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임수정, 이하늬 등의 연예인이 채식주의자임을 밝히면서 채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제한하는 음식의 종류가 다르다는, 즉 채식에도 단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란 어렵다. 이를테면 임수정은 ‘비건’으로 오로지 채소만 먹으며, 이하늬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으로 해산물과 유제품, 채소만 섭취한다.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은 오로지 스스로의 선택이고, 그중에서도 어디까지 채식을 할 것인지 역시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마포구 망원동의 비건 카페 르봉땅(Le Bontemps)은 이런 이들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마음으로 채식 위주로 구성된 메뉴를 다양하게 준비해두고 있다.

▲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르봉땅'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 음식 종류

비건 빵, 비건 그래놀라, 비건 요거트

 

2. 위치

▲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르봉땅' 위치.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로 나와 두 번째 블럭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출처=네이버 지도 캡쳐

주소 :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21길 18, 1층

영업시간 : 목·금·토 12:00~18:00/ 월·화·수·일요일 휴무

메뉴

르봉땅 비건 샌드위치 1만1000원, 머쉬룸 스테이크 샌드위치 1만1000원, 비건 무스 오 쇼콜라 7000원, 르봉땅 당근 케이크 7000원, 비건 두유 요거트 7000원, 순수 착즙 주스 5500원

르봉땅 그래놀라 1만1000원, 그래놀라 선물세트 3만6000원, 유기농 밀크잼 1만4000원, 유기농 밀크 딸기잼 1만2000원, 순수 딸기잼 9000원

진저 레몬차 6000원, 히비스커스 민트차 6000원, 파인 비네거 6500원, 딸기 에이드 7000원, 아이스 아몬드 밀크티 6500원, 겐마이차 ‘후젠’ 7000원, 벚꽃차 7000원, 마리아쥬 프레르 7000원, 쿠스미티 BB Detox 7000원

 

3. 상호

▲ 르봉땅 내부. 리스 아래로 프랑스어 'Le Bontemps'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프랑스어 ‘Le Bontemps’은 ‘행복한 시간’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며, 나중에도 르봉땅을 방문했던 추억을 떠올렸을 때도 행복했음을 기억해달라는 뜻으로 지은 것이다. 한쪽 벽면에 크게 붙어 있는 민트색의 상호명은 프랑스어를 모르는 사람도 좋은 느낌을 받게 할 만큼 깔끔하고 예쁜 인상을 준다.

 

4. 경영철학

▲ 르봉땅의 다양한 스콘들. 유제품과 채소만 먹는 락토 베지테리언을 위한 메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양수민(42) 르봉땅 대표는 선한 인상의 소유자다. 맑고 인정이 넘치는 양 대표의 눈을 마주치면 이곳만큼이나 깨끗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는 “음식 장사를 할 때 박하면 안 된다”라고 했던 어머니의 말씀을 늘 새기고 있다고 한다. 손님들에게 맛을 보라고 음식을 ‘잘 퍼주는’ 양 대표는 또한 손님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이기도 하다. 일부러 손님에게 친한 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건 카페를 찾는 손님의 취향은 다소 뚜렷하기에 손님과 양 대표 간에 친밀함이 싹트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손님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맛보기 음식을 제공하는 것, 즉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르봉땅의 경영철학이다.

 

5. 주메뉴

르봉땅의 메뉴는 단 두 장뿐인데, 그마저도 음료만 적혀 있다. 분명 냉장고 진열대에는 스콘과 빵, 케이크가 들어 있는데 어떻게 된 영문이냐고 물으니 양 대표는 미소를 띠며 “메뉴가 자주 바뀌어서 적어둘 수가 없다. 손님들에게 그날의 메뉴를 일일이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비건 샌드위치와 요거트, 스콘, 쇼콜라 등의 주요 구성은 동일하지만 제철 재료를 쓰는 르봉땅의 특성상 메뉴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늘 제철 재료가 들어가기에 어떤 음식이든 건강함만은 보장된다는 것이 양 대표의 설명이다.

▲ 르봉땅의 르봉땅 비건 샌드위치.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르봉땅의 시그니처 메뉴인 르봉땅 비건 샌드위치는 로푸드(Raw Food)다. 로푸드는 45℃ 이하에서 조리한 채식 요리를 말한다. 르봉땅 비건 샌드위치의 패티는 당연하게도 고기가 아닌 견과류와 버섯, 양파 등으로 만들어 45℃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건조한 것이다. 양 대표는 이 샌드위치에 대해 “낮은 열로 건조해서 조리한 음식에는 재료 자체의 효소가 살아 있어서, 이를 섭취하면 그 영양분이 그대로 몸에 흡수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샌드위치 안에 바른 소스도 비건 방식으로 만들었고, 다른 채소들도 모두 당일 가져온 것이라 신선하다.

르봉땅 비건 샌드위치의 맛은 비건이라는 점과 관계없이 맛이 좋다. 패티가 고기가 아니라는 점을 잊을 만큼 이질감 없고, 적당히 매콤한 소스가 중심에 버티고 있는 듯 샌드위치의 맛을 잡아준다. 접시에 함께 나오는 피클을 한입 먹으면 분명 샌드위치임에도 한식을 먹는 기분까지 들게 한다. 건강과 맛 두 가지를 함께 챙길 수 있어 심신이 고루 건강해지는 음식이다.

▲ 르봉땅의 머쉬룸 스테이크 샌드위치.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머쉬룸 스테이크 샌드위치는 보통의 조리 방식, 즉 오븐에 구운 스테이크가 들어간 샌드위치다. 렌틸콩과 양송이, 양파를 써서 만든 패티를 구운 것이기에 고소하고 향긋하며 비건 샌드위치보다 좀 더 친숙한 맛이다. 간장 베이스가 들어간 소스는 그러나 자극적이지 않은 정도로, 패티와 빵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한다. 비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머쉬룸 스테이크 샌드위치에 먼저 도전해보는 게 좋다.

▲ 르봉땅의 비건 두유 요거트.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비건 두유 요거트는 이곳에서 직접 종균을 배양해 만든 요거트에 갖가지 그래놀라와 청, 제철과일이 올려진 풍성하고 예쁜 요거트다. 양 대표는 “두유를 광고할 때 보통 함성 첨가물이 없다는 것을 많이 강조한다. 하지만 합성 첨가물이 없다고 해도, 유전자가 변형된 콩을 사용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비건 종균을 직접 발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건 요거트라고 해서 단 맛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소한 그래놀라 맛은 역시 르봉땅에서 자체 개발한 것이고, 요거트가 본래 지닌 부드러움과 잘 어우러져 씹을수록 맛이 좋다. 달콤한 시럽도 르봉땅에서 만들어진 만큼 안심하고 단맛을 즐길 수 있다. 요거트나 견과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반할 만한 맛이다.

 

6. 맛의 비결

르봉땅은 양수민 대표와 그의 올케 두 명이서 운영하는 ‘가족 카페’다. 자칫 사이가 안 좋을 수도 있는 시누이-올케 간이지만 이들은 채식이라는 공통 취향을 지니고 있어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왔다고 한다. 비건 요리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한 이 가족은 일주일에 3일만 카페를 운영하고, 나머지 날에도 카페에 나와 끊임없이 메뉴를 연구한다.

제철에 나온 재료를 사용하는 르봉땅의 기본 원칙에, 정성을 들여 개발한 레시피가 만나 건강하고 맛있는 맛이 탄생할 수 있었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부터 요거트, 비건을 지향하는 패티까지 하나하나 이들의 손을 거쳤다. 워킹맘이기도 한 이들은 아침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뒤, 카페로 출근해 오랫동안 식재료를 다듬고 준비를 한다.

채식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는 이곳 음식이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것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연구를 거듭한 덕분이다. 샌드위치 패티에는 흔히 병아리콩을 사용하는데, 한국인은 그 특유의 향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병아리콩 대신 렌틸콩을 썼다. 또한 토마토와 바질 페스토를 오랫동안 졸인 살짝 매콤함을 지닌 소스는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7. 특별한 서비스

망원동의 조용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르봉땅에는 근처 직장인들도 방문하지만 오히려 먼 곳에서 시간을 내어 방문하는 손님이 많다. 손님들과의 친분이 그만큼 돈독하다는 것인데, 이는 무려 10년 이상 이어져온 인연이라고 한다. 10년 전에도 카페를 운영했던 양 대표는 블로그를 통해 공백기에도 손님들과 꾸준히 소통했고, 이 블로그를 보고 르봉땅 개점 소식을 알게 된 사람들이 알음알음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딱히 마케팅이라 할 만한 것을 잘 못한다”고 양 대표는 고개를 젓지만 오랫동안 유대관계를 유지한 것이야말로 진정성이 듬뿍 담긴 마케팅인 셈이다.

채식을 하는 이들 가운데서도 제한하는 음식의 종류가 각각 다르다. 양 대표는 채식주의자들이 자기의 기호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메뉴 앞에 일일이 재료들을 적어두었다. 덕분에 완전 채식을 하는 사람도, 유제품과 해산물을 섭취하는 사람도 재료명을 보고 마음 편히 음식을 고를 수 있다.

▲ 르봉땅의 그래놀라, 유기농 잼, 유기농 설탕 등.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는지

생협과 한살림 등에서 유기농 재료들을 기본으로 구입해오는데, 깐깐한 양 대표의 기준에 맞춰 직구를 통해 구하는 재료들도 있다. 그래서 10가지가 넘는 곡류를 조합한 그래놀라 하나에도 구입처가 다양하다. 르봉땅 잼 역시 유기농 설탕이고 나머지에도 비정제 설탕을 구해다 쓴다. 근처 망원시장에서 제철 재료를 매일 구입해오며, 상추와 허브 등은 직접 키우는 화분에서 딴 것이다.

 

8. 고객이 전하는 ‘르봉땅’

채식주의자들에게 음식 선택의 폭이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양 대표의 취지에 따라, 이곳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방문한다. 채식을 좋아하고 즐기는 손님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평소 고기를 즐겨 먹는다는 한 손님은 르봉땅 머쉬룸 스테이크 샌드위치에 대해 “진짜 맛있다. 채식이라는 것을 잊어버릴 만큼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친구들과도 함께 방문하고 싶다”라고 만족을 표했다.

르봉땅의 그래놀라를 좋아해서 자주 주문하는 손님은 “일반 그래놀라에 비해 값이 비싼 편이지만 그만큼 몸에 좋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믿음이 간다. 게다가 맛도 훨씬 좋아서 더 좋다. 선물할 수 있도록 세트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라고 단골손님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