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특례법 제정을 통한 은산(금융자본-산업자본)분리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의사가 반영된 은산분리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가 재개된 상황으로 앞으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정재호 의원의 공동 주최로 11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 성과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산분리 적용의 대상으로 접근하기보다, 신규 융합 산업에 대한 진흥 차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을 최대 10%(의결권 있는 지분의 경우 4%)까지만 소유하도록 제한한 원칙이다. 현재 국회에는 산업자본이 은행지분 50%를 보유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2건과 34%까지 허용하면서 5년마다 재심사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3건이 계류돼있다. 반쪽짜리로 출범한 인터넷은행이 도입된 지도 1년이 넘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 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영훈 기자

심 행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케이뱅크는 국내 1호 인터넷은행으로서, 영업 첫 해 목표의 2배가 넘는 성과를 거두며, 대한민국에서 모바일 은행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모바일을 비롯한 ICT의 차별성을 고객들에게 부각시키면서, 비대면 금융 거래의 보편화와 고객 혜택의 증진에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케이뱅크는 더 편리하고 경제적인 비대면 플랫폼 안에 모바일 시대의 고객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담아낼 계획"이라며 "위와 같은 도약과 사업 초기의 유의미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신속한 자본 확충이 필수적으로 전제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현 케이뱅크의 상황을 감안할 때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리딩할 수 있는 신속하고 원활한 자본 확충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은산 분리는 재벌의 은행 소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금고화 등의 폐해를 방지하는 장치로 이 취지에 깊이 공감하지만, 특례법이 은산분리의 취지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은 인터넷은행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했을 때 지나친 우려"라고 강조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역시 "고객 중심의 혁신이 지속되기 위해선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당시 구상한 ICT 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주주 및 지분 구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현재 인터넷뱅크는 출범 초기에 혁신을 위한 주주 구성을 완료했으나 은행법 상 소유 지분 제한으로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고 있는 ICT기업들의 낮은 보유 지분은 지난 1년 간 인터넷은행들이 보여준 혁신적인 성과가 한 차례 실험으로 끝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는 게 현장의 판단"이라고 토로했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소유 지분 완화 논의가 장기화될 경우 핵심 인재들의 유출 및 동기 저하로 혁신의 원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ICT 기업에 대한 인터넷은행 소유 지분 완화는 은산분리 대원칙의 훼손이 아닌 혁신 기업을 통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금융시장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이뤄나갈 수 있는 기회의 시작"이라며 "우리나라 금융에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가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여권 은산분리 관련 긍정적 시그널 보내

은산분리 완화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신동우 전 의원이 지난 2015년 7월 첫 발의한 이후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정 의원은 축사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은산분리(은행자본-산업자본) 규제 완화와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축사에서 "은산분리 원칙 적용방식을 재점검할 때가 됐다"고  규제완화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의견도 나왔다.

조대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과 평가나 은행산업에 미친 효과 등을 분석하기에는 어려운 시점"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을 비교할 때 차별성이나 혁신성 측면에서는 부족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조 조사관은 이어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규제와 관련해 인터넷은행의 주식 소유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가, 사전적 소유규제인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경우 어떠한 사후적 규제수단을 부여할 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