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월마트의 유통과정. (출처=MoonCatcherMeme)

[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보통 ‘블록체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비트코인 같은 가상통화일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단순히 가상통화 수단을 넘어 교육과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혁신기술이다.

더욱이 이미 해외에서는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농식품 유통방식을 혁신할 수 있는 핵심기술로 블록체인을 활용해, 식품유통망에 대한 소비자 신뢰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많다. 농업계 민간 싱크탱크 GS&J 인스티튜트가 최근 발표한 중국 월마트의 블록체인 활용 사례를 통해 우리 농식품 산업에 시사하는 바를 알아본다.

 

4차 산업혁명 대표 기술, 블록체인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핵심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 블록체인은 중앙기구가 거래정보를 일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여러 곳으로 분산해 동시 저장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블록이란 참여자 사이에서 이루어진 거래정보를 저장한 덩어리(단위)다. 일정한 간격으로 그 사이에 이뤄진 거래를 기록한 새로운 블록이 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생성되는데, 이렇게 블록과 블록 사이에 연결된 거래의 전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집합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은행의 예를 살펴보자면, 은행은 중앙에서 모든 고객의 거래 과정(혹은 거래장부) 독점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면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거래의 전 과정을 확인·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거래 과정이 참여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다.

 

중국 월마트, IBM 블록체인 기술 활용 돼지고기 이력추적시스템 도입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은 해외 식품산업에서도 속속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IT기업 IBM은 중국의 월마트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돼지고기 이력 추적시스템을 개발했다.

돼지고기는 중국 소비량이 전 세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국인에게는 무척 중요한 식품이다. 하지만 저품질의 고기를 공급·판매하는 등의 유통 사기들이 발생해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월마트와 IBM은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돼지고기 유통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식품안전망(Food Safety)을 구축하고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돼지고기 이력 추적시스템을 개발한 것.

과정을 살펴보면, 농장 및 가공업체는 거래내역과 함께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제(HACCP) 등의 주요 정보를 블록체인망에 입력한다. 식품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QR코드를 부착해 물류창고로 보낸다. 물류창고는 유통판매점에 보내기 위한 재포장 작업을 하면서 부정한 대체물이나 위조품 혼입을 막기 위한 검정작업을 하고, 거래내역을 블록체인에 입력한다.

유통업체와 월마트는 제품 출처 정보의 실시간 확인은 물론 고객의 평가 및 선호도를 파악한다. 감독기관은 공급망 전반의 규제 준수를 점검하고, 공급망 관리 인증 및 감사 레코드를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농장주인과 도축·가공업체, 물류창고, 유통업체, 월마트 및 감독기관 모두는 유통과정의 참여자가 되며, 소비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버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얻으면 된다.

▲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식품안전망 도식. (출처=GS&J인스티튜트)

삼진어묵도 삼성SDS 블록체인 기술 접목… 어묵 유통 전 과정 확인

중국 월마트의 사례처럼 식품공급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유통 사기 등의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원인파악에 드는 시간·비용 등을 절감하고, 리콜(Recall) 수도 줄일 수 있다.

박세열 IBM 책임전문위원은 “식품 안전문제에 재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운 이유는 일반적으로 식품정보를 추적하는 일이 상당히 모호하고 광범위한 작업이기 때문”이라며 “블록체인은 모든 유통과정이 체인으로 기록되고, 참여자 모두가 이를 공유해 유통현장에서 몇 초 만에 문제 제품을 추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월마트에서도 망고 원산지 추적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는데, 기술 도입 이전에는 추적을 위해 6일 이상 걸렸으나 도입 이후 22초로 단축했다. 이외에도 네슬레(Nestle), 크로거(Kroger), 유니레버(Unilever) 등 글로벌 식품기업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안전한 식품안전망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국내 농식품 산업의 경우 삼진어묵이 유통이력과정에 삼성SDS의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사례가 있다. 원재료 조업과 수입, 생산, 가공,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기록해 유통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위·변조를 방지했다. 소비자는 삼진어묵 제품 포장에 있는 QR코드로 원산지와 수입일, 제조환경(온·습도 등) 등의 이력 확인이 가능하다. 

▲ 쇠고기 이력추적제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 전후 효과.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축산물이력관리 블록체인 접목 시 추적시간 단 10분

소비자 알 권리와 식품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정부도 지난 6월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6대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중 하나가 축산물 이력관리의 블록체인 기술 접목이다. 사육부터 도축,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유통단계의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공유한다는 것인데, 문제 발생 시 추적기간을 기존 6일에서 10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