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우리 농촌과 농업이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빅데이터(Big Data)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농촌과 농업에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ICT에 익숙한 젊은 층 귀농귀촌 인구가 늘면서 ICT를 농업에 접목한 스마트농업 특히 스마트팜(Smart Farm)이 속속 도입되면서 고령화와 인력·농경지 감소, 생산성 약화,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화의 충격을 받은 농업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팜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농업인이 출현하고 있다. 정부와 연구기관, 삼성전자와 SKT, KT 등 우리나라 전자·통신기업들도 스마트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쌀농사를 짓는 가난한 농촌은 옛말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ICT가 농촌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정부가 광범위한 정책을 마련했다고 하나 스마트팜을 이끌어나가고 고도화할 책무를 뛴 청년 인력의 육성, 정기 교육프로그램, 기자재 등 연관 산업의 동반성장, 연구개발 등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유학파 30대 청년 농부 13억 고소득 올린 원동력은 ‘스마트팜’

6일부터 사흘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귀농귀촌의 꿈, 그 길을 묻고, 즐기고, 찾다’라는 주제의 ‘2018 대한민국 귀농귀촌 박람회’에서 수많은 관람객들이 관심을 쏟은 것은 놀랍게도 4차 산업혁명이었다.

특히 ‘스마트농업관’에는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스마트농업관은 스마트온실과 수직농장, 농업용 드론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된 스마트 농업시설과 농기자재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중·장년층과 청년들이 많이 찾았다. 이들은 관계기관과 업체에게 스마트팜에 적합한 재배작물과 소득수준, 투자비용 등 질문공세를 폈다. 행사 첫날 오후에 ‘농업에 부는 4차 산업혁명 바람’이라는 주제로 열린 귀농귀촌 콘퍼런스에도 참석자들이 몰렸다. 사전에 온라인 신청 접수를 받아 150명 정원 예약이 꽉 찼고, 당일 현장 등록에도 콘퍼런스 관람을 희망하는 참관객들이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

콘퍼런스에서 청년농인 노규석 태곡농원 대표와 정유경 봄봄꽃농원 대표, 스마트팜 농산물 유통을 담당하는 롯데마트의 봉원규 채소팀 MD 등 세 명이 참석해 국내 스마트팜 운영 현황과 장단점을 소개했다.

영국 런던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무역 컨설턴트로 일한 노규석 태곡농원 대표는 2015년 고향인 경상남도 합천으로 돌아와 현재 스마트팜 경영 4년 차의 30대 청년농이다. 그는 10년 넘게 파프리카를 재배해온 아버지 농장을 ICT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팜으로 바꿔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는 주력품목인 파프리카뿐만 아니라 토마토·오이 등의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세 곳의 농장을 운영 중인데 전체 규모는 약 6800평이다. 태곡농원은 온도·습도·일조량 등의 재배요인을 실시간으로 측정·분석하고, 데이터화하는 온실자동조절시스템을 바탕으로 지난해 1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노 대표는 “해발 800m 고지대에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는 열악한 환경에도 파프리카·딸기를 비롯한 고소득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스마트팜 운영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처음 농사를 짓는 이들도 스마트팜으로 데이터 수집과 분석으로 작물 재배에 관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귀농·귀촌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좋아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팜 도입으로 과학적인 데이터를 통해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고, 이는 생산성 향상과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기술을 활용하기 전에는 3.3㎡당 평균 50㎏의 파프리카를 수확했다면, 현재는 생산량이 70㎏대까지 향상됐다는 것이다. 노 대표는 “처음 귀농·귀촌할 때 농업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지만, 스마트팜 운영을 하면서 작물 재배에 관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면서 “스마트팜을 운영한다면 작물 재배환경과 관련한 데이터 학습을 꾸준히 학습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농장관리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이점이 분명 있다”고 강조했다.
 

 

충청남도 예산에서 스마트팜으로 화훼를 재배하는 6년 차 경력의 정유경 대표 역시 스마트팜이 직접 생산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농장을 운영·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부득이하게 내가 외부에서 업무를 보거나, 가족과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작물 재배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때에 따라 농장의 개폐기와 온·습도를 제어하는 등 농장 운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면서 “ICT가 접목된 지금의 스마트팜 기술은 농가에게 시간적·거리적 제한을 최소화해주는 아주 유용한 도구”라고 말했다.

봉원규 MD는 ICT가 접목된 스마트팜의 도입은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좋은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봉 MD는 “롯데마트는 현재 스마트팜 농가들과 직거래를 통해 취청오이·대추방울토마토·파프리카 등의 채소류를 공급받고 있으며, 이들 작물을 ‘SMART FARM(농업에 과학을 더하다)’이라는 별도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제공 중이다”라며 “스마트팜에서 재배된 채소류는 ICT 기술 활용으로 균일한 품질과 안전성이 확보돼, 특히 고품질의 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전했다.

 

‘스마트팜’,생산성향상 ·농업혁신 이끈다

스마트팜을 도입한 농가들의 전반적인 평가도 노 대표와 정 대표의 의견과 대체로 비슷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6년 11월 발표한 ‘스마트팜 도입농가 성과분석 결과(조사기간 2016년 8~10월·표본추출 84회)’에 따르면 스마트팜 도입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생산성 향상이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도입 전보다 평균 27.9% 증가했으며, 도입 1년 차 대비 2년 차 생산량 역시 전년보다 8.9% 증가했다.

노동력 절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자가노동시간은 연간 278시간에서 234시간으로 15.8% 줄었고, 고용노동비용은 평균 15.9% 감소했다. 병해충과 질병 발생 횟수도 53.7%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생산성 지표인 1인당 생산량은 평균 40.4% 증가해 단위면적당 생산량 증가율을 웃돌았다. 이러한 지표는 스마트팜에 대한 농가 만족도(7점 만점)에서도 ‘추천 의향(6.1점)’과 ‘자가 노동절감(6.1점)’, ‘농업경영 도움(5.8점)’ 등에 높게 반영됐다.

한마디로 스마트팜은 농업에 익숙지 않거나 농사 노하우가 부족한 도시민과 청년이 농촌에 관심을 갖고, 농업 현장에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