으로 방향이 결정된다. 어쩌면 경제 전망이 빗나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규제 등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굳이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를 권고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두 정책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방향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지 명확한 진단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경제정책이 실패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하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일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말이 있다. 시장 파이를 키우면 세금은 자연스레 증가하기 마련이다. 또 경제가 나아진 후 부를 재분배하는 것이 시스템적으로도 안전하다. 언제부턴가 ‘경제 활성화’라는 슬로건은 쏙 들어간 채 정부가 세금만 거둬들이는 데 ‘혈안’이 된 것처럼 보인다.

세금이 제대로 쓰이면 다행이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알기도 어렵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세금에 대한 불만도 커져간다. 정부가 국민들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섬세한 정책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