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대 규모의 달러가 유통되고 있지만 그 중 상당 부분은 해외(미국 외 지역)에 비축되어 있다.     출처= Pixaba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사상 최대 규모의 달러가 유통되고 있지만 정작 미국인들은 그 대부분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 많은 돈은 어디 갔을까?

총 발행 통화의 3분의 2, 즉 1조 700억 달러는 해외에 비축되어 있으며, 8000억 달러 정도가 미국내 금융 기관에, 그리고 나머지 4530억 달러만이 미국 내 기업과 가계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추정일 뿐, 정확한 돈의 행방은 알 수 없다. 일단 현금이 연방준비은행의 금고에서 나오면 실제로 추적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각 금융 기관이 연방준비은행에 주문한 금액, 그리고 연준 이사회에 제출한 후속 보고서, 그리고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한 몇몇 증거들로부터 돈의 행방을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미국 재무부는 1달러, 5달러, 10달러, 20달러 짜리 지폐를 다 합쳐 100달러 짜리 지폐보다 두 배 이상 많이 찍어내지만, 총 유통 통화량의 대부분은 100달러 지폐가 차지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지난 해 1조 6천억 달러가 유통되었는데, 그 중 1조 3천억 달러, 즉 80%가 100달러 지폐였다. 1997년에는 4580억 달러가 유통되었는데, 64%인 2910억 달러가 100달러 지폐로 유통되었다.

20년 사이에, 유통 통화량은 연평균 6% 증가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총 통화량은 1997 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100달러 지폐의 유통량은 거의 3배로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소액 지폐는 상품 거래에 사용되는 것으로 간주되고, 큰 지폐(100달러)는 미래의 사용을 위해 저축하거나 부를 보존하기 위한 화폐, 즉 가치 저장 수단으로 간주된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해외로 송금되는 엄청난 달러 현금은 100 달러짜리 지폐 형식을 취한다.

연준 현금담당국(Cash Product Office)의 정책 컨설턴트 샤운 오브라이언은 "우리는 화폐가 국제 금융 기관들에 보내지는 것을 직접 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서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미국의 현금을 현지 통화보다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유통되고 있는 통화량이 전체 유통량의 2분의 1에서 3분의 2, 즉 8000억 달러에서 1 조 7000억 달러는 될 것이라고 연준은 추정한다.

나머지 3분의 1에서 2분의 1, 즉 5330억 달러에서 8000억 달러는 미국내에서 유통되는데, 이 중 4530억 달러가 기업과 가계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것이 연준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근거해 연준이 추정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현금의 행방이다. 거래량은 측정하기가 더 어렵지만, 유통 통화량이 증가하더라도 현금 거래 비율은 감소했다는 증거는 있다.

▲ 미국 재무부는 1달러, 5달러, 10달러, 20달러 짜리 지폐를 다 합쳐 100달러 짜리 지폐보다 두 배 이상 많이 찍어내지만, 총 유통 통화량의 대부분은 100달러 지폐가 차지한다.

미국 연준이 매년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소비자 지불수단선택 조사(Diary of Consumer Payment Choice)에 따르면, 2016년 미국 소비자들의 현금 지불 비율은 지불 거래 회수 기준으로 31%였다. 이는 다른 단일 결제 수단보다는 많은 것이지만, 지불 금액 기준으로 보면 7.9%에 불과했다.

직불카드와 신용카드를 합쳐 지불 회수 기준으로 45%, 금액 기준으로 26%를 차지했고, 전자 송금이 지불 회수 기준 14%, 금액 기준으로 43%를 차지했다.

나머지, 즉 회수 기준 10%와 금액 기준 23%는, 수표, 우편환, 선불 카드 등 다른 결제 수단이 사용됐다.

이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연준의 지불위험 전문가 클레어 그린은, 이 조사에 반영된 참가자의 지불은, 커피 한잔에서 모기지 상환에 이르기까지, 일정 기간 동안 이루어진 모든 지불 또는 구매를 대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조사 대상자들은 현금 거래를 하는 경우, 25 달러 미만의 지폐를 사용했다.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는 25 달러에서 100 달러 사이의 지불에 더 자주 사용되었고, 수표와 전자 지불은 대개 100 달러 이상의 거래에 사용되었다.

미국인도 외국인들처럼 현금을 쌓아 놓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

연준의 오브라이언은 "대침체(금융 위기) 이후 100 달러짜리 지폐가 증가했다"며 "우리는 그것을 저장된 가치라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1999년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Y2K 위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100 달러 지폐의 유통량이 전년도에 비해 약 21% 증가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평균적으로는 대개 1년에 8% 정도 상승한다.

미국인들이 금고에 쌓아 두거나 매트리스 밑에 감춰 두거나 다른 어딘가에 숨겨 놓은 돈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몇 가지 힌트가 있다.

설문 참여자의 절반 만이 자신이 감춰둔 현금이 얼마인지 밝힐 의사를 보였지만 그 금액의 차이는 천차만별이었다.

"1만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람도 많았고, 일전 한푼 쌓아 놓은 돈이 없다고 말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오브라이언은 “얼마나 많은 현금이 감춰져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돌고 있는지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렇게 돈을 감춰 놓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그대로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제든 꺼내 쓸 수 있고, 믿을 수 있으며, 게다가 익명성도 보장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