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스마트팜은 국내 농업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존 농가뿐만 아니라 귀농한 도시민이나 청년들이 스마트팜을 경영하면서 소득창출은 물론 농업·농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팜의 사전상의 의미는 ICT를 활용해 농작물의 재배환경을 원격·자동으로 관리하는 지능화된 농장이다. 즉 온도와 습도, 양분 등 농작물 생육에 필요한 환경과 날씨에 따라 온실 개폐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등의 ‘환경자동제어’가 가능한 현대화된 농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스마트팜 보급면적은 2014년 시설원예 405헥타르(㏊)에서 지난해 4010㏊로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축사도 23호에서 790호까지 대폭 늘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스마트팜은 아직 도입 단계, 1세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에 비하면 가야 할 길이 멀다.
중국 세계 최대 규모 스마트온실 건설
해외의 스마트팜 발전 수준은 그야말로 개벽 수준이다.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을 비롯한 농업 선진국은 기후변화·식량안보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일찍부터 스마트팜 연구개발(R&D)에 많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농업선진국들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기술(BT)을 비롯한 첨단기술과 융·복합을 시도하며 ‘애그리테크(Agri-Tech)’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하 농기평)에 따르면 미국은 도심을 중심으로 수직농장 개념의 시설원예가 발전하고 있고, 노동력 절감을 위한 농업용 로봇 개발도 활발한 편이다.
네덜란드는 애그리테크 이노베이션(Agritech Innovation) 등 자국 기업이 개발한 식물공장을 상용화해 유럽 전역에 수출 중이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대규모 식물공장의 필요성을 느껴 스마트온실과 식물공장 활성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적극 추진 중이다.
중국도 최근 13차 5개년 계획(일명 13.5 계획, 2016~2020년)에 ICT를 통한 농업 선진화를 핵심과제로 내세우며 관련 투자와 지원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북경홍푸국제농업유한회사(Beijing Hongfu International Agriculture Ltd.)는 대표적인 유전 산지로 알려진 다칭(Daqing) 지역에 첨단 농복합산업단지(Daqing Hongfu Modern Technology Industry)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다칭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사업의 추진 목표는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된 최첨단 농업기술을 기반으로 농업뿐만 아니라 문화와 과학, 여가, 비즈니스와 의료산업을 결합한 중국 최대 규모의 농복합 테마 단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북경홍푸는 총 660㏊ 규모인 첨단 농복합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50억위안(약 22억6350만달러) 투자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
회사 측은 농복합산업단지 전체 규모의 3분의 1 이상인 270㏊에 현대적인 스마트 온실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대규모 스마트 온실 조성의 시범사업으로서 5000만위안(약 75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이미 12.5㏊ 규모의 스마트 온실 조성을 완료했다. 지난 5월 스마트 온실에 3만 그루의 토마토 묘목을 심어 이르면 이달 중순 이후 균일한 품질의 토마토를 수확해 자국 유통은 물론 홍콩과 러시아 지역에 수출할 계획이다.
정부, “스마트팜 혁신밸리, 농업혁신 거점으로 육성”
스마트팜 도입 덕분에 우리 농업인은 농장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CCTV로 생육 상황을 살펴보거나,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원격으로 재배환경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농작업의 편의성을 도모해주는 이른바 ‘스마트팜 1.0세대’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기술력은 이보다 몇 발 앞서 있다. 재배시설의 온·습도와 일조량, 토양성분을 자동 측정, 분석한 수치를 모은 빅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생육조건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컨설팅을 해 농작물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스마트팜 2.0세대다. 아직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기술 수준은 1세대에 가깝다. 과거와 비교해 보급은 늘었으나 농작물의 생육·환경에 대한 데이터가 많지 않고, 이를 활용할 기술도 초기 단계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스마트팜 2.0 수준의 기술 혁신과 스마트팜 보급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어 국내외 기술력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좁혀질 전망이다.
스마트팜 2.0 기술 혁신을 위해 지난 6월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농촌진흥청 등 5개 부·청이 중심이 돼 ‘스마트팜 다부처 패키지 혁신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프로젝트는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스마트팜 구현’을 목표로 최적 생육관리 모델 개발, 복합환경제어시스템 고도화, 기자재 국산화·표준화, 현장 실증연구 강화 등의 세부사업을 추진하고 사업별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0년부터 2029년까지 10년간 71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2022년까지 스마트온실 7000㏊(시설현대화 면적의 70%), 스마트축사 5750호(전업농의 25%)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농가 위주로 지원한 스마트팜 보급 전략을 수정해, 올해부터 정책지원 초점을 청년 농업인력 양성과 전후방 연관 산업 확대, 집적화된 확산거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600여명의 스마트팜 청년농 육성과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 스마트팜 실증단지 조성(농가·기업·연구기관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혁신과 국내외 판로개척), 전국 4개 권역 스마트팜 혁신밸리 건설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특히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스마트팜의 집적화, 청년창업, 기술혁신 등 생산·교육·연구 기능이 집약된 첨단 융복합 클러스터로서, 정부의 스마트팜 육성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시설은 청년농 보육센터와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 스마트팜 실증단지다. 보육센터를 수료한 청년이 혁신밸리 내 임대형 스마트팜에 입주하거나 연관 기업 취업, 스타트업 창업 등을 하면서 향후 스마트팜 산업을 견인할 전문인력으로 육성되고, 관련 분야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 및 관계기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약 5년간 18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전국에 혁신밸리 4곳을 조성할 계획”이라면서 “이달 말 혁신밸리 2곳을 확정해 본격적인 육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