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디어 커머스 열풍이 불고있다. CJ E&M과 CJ오쇼핑의 합병법인인 CJ ENM이 출범하며 미디어 커머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MCN 시장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주는 한편,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볼륨이 크게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그러나 업의 본질을 찾아야 지속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디어 커머스는 쇼핑을 목적으로 플랫폼에 접근하는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플랫폼에 접근한 고객을 자연스럽게 커머스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방식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보던 관객이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소품이 마음에 들어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SNS를 통해 제공되는 짧고 재미있는 스팟성 웹콘텐츠를 기점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있다.

국내에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핵심으로 처음 등장했다.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이 부상하며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플루언서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미디어 커머스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등 SNS 기업까지 참전하며 판이 커지고 있다.

모바일 퀴즈쇼를 미디어 커머스에 접목하는 사례도 있다. NBT가 운영하는 모바일 퀴즈쇼 더 퀴즈 라이브는 지난 9일 미디어 커머스를 적용한 퀴즈쇼로 호평받았다. 배스킨라빈스와 함께 참여자들에게 퀴즈쇼 막간을 이용해 초특가 쿠폰을 판매하는 '더퀴즈타임딜'을 선보였다. 첫 판매 상품은 배스킨라빈스 '핑크퐁 상어가족 싱글레귤러 1+1 쿠폰'이었으며, 정가의 반값인 2800원에 판매해 0.5초만에 3100개가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 모바일 퀴즈쇼와 미디어 커머스가 만났다. 출처=NBT

미디어 커머스가 이커머스의 단단한 축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디어 커머스가 성장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먼저 콘텐츠다. 미디어 커머스의 핵심은 콘텐츠에 있으며, 콘텐츠가 고객을 확실하게 유인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영화와 드라마처럼 나름의 고객이 유치된 상태에서 미디어 커머스가 작동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 방식으로만 미디어 커머스를 전개하기는 시장의 한계가 지나치게 뚜렷하다.

미디어, 즉 콘텐츠와 커머스 중 무엇을 우위에 두어야 하는 문제에서 반드시 미디어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미디어 커머스가 '예상하지 못한 쇼핑 욕구'를 노린다는 점에서 콘텐츠 기획력을 꾸준히 키워야 하는 것도 숙제다.

미디어 커머스 전략의 고도화도 필요하다. 더 퀴즈 라이브의 사례는 모바일 퀴즈쇼와 미디어 커머스의 성공적인 시너지 사례지만, 한편으로는 '1+1 쿠폰과 같은 파격적인 가격혜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라는 의구심도 남긴다.

베스킨라빈스와 관련된 퀴즈쇼에 참가해 해당 제품의 쿠폰을 자연스럽게 구입하는 것은 미디어 커머스의 장점이지만, 단순 이벤트성이 아닌 장기적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있어서는 더욱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산업을 알리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무리한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는 소셜커머스 회사들의 현재 상황이 좋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미디어 커머스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미디어 커머스의 파괴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드라마가 상영되며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이 열렸을 경우 고객이 몰려 매출이 발생하는 정도는 정량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2회, 3회를 넘어가며 상품이 변했지만 극중 배우가 자기의 SNS를 통해 따로 1회 드라마 등장 상품을 홍보를 하거나 그 외 변동적인 홍보 마케팅이 등장할 경우 전체 미디어 커머스 매출 기여도를 100%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오히려 미디어 커머스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정량평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미디어 머커스의 핵심인 미디어 콘텐츠가 다양하게 복제되어 많은 플랫폼에 실렸을 경우, 다음 마케팅을 위한 확실한 타깃층 설정이 어려운 것도 고민해야 한다.

가장 심각한 리스크는 변질이다. 국내에서 미디어 커머스가 인플루언서를 기점으로 시작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인플루언서는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팬과 함께 호흡하는 친근한 대상이다. 인플루언서가 팬과 소통하며 일시적으로 상품을 홍보하거나 판매할 경우 성공을 거둘 수 있겠지만, '팬을 현금 자판기로 안다'는 반감이 고개를 들 경우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강력한 콘텐츠 인프라를 가진 곳도 마찬가지다. 가격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단순히 배우들의 매력에만 의존한다면 비즈니스 모델의 생명력이 지나치게 짧아진다. 톡톡 튀는 웹콘텐츠도 이러한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크리에이터와 팬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점은 미디어 커머스 산업 발전의 극적인 발판이지만, 역으로 함정이 될 수 있다.

최근 SNS에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실어 미디어 커머스를 유도하려는 전략도 엿보인다. 성인용품부터 생활용품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일반인 후기'등을 빙자해 사기성 짙은 콘텐츠를 올려 미디어 커머스를 시도하는 장면이다. 미디어 커머스가 성공하려면, 플랫폼 건전성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