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준이 단기금리 인상을 계속 단행하고 장기 채권 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면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출처= CNN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새로운 관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로 인해 미국의 주식 시장은 11일(현지시간) 급락했다.

그러나 미국의 투자자들이 가장 큰 두려워해야 할 것은 세계 무역 긴장보다는 금리 상승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존 핸콕 인베스트먼트(John Hancock Investments)의 자본시장조사팀장 에밀리 롤랜드에 따르면 “주식 호황 장세를 꺾을 장본인은 무역 전쟁보다는 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은행은 올해 금리를 두 번 인상했으며, 대다수 전문가들은 2018년 말까지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2019년에도 몇 차례 금리 인상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롤랜드는,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 전임 연준 의장들과 마찬가지로 제롬 파월 현의장도 "데이터에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하면, 연준은 정치적 뉴스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준은 특히 고용 시장과 인플레이션 등, 오직 경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근거해 의사 결정을 하고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이는 연준이 경기 둔화의 뚜렷한 징후가 있을 때까지는 금리 인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아직 그럴 징후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역설적으로 연준이 경기 둔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다.

연준의 단기 기준금리가 계속 상승하면, 기업과 소비자들이 돈을 빌리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 이는 결국 미국 기업의 매출 및 이익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

또 다른 걱정도 있다. 연준의 연방기금 금리는 현재 2%다. 현재 각각 2.9%와 3%인 미 재무부 장기 채권 10년물과 30년물의 금리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

연준이 단기금리 인상을 계속 단행하고 장기 채권 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면 이 격차는 더욱 좁아져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yield curve flattening)가 나타날 수 있다.

심지어는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단기 수익률이 장기 수익률보다 높은, 이른바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inverted yield curve)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솔루션 자문회사인 LPL 리서치의 라이언 디트릭 선임 시장전략가는 지난 9 차례의 경기 침체에서 침체 전 이런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 나타났었다고 지적한다.

▲ 표. 수익률 역전 이후 즉시 경기 침체가 오는 것은 아니다.
표 타이틀 왼쪽부터: 2년-10년물 채권 수익률이 역전된 날짜
                             침체 시작일
                             수익률 역전 이후 침체가 오기 까지의 기간
                             수익률 역전 이후 침체가 오기 까지 기간 동안 S&P 500 지수 상승률

수익률 곡선 역전이 왜 두려운 것이냐고요?
지난 9차례의 침체 때마다 이런 현상이 시작됐으니까요.
위 표는 그 중 다섯 차례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수익률 곡선 역전이 나타난 이후 경기 침체가 온 기간은 평균 21개월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번에 수익률 곡선이 반전되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지는 것만으로도 투자자들을 괴롭히기에는 충분하다.

투자관리회사 퍼스널캐피털(Personal Capital)의 포트폴리오관리 담당 부사장 크레이그 버크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무역 전쟁이 지금처럼 가시화되기 전에 이미 투자자들에게 가장 공통적인 우려는 금리 상승이었다."고 말했다.

"수익률 곡선 평탄화는 은행의 대출 장려책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역풍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행히 좋은 소식은 아직은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크레이그 버크에 따르면, 현재 2%의 연준 기준금리 수준은 2007년 대침체가 시작되기 전의 5%와 1999년 소위 닷컴 버블이 극에 달했을 때의 6%에 비하면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금리가 더 인상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존 핸콕의 에밀리 롤랜드는 정부의 감세 조치로 많은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구가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조만간 성장 둔화의 길로 접어들 것이며, 미국의 성장 둔화는 결국 글로벌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과연 미국이 앞으로 얼마나 오래 세계의 다른 지역을 견인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