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반복성 어지럼증에 대한 새로운 질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이비인후과 질환 외에 뇌기능 이상으로도 어지럼증과 멀미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어지럼증은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 원인 중 무려 2위를 차지하며, 전체 인구에서 두 명 중 한 명은 살면서 한번쯤 경험할 만큼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단순히 스트레스나 피로감 때문이라고 생각해 증상을 간과하기 쉽지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만성화되거나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11일 김지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연구팀이 각종 전정검사와 자기공명영상에서도 특이사항이 보이지 않아, 원인을 알 수 없는 반복성 어지럼증을 보인 환자 338명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최근 미국신경과학학회지를 통해 발표했다고 밝혔다.

김지수 교수 연구팀은 “일부 환자에서 소뇌와 뇌간의 전정기능이 불안정하고 비정상 상태로 항진되어 있는 등 기존 어지럼증 환자들과는 차별화되는 특성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 환자에게서 보이는 눈 떨림은 메니에르병, 전정편두통 등 다른 어지럼증 질환에서 나타나는 눈떨림에 비해 2~3배 정도 길게 지속되며, 때로는 어지럼증의 강도가 매우 높게 유발됐고, 공통으로 심한 멀미 증상을 호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새로운 질환은 머리를 좌우로 반복해서 흔든 후 유발되는 눈 떨림을 관찰하는 검사법을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김지수 교수 연구팀은 환자들의 뇌기능이 불안정하고 예민해져 있더라도 평상시에는 증상이 어느 정도 적응된 상태기 때문에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으나, 신체 내의 변화 혹은 외부 환경 요인에 의해 적응상태가 교란될 때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환자들에게 신경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인 ‘비클로펜’을 투여하면, 어지럼증과 멀미 증상이 크게 호전되면서 눈 떨림도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지수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교수는 “반복성 어지럼증 환자에서 발병기전을 규명해 기존의 검사 기법으로는 진단하지 못했던 새로운 질환을 찾아낼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면서 “이번 연구는 원인 미상의 반복성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어지럼증센터 이선욱 전임의와 센터장인 김지수 교수 등으로 구성한 연구진이 했으며, 임상신경학 분야의 권위 학술지인 ‘신경학(Neurology)’ 2018년 6월호에 편집자 코멘트와 함께 게재됐다.